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화와 갈등이 유발되는 두 사람과, 오히려 서로를 의지하며 돈독해지는 두 사람 간의 차이에 대하여.

[문화뉴스=아띠에터 칼럼그룹] 싱그러운 녹색의 계절이 다가오고 있는 5월이지만, 세월호 사고 이후로 가라앉은 분위기가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무거운 봄이다. 모두가 힘겹게 견뎌내고 있는 이 시간들 속에서, 아직 미처 끝마쳐지지도 않은 이번 일과 직결된 유가족들의 아픔은, 차마 그 크기와 깊이가 어느 정도일 거라 짐작할 수조차 없다. 또한 일차적인 피해자에 미치지는 못하나, 지금 우리 모두는 암묵적이고 예견할 수 없는 사고의 위험 앞에 긴장하고, 기분이 조금 나아지다가도, 이렇게 금세 괜찮아지고 잊어서는 안 될 것 같은 공동의 죄책감으로 우울해져 있는 위험한 시기이다.

실제로 자녀를 잃은 가정은 이전과 같기 힘들고, 부부가 우울증이나 이혼과 같은 어려움에 이르게 되는 경우도 많다. 가장 행복한 순간을 공유했던 동반자가 이제는 가장 아픈 부분에 대해 떠올리게 만드는 이가 되기 때문이다.

   
 

이번 사고를 겪으며 떠올랐던 영화 '래빗홀'에서는 갑작스런 아들의 죽음을 다른 방식으로 받아들이고 해결하려는 부부의 모습을 다룬다. '니콜 키드먼'과 '아론 에크하트'가 주연을 맡고, 헤드윅으로 유명한 '존 카메론 밋첼' 감독이 제작한 이 영화에서, 남편인 '하위'는 아들과의 추억을 간직하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 싶어 하지만, 아내 '베카'는 아들을 잃은 슬픔과 죄책감에서 헤어 나오지 못해, 아들의 흔적을 하나하나 지우고, 그 기억이 남아있는 장소마저 떠나고 싶어 한다. 

외부에 어려움이 닥쳐왔을 때, 가장 그 상황에 대해 잘 알고 공유하고 있는, 그래서 서로를 의지하며 힘을 내어야 할 것 같은 두 사람은, 오히려 불화와 갈등에 부딪히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불화가 생기는 이들과, 서로를 의지하며 마음을 위로하고 돈독해지는 이들 간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얼마 전,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이런 시국에 슬퍼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ㅋㅋ'거리며 놀 궁리만을 하는 남자친구가 한심하다는 한 여성의 글이 올라온 적 있다. 그리고 이 글은, 자신의 기준으로 상대를 평가하고 비난한다는 점에서 또 다른 이들에게 비판받기도 했다. 두 사람에게 닥친 일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리고 그 사안에 대해 두 사람이 같은 입장에 있는지는 중요한 차이를 가져온다. 그렇지 않아도 해결해내기 힘든 상황에서, 가장 나를 이해하고 위로해 주었으면 하는 대상이 나와는 다른, 혹여 대립되는 태도를 보인다는 것은 더욱 예민하게 받아들여지기 쉽고, 애써 누르고 있는 분노와 해소되지 않는 감정을 풀 곳을 찾지 못했던 우리는, 알맞은 대상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가장 가까운 이에게 그 감정을 화풀이하듯 표출하게 된다.

 

   
 

그러나, 사람마다 슬픔을 느끼는 방식도, 그것을 표현하는 방식도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나의 방식이 유일하게 옳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인지하는 것 말이다. 서로가 예민해져 있는 상황에서, 우리가 해야 할 것은, 서로에게 더 상처를 내는 것이 아니라, 그의 탓이 아닌 일로 비난하지 않고, 내가 지금 느끼는 감정과 생각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것이다. '지금 나는 당신을 비난하는 것이 아니에요. 위안과 위로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하고 있으니, 도와줘요.' 이런 마음을 돌리지 않고 가능한 진솔하게 이야기하는 것, 그리고 상대의 도와달라는 신호를 민감하게 캐치하는 것. 모두의 마음을 힘들게 하는 사건과 사고가 끊이지 않는 잔인한 올해의 봄, 서로에게 위안처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그러다 보면 '래빗홀'에서 베카의 어머니가 말했던 것처럼, 도저히 감당되지 않을 것 같은 버거운 슬픔이, 사라지지는 않지만, 언젠가는 주머니에 넣고 다닐만큼 조약돌만한 크기가 되어, 조금은 견딜만해 질지 모른다.

 
[글] 아띠에떠 미오 artietor@mhns.co.kr 

미오(迷悟): 좋아하는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의 여주인공 이름이자, '미혹됨과 깨달음'을 통틀어 의미하는 말.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심리학, 연세대 임상심리학 석사 과정을 마치고, 현재 임상심리전문가로 활동 중이다. * 아띠에터는 문화뉴스 칼럼니스트 그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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