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KBS 대선 후보 토론

[문화뉴스 MHN 석재현 기자] 5월 9일 대선까지 3주도 채 남지 않은 시점이다. 선거가 다가올수록, 대한민국 온 국민의 관심사는 자연스레 이번 대선에 출마하는 후보들이며, 가족이나 친구, 직장동료 간의 주요 화젯거리도 당연히 대선이 차지하고 있다.

우리가 쉽게 지나치는 길거리에서도 그 관심사를 느낄 수 있다. 심심찮게 들려오는 대선 후보들의 선거 로고송과 그들의 선거 유세가 이제는 귀에 익숙해지고 있다. 그런데 후보들이 사용하는 로고송, 그들이 왜 채택했는지 아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이 없다. 그래서 각 대선 후보들이 사용하는 로고송과 채택 이유를 짧게나마 소개해보고자 한다.

기호 1번 문재인 후보(더불어민주당)

- 로고송 : '엄지 척'(홍진영), 'Cheer Up'(트와이스), 'Run To You'(DJDOC), '순정'(코요테), '영원한 친구'(나미), '남행열차'(김수희), '페스티벌'(엄정화), '부산갈매기'(문성재), '귓방망이'(배드키즈), '내꺼하자'(인피니트), '간 때문에 비행기 우리 모두 메들리', '오로나민C CM송'

더불어민주당의 문재인 후보는 총 12곡을 로고송으로 선택했는데, 대선 후보 중 가장 많은 로고송을 보유하고 있다.

먼저, '엄지 척'은 문 후보의 번호인 기호 1번을 상징하고, '영원한 친구'는 문 후보가 국민과 소통하는 친구 같은 대통령이 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또한 '남행열차'와 '부산갈매기'는 영·호남을 비롯해 충청·강원·제주·수도권 가리지 않고 골고루 지지를 받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뜻이 내포되어 있다. 그 외 '오로나민C'는 삶에 지친 국민에게 활력소 같은 정치를 펼치겠다는 의미를 담기 위해서, '내꺼하자', '순정', '귓방망이', '간 때문에 비행기 우리 모두 메들리' 등은 유세단의 율동이 돋보일 수 있는 점에서 선곡했다.

기호 2번 홍준표 후보(자유한국당)

- 로고송 : '앗! 뜨거'(박현빈), '귀요미송'(하리), '아! 대한민국'(정수라), '음오아예'(마마무), '무조건'(박상철), '비행기'(동요), '백학'(모래시계 주제곡), '자유한국당송'

자유한국당의 홍준표 후보는 '당당한 서민 대통령'이라는 슬로건을 내걸며, 그 슬로건에 걸맞은 로고송 8곡을 공개했다. 또한, 홍준표 후보의 캐릭터를 강조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귀요미송'과 '음오아예'는 젊은 층인 2, 30대에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한 홍 후보의 전략이 돋보인다. 그리고 대중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 트로트 가수 박현빈과 박상철의 히트곡인 '앗! 뜨거'와 '무조건'을 통해 '서민대통령'으로 대한민국을 이끌겠다는 그의 의지가 담겨 있다. 그리고 '아! 대한민국'은 보수층의 애국심을 호소하기 위해, '백학'은 드라마 '모래시계'의 실제 모델인 홍 후보를 모티브한 점에서 사용하기로 한 것. 그 외 순수 창작곡인 '자유한국당 송'을 로고송으로 쓰고 있다.

기호 3번 안철수 후보(국민의당)

- 로고송 : '그대에게'(신해철), '민물장어의 꿈'(신해철), '국민이 이깁니다', '국민의당 당가', '떴다떴다 안철수'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총 5곡을 로고송으로 공개했다. 그의 로고송은 전반적으로 '새로운 대한민국, 미래를 꿈꿀 수 있는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안 후보의 강한 의지가 반영되어있다.

주목할 점은 안철수 후보가 가수 신해철의 노래 '그대에게'와 '민물장어의 꿈'을 사용했다는 점인데, 이는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법(일명 신해철법)' 통과를 주도하면서 신해철의 유가족과 맺은 인연 때문이다. 안 후보가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신해철의 유가족은 그의 곡을 로고송으로 사용하는 걸 흔쾌히 허락했다. 한편, '국민이 이깁니다', '국민의당 당가', 그리고 '떴다떴다 안철수'는 '변화와 개혁, 통합과 미래로 가는 대한민국, 모두가 잘사는 대한민국'의 의미를 친근하고 경쾌한 음악에 맞춰 전달하고자 선택한 창작곡이다.

기호 4번 유승민 후보(바른정당)

- 로고송 : 'Cheer Up'(트와이스), '샤방샤방'(박현빈), '파란 나라'(혜은이), '고등어'(노라조)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문재인 후보와 같은 곡인 트와이스의 'Cheer Up'을 포함하여 총 4곡을 로고송으로 채택되었다. 같은 가수의 같은 곡을 공교롭게도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문 후보의 'Cheer Up'과 달리, 유 후보의 'Cheer Up'은 두 가지 버전(댄스 버전, 어쿠스틱 버전)으로 만들어졌다. 이뿐만이 아니다. 원곡 'Cheer Up'의 킬링파트이자 온 국민이 다 아는 'Shy Shy Shy'를 '4 4 4'로 개사해 유승민 후보 번호인 4번을 강조하고 있다는 게 인상적이다. 그리고 유 후보가 '보수의 새 희망'이라는 선거 구호에 걸맞게 가수 박현빈의 '샤방샤방'을, 소속정당인 바른정당의 정당 색인 파란색을 강조하고자 '파란 나라'를 채택했다. 그리고 바른정당은 출퇴근용으로 제작해 공식 발표하지 않은 '상어가족'도 있다.

기호 5번 심상정 후보(정의당)

- 로고송 : '붉은 노을'(이문세),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윤민석), '질풍가도'(유정석)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선거유세용으로 채택한 로고송은 가장 적다. 그런데도 '과감한 개혁, 적폐청산, 노동이 당당한 나라' 등의 그의 메시지를 아주 잘 전달되고 있다.

먼저, 심 후보는 개혁의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광화문 촛불집회 때 자주 불렸던 윤민석의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를 선택했다. 곡 제목부터 그의 이미지를 대변했다. 그리고 '질풍가도' 또한 과거 촛불시위 집회 때부터 자주 사용되어왔던 곡으로 심상정 후보를 어필하고 있다. 가수 이문세의 명곡 중 하나인 '붉은 노을'은 멜로디가 힘차고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진 노래이기에 유권자들이 쉽게 기억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심 후보가 선택했다. 그리고 친숙한 노래에 주요 공약을 귀에 쏙쏙 박히게 가사로 풀어쓴 것도 인상적이다.

주요 후보들이 채택된 로고송을 보면 몇 가지 특이한 점을 발견할 수 있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로고송으로 사용된 신해철을 제외하고, 트와이스와 박현빈, 그리고 '귀요미송'과 '귓방망이'를 작곡한 단디의 노래가 서로 다른 후보들이 사용하고 있다는 걸 볼 수 있다.

▲ ⓒ 단디 인스타그램

문재인 후보('귓방망이')와 홍준표 후보('귀요미송')의 로고송 원작자 단디는 "대중들이 좋아해 주는 것과 달리, 대선 후보들로부터 선택받아 영광이면서 한편으로는 얼떨떨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내가 만든 음악들이 대선에 사용되는 것도, 대중들이 좋아해 주었기 때문에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또 하나는 다섯 후보들의 로고송이 전반적으로 빠른 템포의 댄스나 트로트 음악이 많이 사용되었다는 점을 볼 수 있다. 이유는 간단했다. 특정 연령층에 한정되지 않고,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대중성과 개사가 쉬운 멜로디와 박자, 그리고 후렴구 등 정확하게 가사를 전달할 수 있는 부분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 영화 '특별시민'

뒤집어 말하면, 다섯 후보 공통으로 최근 국내 가요계에서 유행하고 있는 힙합 장르의 노래를 로고송으로 쓰지 않았다는 것도 확인할 수 있다. 26일 개봉예정인 영화 '특별시민'에서도 서울시장에 출마하는 '변종구'가 랩을 선보이며 사람들을 사로잡는 게 나오는데, 아쉽게도 이번 대선에는 볼 수 없다. 아무래도 전 연령대(특히 중장년층)가 받아들이기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syrano@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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