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의 영화 '연결고리' 특별편 '부활절 추천영화'

 

[문화뉴스 MHN 석재현 기자] 이번 편은 다른 편에 비해 다소 경건하게 시작해야 할 것 같다. 오는 4월 16일은 가톨릭교와 개신교의 가장 큰 명절인 예수 부활 대축일(혹은 부활절)이다. 한국에서는 특정 종교의 행사일로 여기지만, 서구권에서는 일종의 문화로 즐기는 분위기가 매우 크다. 매번 돌아오는 이 날에 걸맞은 영화가 무엇이 있을지, '영알못' 석재현 기자와 '평점계의 유니세프' 양미르 기자가 영화를 추천해보고자 한다.

항상 돌아오는 부활절에는 언제나 변함없이 떠오르는 영화들이 몇몇 있을 것이다. 두 사람이 생각하는 부활절에 어울리는 영화 한 편씩 추천바란다.

▲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2004)'

ㄴ석재현 기자(이하 석) : 멜 깁슨이 만든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는 이미 부활절만 되면 개신교인들이 봐야 할 필수 영화로 자리 잡았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형의 고난과 죽음, 그리고 부활에 이르기까지 철저하게 고증을 거쳐 만든 흔적을 엿볼 수 있다. 그래서 오늘날 많은 사람이 부활절만 되면 이 영화를 가장 먼저 찾기에 재개봉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의 인지도만큼 비판 여론도 만만치 않다. 극 중 예수 그리스도를 잔인하게 박해한 유대인들을 냉혈한으로 표현해 반 유대적이라는 점, 종교적 색채보단 유대인과 로마인을 적대시한 게 문제로 지적되었다.

양미르 기자(이하 양) : 현재 재개봉 중인 '미션'은 어떨까? 영화를 처음부터 끝까지 접하지 않았더라도 최소한 엔니오 모리꼬네의 '가브리엘의 오보에' 정도는 들어봤을 것이다. 명배우 로버트 드 니로와 제레미 아이언스가 펼치는 연기의 향연과 더불어 리암 니슨의 훈훈한 모습도 발견할 수 있다. 물론 '미션'은 백인우월주의와 기독교 중심의 문화제국주의가 강한 작품이기도 하다. 졸랑 조페 감독은 이 부분을 놓치지 않았다. 그는 종교의 순기능과 역기능을 보여주고자 하면서, 일방적이지 않은 휴머니즘 선교는 무엇일까라는 질문도 이 작품에 남겼다.

▲ '미션(1986)'

두 사람이 추천한 영화 모두 '부활절 전용 고전영화'로 익히 알려져 있으나, 인지도만큼 비판 또한 만만치 않다는 걸 알았다. 두 사람이 추천할 만한 또다른 추천영화는 없는지?

ㄴ양 : '미션'과 비슷한 굴레에 있으며, 리암 니슨도 역시 출연하는 '사일런스'도 추천한다. '고요'로 시작해 '침묵'으로 끝나는 마틴 스콜세지 감독판 159분 '미션'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믿음과 신념이 흔들릴 때,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를 관객에게 시종일관 묻는다. 올해 아카데미 촬영상 후보에 오를만한 장대한 영상과 구도를 자랑한다. 여기에 관객이 지루할 때가 되면, 잔인한 장면을 여과 없이 선사하며 텐션 조절도 해준다. 앤드류 가필드가 그저 누군가의 남자친구로 '스파이더맨'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면 이 작품을 보고 그 생각을 바꿔보는 것은 어떨까?

석 : 나 또한 '사일런스'를 추천한다. 영화 내용은 특정 종교에 국한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나, 이는 종교가 없는 사람들 또한 한 번쯤 보고 생각해볼 만한 영화다. '로드리고(앤드류 가필드)' 신부가 순간마다 선택의 갈림길에서 고뇌하는 모습도 중요 포인트지만, '로드리고'를 둘러싼 주위 인물들('페레이라', '키치지로', '통역관' 등)의 대화와 행동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종교인이라면 앞으로 지향해야 할 방향은 어디며, 무엇을 우선시해야 하는 지, '사일런스'는 '침묵'을 통해 답을 알려주었다. 정말 많은 사람이 이 영화를 봐야 한다. 

▲ '사일런스(2017)'

두 사람이 언급한 것을 보면 '사일런스'가 좋은 영화인 것 같다. 그런데 개봉할 당시(2월 말~3월 초)에는 왜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았다고 생각하는가?

ㄴ석 :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개봉 시기가 문제였다. '사일런스'가 개봉할 당시, 박스오피스는 '23 아이덴티티'를 비롯하여, '문라이트', '싱글라이더'가 강세였고, 그 주에 '로건', '해빙' 등이 개봉했기에 상영관 싸움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영화 홍보와 배급을 맡은 분들이 애초에 '종교인'들을 주요 대상으로 설정한 것이라면, 왜 부활절이 있는 4월을 택하지 않았는지 선택이 매우 아쉽다. 홍보 또한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같이 개봉했던 수많은 영화 속에 '사일런스'는 짓밟혔다. 이 좋은 영화가 묻히게 돼서 무척이나 안타까웠다. 그래서 IPTV 등을 통해서라도 관객들이 '사일런스'를 한 번쯤 봤으면 한다.

양 : 당시 개봉 주에 상영관을 잡기 힘들 정도로 좋은 영화들이 많았다. 작품에 출연한 남정우 배우와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는데, "분명 좋은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상영관이 적어서 아쉽다"는 말을 들었다. 이 영화가 가장 많은 스크린을 보유한 날은 3월 3일이었는데, 그 수는 342개(교차상영 이뤄져서 592회 상영)였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 필모그래피를 본다면 '휴고'보단 많이 봤지만,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나 '디파티드'(74만) 등과 비교하면 아쉬운 성적이다. 이 두 영화는 최소 1,000회 이상의 상영 횟수를 개봉 주말에 가져갔었다. 차라리 이 시점에 개봉했다면 9만 관객보다는 더 많이 관람할 수 있지 않았겠느냐는 생각도 해본다.

▲ '사일런스(2017)'

syrano@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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