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문화뉴스 아티스트에디터(아띠에터) 김수영 panictoy27@mhns.co.kr 음악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어디까지일까, 실용음악과 건반을 가르치면서 음악방송 '음악잡수다' DJ를 맡고 있다

[문화뉴스 MHN 아띠에터 김수영] 17년 동안 우리나라 팬들이 그렇게도 목 빠지게 내한공연을 기다렸던 영국 록 밴드 '콜드플레이'(Coldplay)가 작년 11월경, 이번 AHFOD(A Head Full of Dreams) 투어에 한국도 포함되었다는 기사가 나오고 난 뒤 수많은 대중이 열광하지 않을 수 없었다. 티켓 예매가 오픈된 지 약 1분여 만에 매진을 기록한 등의 사태가 벌어지고, 그 와중에 티켓을 얻지 못한 역시 많은 팬들의 안타까움이 전해졌는지, '꿈은 이루어진다'고 했던가. 콜드플레이는 흔쾌히 추가공연을 수락했고, 이 공연이 드디어 4/15~16일, 잠실 주 경기장에서 성대하게 펼쳐졌다.

공연이 시작하기 며칠 전부터 콜드플레이는 각종 포털 사이트에 이름을 올리며 공연을 찾을 많은 팬들이 미리 셋리스트를 예상하여 기대감에 부푼 모습들을 보여주었고, 공연 당일에 팬들은 다시 없을 진풍경을 콜드플레이에, 그리고 그들 자신에게 선사하기도 했다.

 

 

 

▶ 약속 시간을 철저히 지킨 콜드플레이. 화려했던 오프닝과 숙연했던 세월호 3주년 묵념의 시간.

간혹 우리나라 아티스트들도 마찬가지이지만, 특히 해외 뮤지션들이 내한공연을 가질 때 팬들이 겪게 되는 불편함 중 하나가 공연 시간 딜레이 문제이다. 물론 사정이야 있었겠지만, 어떤 사람은 유명한 뮤지션의 공연을 보러 갈 때는 아예 '제 시간에 시작하는 것은 바라지도 않는다'며 처음부터 큰 기대 없이 가는 경우들도 허다하다. 그러나 콜드플레이는 달랐다. 원래 공연 시작 시간이 8시라고 약속한 그들은 첫날인 15일은 정확히 8시 03분에 공연을 시작했고 둘째 날인 16일은 8시 02분에 바로 공연이 시작되어 철저히 시간 약속을 지켰다.

공연 시작 전, 입장할 때 관객들에게 모두 나누어준 일명 '자일로 밴드'를 손목에 모두 찬 관객들은 공연 첫 곡인 'A Head Full of Dreams'가 시작되면서 일제히 자동으로 자일로 밴드에 불이 들어오는 것을 확인하며 일제히 열광했고, 수만 명이 손을 흔들 때마다 빛났던 자일로 밴드는 빨간빛으로, 혹은 파란빛, 노란빛으로 변신하며 총천연색 무지갯빛 관객석을 연출하는 데에 큰 몫을 했다. 'A Head Full of Dreams'로 화려하게 막을 연 콜드플레이는 곧이어 'Yellow'를 들려주었는데, 16일 추가 공연에서는 이 노래를 부르다 잠시 크리스 마틴이 노래를 멈추고 '오늘이 한국에게 특별한 날인 것을 알고 있다. 세월호 3주년을 맞이하여 10초 동안 우리 모두 조용히 묵념하자'는 제안과 동시에 전광판에는 세 개의 커다란 노란 리본 화면이 켜지며 모두에게 숙연한 분위기를 선사했고, 묵념의 10초가 끝난 뒤 어떤 관객들은 감동의 눈물을 흘리며 'Yellow'를 따라 부르기도 했다. 첫 곡에서부터 화려한 무대 조명과 불꽃축제를 연상케 하는 쇼로 관객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으며, 연이어진 곡들에 팬들은 상상을 초월한 떼창으로 콜드플레이에 화답했다.

△ Coldplay의 'Yellow'. 4월 16일에 펼쳐진 공연에서 두 번째로 이 노래를 부른 콜드플레이는 노래 중간에 세월호 3주기를 추모하며 10초 동안 묵념의 시간을 가질 것을 제안했다.

 

 

▶ 열정적이면서도 소박했던 B Stage. 그리고 역시 한국 공연의 백미 '떼창'.

연이어 5~6곡을 무대에서 부른 콜드플레이는 메인 스테이지의 앞쪽, 관객 석 중간에 위치한 무대를 넘나들며 신나고 열정적이면서도 한편으로는 감성적이고 소박한 무대를 선보이기도 했다. 한껏 고조된 분위기를 잠시 다운시키고 콜드플레이 특유의 아름다운 발라드곡들이 수록된 'Ghost Stories' 앨범의 수록곡들과 콜드플레이 팬들이 꼽는 최고의 발라드이라고 일컬을 만한 'Everglow', 'Fix you' 등을 들려주며 노래만큼이나 아름다운 무대를 선사했다. 콜드플레이의 발라드 넘버 원이라고 할 수 있는 'Fix you'는 원곡과 조금 다르게, 새롭게 편곡되어 신선한 음악을 들려주었으며 'Fix you'로 달아오른 분위기를 'Viva la vida'로 이어가며 최절정의 무대를 선사했다.

특히나 작년 11월부터 촛불집회에서도 많이 불려온 'Viva la vida'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그 가사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는 곡인 데다, 콜드플레이의 공연마다 빠지지 않는 곡으로, 관객과 함께 떼창을 하기에 적절한 곡이기도 하다. '오오오오오~오~' 이 곡의 떼창 포인트는 콜드플레이 공연의 트레이드마크 이기도 하며, 이번 내한공연에서도 관객들은 공연 시작 전과 후에 이 곡의 떼창 포인트를 원 없이 부르며 분위기를 한껏 달아오르게 했다.

△ 모두가 함께한 떼창이 특히 돋보였던 'Viva la vida'

 

 

▶ 한국 팬들에 감동한 크리스 마틴, 그리고 유쾌한 멤버들.

콜드플레이의 공식 SNS 홈페이지에서는 공연 전 크리스 마틴이 싸이의 말춤을 추는 사진이 올라와 팬들 사이에서는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한국어를 썩 잘하지 못하는 크리스 마틴이 공연 중간에 장난치듯이 '강남스타일'의 가사를 읊조려 웃음을 선사하는 순간과, '감사합니다'를 외치며 팬들에게 화답하는 순간에 아마도 팬들은 목청껏 소리를 지르며 열광했을 것이다. 

크리스 마틴이 공연 후반부에 멤버들을 소개하는 순간도 꽤 유쾌했다. '자신의 오랜 친구이자 늘 즐거움을 선사하는 조니 버클랜드, 잘생긴 외모로 많은 여자들의 사랑을 받는 멤버이자 부드럽고 유쾌한 가이 베리맨, 늘 묵묵히 뒤에서 드럼을 연주하며 든든한 백 보컬로 자리매김 하는, 콜드플레이의 마이티 마우스, 윌 챔피언'이라고 각 멤버들을 소개할 때마다 이들의 유쾌함이 드러나기도 했다. 또한 기자회견에서 '20년동안 연습하느라 한국에 늦게 왔다'라고 말한 조니 버클랜드의 대답만 보아도 이들이 얼마나 유쾌한 밴드인지 확연히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 이번 공연의 마지막을 장식했던 곡 'Up & Up' 

 

앵콜은 없없다. 그래서 더욱 더 아쉬운 팬들은 공연이 끝나도 그 자리에서 'Viva la vida'를 연신 부르며 콜드플레이에 대한 고마움과 아쉬움을 표현했다. 그러나 공연 말미에 크리스 마틴은 '너무나 감동적이었다는' 한국 공연을 마치며, 끝으로 '반드시 다음에 꼭 다시 찾아오겠다'는 약속을 했고, 그에 모든 관객은 환호성으로 화답했다. 약 2시간에 걸쳐 화려한 무대 연출과 다양한 볼거리, 신나는 곡과 감성적인 곡들이 적절히 버무려진 셋리스트로 17년 동안 기다려온 한국 팬들에게 화답한 콜드플레이. 역시 '세게 최강의 밴드', '믿고 보는 공연'이라는 찬사가 왜 이들에게 붙어 다니는지 너무나도 공감할 수밖에 없었던 이틀의 공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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