▲ 뮤지컬 '마마, 돈크라이' 공연 장면 ⓒ 클립서비스
[문화가 있는 날·예술이 있는 삶을 빛냅니다…문화뉴스] "사람들이 가진 이미지에 맞춰진 드라큘라가 아닌, 인간적인 감정까지도 느끼는 존재다"

새하얀 피부, 잘생긴 외모와 훤칠한 키까지. 우리가 흔히 상상하고 봐왔던 드라큘라의 모습이다. 영화에 등장했던 드라큘라는 대게 준수한 외모뿐만 아니라 능력도 인간을 초월하는 경우가 많아 '완벽한 존재'로 여겨진다. 멋있고 뛰어난 능력을 갖춘 드라큘라의 사랑 이야기. 쉽게 호기심을 자극하는 소재다.

아무리 기술이 발달했다지만 이들이 이렇게 멋진 모습을 내내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특수효과의 힘이 크다. 그렇기에 무대 위에서 드라큘라의 모습을 재현하는데 분명한 한계가 있다. 화면 밖에서 그들은 특수 분장에 의존할 수 없었으며, 인간과 다른 능력을 표현하는 것도 여의치 않았다.

그런데 화면 속에서만 존재하던 드라큘라를 무대 위에서도 하나둘 찾을 수 있게 됐다. 2014년 여름 화제작이었던 뮤지컬 '드라큘라'가 대표적이다. 영겁의 인생을 살지만, 그 긴 삶 동안 단 한 명의 여자만을 사랑하는 지고지순함까지 갖춘 드라큘라. '브로드웨이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잊맞춤'이란 카피답게 작품은 매력적인 드라큘라를 만들어냈고 관객들의 반응도 폭발적이었다. 특수효과가 없어도 드라큘라는 충분히 매력적일 수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 사례다.

 
그런데 이보다 훨씬 이전에 드라큘라를 다룬 작품이 있다. 바로 뮤지컬 '마마, 돈크라이(이하 '마돈크')'다. 2010년에 첫선을 보인 '마돈크'는 그 당시 소재만으로도 굉장히 화제가 됐었다. 삼연 '마돈크' 프레스콜 당시 배우 송용진이 "초연 당시 드라큘라를 다룬 작품이 거의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할 정도로 뮤지컬에서 드라큘라는 파격적인 소재였다.

드라큘라가 평범한 인간을 뱀파이어로 만든다는 설정, 뱀파이어가 된 인간은 피에 굶주려 이성을 잃게 된다는 내용. 어떻게 보면 특별한 것 없지만,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는 느낌이 사뭇 달랐다. 눈앞에서 드라큘라 백작이 중독성 강한 넘버를 부르며 무대를 오가는 모습이 생소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또, 극은 프로페서V의 관점에서 진행된다. 이는 관찰자 입장에서 작품을 봐왔던 관객에게 프로페서V와 자신을 동일시하는 효과를 불러일으키면서 드라큘라를 더 매혹적으로 보이게 한다.

특수효과가 없는 대신 '마돈크'에는 생생한 음악과 조명, 무대가 있다. 김성수 음악감독의 참여로 더욱 풍성해진 음악과 책꽂이면서 동시에 타임머신이 되는 무대. 여기에 오밀조밀하게 사용되는 조명까지 더해지면 무대도 영화 못지않은 몽환적인 장소로 바뀐다.

▲ 뮤지컬 '마마, 돈크라이' 공연 장면
극을 이끌어가는 건 프로페서V다. 초반은 그의 원맨쇼나 다름없고, 드라큘라는 그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한 페이지일 뿐이다. 하지만 관객들의 기억에 더 강렬하게 남는 건 드라큘라 백작이 아닐까. 단순히 잘생겨서 그런 것이 아니다. 멋있기만 한 줄 알았던 드라큘라는 B급 코드가 가미된 장면으로 웃음을 주기도 하고, 영겁의 삶을 산다는 설정을 극적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요염한 '세라'로 변신하기도 한다.

'마돈크' 초·재연 공연은 높은 재관람율을 기록하며 호평을 받았고, 올해 가장 기대되는 창작 뮤지컬로 꼽히기도 했다. 무대 위 드라큘라가 영화나 TV 속 특수효과가 가미된 것보단 조금 부족할지라도, '드라큘라‘라는 설정 자체가 관객들을 설레게 하는 것은 틀림없다.

문화뉴스 전주연 기자 jy@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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