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양미르 기자] [문화 生] "헌법 짓밟은 블랙리스트 사태 해결하라" 문화예술인, 헌법재판소 서다 ① 에서 이어집니다.

"예술이 예술로서 존중받을 수 있는 조건"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상황을 문화예술인들은 눈물로 말했다.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에 있는 헌법재판소 앞에서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박근혜퇴진과 시민정부 구성을 위한 예술행동위원회,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공익인권변론센터 등이 공동으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헌법소원 청구서 제출 기자회견을 열었다.

참가자들은 "이번 헌법소원은 박근혜 정권아래 문화예술계를 대상으로 광범위하게 행해진 지원배제명단, 소위 '블랙리스트'의 작성과 그 실행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점을 확인받고자 진행됐다"고 밝혔다. 최순실 국정농단 특검의 수사를 통해 블랙리스트에 의한 지원배제가 확인된 대표적 문화예술계 인사와 단체들인 연희단거리패 이윤택 예술감독, 연희단거리패(대표자 김소희), 서울연극협회(대표자 송형종 회장), 서울프린지네트워크(대표자 오성화), 윤한솔 연출, 그린피그(대표자 윤한솔), 시네마달(대표자 김일권), 정희성 작가가 헌법소원 청구인으로 참여했다.

이날 헌법소원 청구인 및 문화예술인 발언으로 오성화 서울프린지네트워크 대표, 방지영 서울연극협회 부회장, 김동연 서울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 이상길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부위원장, 배장수 한국영화제작가협회 상임이사가 참여했다.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오성화 서울프린지네트워크 대표
ㄴ 나는 서울프린지페스티벌이라는 예술 축제를 만들고 있다. 영광스럽게도 한국문화예술위원회로부터 2012년에 '다원예술분야' 다원성을 가장 잘 실현한 올해의 예술상으로 상금 3,000만원을 받은 그 축제다. 2012년에 그런 영광스러운 일도 있었지만, 그 해 저희한테는 굉장히 이상한 일도 참 많이 일어났다. 그건 조금 있다가 말씀드리려 한다. 나는 지난해 말과 올해 초에 SBS 보도를 통해서 이렇게 두 번 방송을 탔던 단체이자 사람이다.

첫 번째는 정치적인 영향력이 큰 단체로 서울프린지페스티벌을 지원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말에 놀랐다. 정치적인 영향력이 크다는 것이 무슨 뜻일까? 두 번째로 "예술계에 굉장히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곳이고, 굉장히 중요하고 효과성이 크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지원에서 배제했을 시 현장예술가들의 반발도 심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표 개인의 문제가 커서 지원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두 번 언론에서 만났다. 그 실상이 뭔지 아직 모르겠다.

프린지라는 곳은 일정한 룰을 지키고, 동의하면 누구나 작품을 낼 수 있는 그런 축제다. 다시 말하면 선택 당해지는 곳이 아니라, 내 선택에 의해서 축제에서 작품을 선보이고 대중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선별하지 않는다는 게 한국 사회에서는 굉장히 독특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출발선을 같이 하고, 조건을 동일하게 해서 예술가들한테 기회를 준다는 것이 프린지가 지향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성과지상주의적인 우리 사회에서는 조금은 다른 운영원리로 일시적인 다른 사회를 만들어내는 그런 축제다.

경쟁보다는 협력과 지지의 축제를 만들면서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한다. 물론 이런 축제에는 특정한 가치를 표출하기 위해서 나오는 사람들도 분명히 있다. 특정 사회 문제를 다시 제고하고 싶어서 나온 사람도 있다. 하지만 그것보다는 굉장히 많은 이유들이 있다. 지금 대통령 선거를 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프린지페스티벌에 참여하는 예술가들은 문재인부터 심상정 후보까지, 그리고 홍준표 후보와 유승민 후보 등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을 것이다.

▲ 지난해 열린 서울프린지페스티벌 포스터

2012년 이야기를 다시 한다면, 그때는 작품들이 날이 서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렇게 평가했던 해다. 그때는 대통령 선거가 있었던 해이기 때문에, 예술가들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들이 조금 더 거칠게 표현이 되거나, 조금 더 자극적으로 표현이 되거나, 굉장히 다양한 소재들이 많이 나왔던 걸로 비평가들이 기억을 하고 있다.

전반적인 경향은 삶의 풍경을 그리는 특수 세대 층에 대한 이야기를 담는 작품도 많았지만, 예술 자체를 탐구하는 작품도 많았다. 그 해엔 사회 현실을 그리는 작품들이 많았다. 'BBK라는 이름의 떡밥', 배를 영어로 쓴 'Ship, Ship, Ship 새끼들'이라는 작품도 있었다. 그만큼 엄청난 정치의 해라는 걸 상기시켰던 작품이고, 당시부터 본격적으로 드러났었던 학교폭력을 주제로 삼았던 작품들도 많았다.

참 신기하게도 그해 저희한테 또 큰 사건이 있었다. 당시 대통령 후보들이 프린지를 방문하겠다는 전화를 엄청나게 받았다. 당시 집요하게 연락했던 후보가 박근혜 후보였다. 비서는 구속된 조윤선 전 문체부 장관이었다. 보좌관으로부터 수없이 많은 전화를 받은 끝에, 저희는 "축제 사무국과 당시 대통령 후보가 만나는 자리를 만들기는 어렵다"며 10번의 통화를 거친 후에 거절을 했다. 관람객으로 축제를 방문하는 것은 언제든지 환영한다고 대답을 했다.

지금 그런 생각을 한다. 후보 시절에 재래시장을 가서 시장의 어떤 국밥 파는 상인과 악수를 하면 그 가게가 대박이 난다는 이야기가 있다. 사진도 걸려 있는데, '그 당시에 악수를 했으면 매년 제작비를 마련하기 위해서 애를 써야 하는 민간단체의 어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었을까? 어렵지 않게 펀딩을 하기 위해서 오히려 주목받는 축제가 되지 않았을까?'라는 이런 고민들도 하고 있다.

나는 프린지에 대한 이야기를 이렇게 생각한다. 현재 김기춘, 조윤선의 재판 과정들을 지켜보면서 서울프린지페스티벌이 2013년 말부터 찍혀서 내려왔다고 지금 공판 과정에서 드러나고 있다. 프린지는 특정 정치세력들이 모여 있는 그런 그룹이 아니다. 프린지는 어떻게 보면 개인주의, 자유주의를 표방하는 사람, 출발선이 동일하기를 원하는 사람이 훨씬 더 많이 있다. 이 말은 박근혜 정부가 프린지를 찍어서, 통제가 안 되는 사람, 길들여지지 않는 사람의 싹을 죽이겠다는 뜻이었던 것이고 그 본보기로 프린지를 잡았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예술이 상품화되는 것도 거부하고, 어떤 공공의 세력에 휘둘리는 것도 거부하는 조직이다. 국가기관은 내 예술이 얼마나 효용성 있는지, 예술적 가치가 얼마나 뛰어나는지 증명을 해야 공적 기금을 받을 수 있다. 기업에서는 내가 그것에 후원을 했을 때,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 확인이 되어야 협찬을 해준다. 프린지는 이 두 가지를 다 거부하고 있다. 예술이 예술로 존중받을 수 있는 조건은 공공기관이 아니고, 기업의 사회 공헌도 아니다. 프린지는 이 두 가지를 모두 양보하고, 개인들이 모여서 하고 있는 새로운 섹터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그런 지향을 가지고 통제가 안 되는 사람으로 살았음에도, 지금의 상황이 저희를 위축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억울하고, 불안하고, 가슴에 멍울이 잡히고, 헌법소원의 과정이 나라는 사람이 프린지를 둘러싼 수많은 사람이 국민으로 인정받는 하나의 계기가 될 수 있도록 현명한 판단 변호사님들의 도움을 요청드린다.

방지영 서울연극협회 부회장
ㄴ 이 모든 저희들의 움직임은 과거를 잊지 말고 정확히 직시하자라는 행동이라고 보인다. 2014년 서울연극제는 대관 탈락 사태로부터 출발을 했다. 그러면서 블랙리스트를 직감하게 됐다. 그 가운데 서울 연극인들은 굉장히 많은 상처를 받았다. 상처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내부적으로 자기검열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우리 스스로에게 문제가 있어서, 이런 일들이 오는 것은 아닌가, 물론 서울연극제를 진행하는 서울연극협회 자체도 저희들이 강력한 의견 제시와 문제제기가 반대로 서울연극인들에게 더 큰 피해를 주는 것은 아닌가 하며 엄청난 자기검열을 했었다.

오늘 이 자리는 헌법정신을 준수하는 한 시민으로, 연극인으로, 헌법을 통해 말하고 싶어서 이 자리에 섰다. 기본법을 침해당하는 연극이니 예술가가 자유로이 시대정신을 말할 수 있도록 그 답을 달라. 다음주부터 2017년 서울연극제가 시작한다. 시대의 아픔이 있었지만, 그걸 딛고 저희는 다시 예술 정신을 논할 것이다. 저희에게 답을 달라. 기다리겠다.

 

김동연 서울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
ㄴ 블랙리스트 대응 영화인 행동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번 헌법소원은 반드시 관철돼야 한다. 이것은 비단 박근혜 정권의 일이 아니라, 이미 이명박 정권 때부터 계속된 일이다. 이명박 정권 때 문화예술계는 대대적인 시민 감사를 받았고, 그 결과로 많은 독립영화인들이 탄압받았다. 이미 독립영화전용관이 강제 휴관을 당했어야 했고, 영화인들이 제작을 하는 미디어센터 역시 광화문에서 쫓겨났어야 됐다. 이런 부분을 지속적으로 비판해왔었다. 그렇기 때문에 초기에 박근혜 정부가 문화융성이라는 기치를 내걸었을 때 정말 잠깐 어리석게도 환영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문화융성은 허울에 불과했었고, 그 이전에 영화를 마음대로 자르던 망령의 시대로 다시 되돌아갔던 것 같다. 영화계는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다. 정치적인 내용으로 박근혜를 묘사했다는 이유로 '자가당착'이라는 영화는 계속 제한상영가를 받아야 했다. 국가보안법을 다룬 '불안한 외출'은 개봉과정에서 고발되기도 했다. 너무나 잘 알다시피 '다이빙벨'을 틀었다는 이유만으로 부산국제영화제 위원장이 고발되고, 예산이 삭감되는 초유의 사건들이 일어나고 있다. '다이빙벨'을 배급했다는 이유만으로 소중한 배급사 '시네마달'이 어려움을 겪고 각종 지원에서 배제되고 있다.

뿐만아니라 비판적인 독립영화를 틀었다는 이유만으로, 많은 극장들이 영비법에도 보장돼 있는 예술영화 전용관 사업을 강제로 폐기당해야 했다. 영화진흥위원회는 독립영화계 뿐만 아니라 모태펀드를 통해서 상업영화에 대한 지속적인 탄압을 했던 것으로도 확인이 됐다. 이 모든 것들이 명명백백하게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2017년 사업은 사퇴해야 되는 영진위 김세훈 위원장 아래 모든 것들이 진행되고 있다.

이것은 블랙리스트로 인해 지원을 배제 당했다는 것만큼 모욕스럽고, 정말 굉장히 우리 영화인들을 힘 빠지게 하는 그런 일이다. 이번 헌법소원을 통해서 반드시 이런 일들이 반복되지 않도록 문화예술계가 힘써 모아서 싸울 것이다. 또한, 여러 단위의 지지도 부탁드린다.

 

이상길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부위원장
ㄴ 저희 영화노조는 조합원 중에 2,300명 정도가 어처구니없게도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다. 블랙리스트로 어떤 피해를 보았는지 이야기를 많이 하신다. 경제적으로 혹은 금전적으로 어떤 피해를 보았는지, 많이 물어보신다. 저희는 영화노동자인데, 사실 뭐 그런 피해를 받을 어떤 사업을 한다거나 한 적은 없다. 그런 생각도 못하는 것이다. 일자리에 선택권이 있는 것처럼, 실제로는 보이지만 먹고사는 현실에서 딱히 뭐 그런 선택권이란 걸 가져본 적도 없다. 그나마 다양한 영화 일들을 하면서 표현의 자유를 간접적으로 누리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블랙리스트가 이런 식으로 용인된다면, 정권의 입맛에 맞는 영화 그런 데서 일을 하게 될 것이다. 간접적으로 그렇게 표현의 자유를 맛봄에도 불구하고, 그런 것조차 앗아가는, 양심의 자유를 침해당하는, 혹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당하는 그런 지경에 처할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이런 양심과 표현의 자유라는 기본권조차 노동자에게서 박탈하는 블랙리스트를 강력하게 규탄하는 바다. 그리고 문제가 바로잡아질 때까지 계속 행동을 지속할 것이다.

배장수 한국영화제작가협회 상임이사
ㄴ 2015년 2~3달 동안 모태펀드 관련해서 일고 있는 의혹을 조사한 바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 모태펀드 관계자, 그리고 영화인들 두루두루 만나고 돌아다녔다. 취재하는데 상당히 어려움을 겪었고, 그들로부터 외면당하기 일쑤였다. "모른다. 그럴 리가 없다"는 말을 듣기 일쑤였다. 그렇게 부당한 심사를 하고, 그런 심사가 이뤄지도록 시스템을 만들고, 수수방관하면서 협조한 이들이 지금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번 헌법소원을 계기로 해서 그들에 대한 처벌도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때 그렇게 모른다고 했던 이들 중에는, 그때 협조하고 지금 와서는 피해자처럼 행세하는 이들도 있다. 이들 또한 블랙리스트, 모태펀드 관련해서 일어났던 영화계 일련의 사태에 협조한 이들과 똑같다. 그들도 역시 처벌해야한다고 생각한다. 헌법소원을 계기로 그들에 대한 처벌도 이뤄질 수 있도록 한국영화제작가협회는 여러 영화단체들과 함께 행동을 같이 하도록 하겠다.

mir@mhns.co.kr 사진ⓒ문화뉴스 MHN 권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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