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서울연극제 공식참가작 극단 골목길의 박근형 작 연출 만주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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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형(1963~)은 1985년 극단 76에 입단했다. 이후 1991년 <춘향>(1991)으로 데뷔했다. 그 후 극단 76과 함께 <아스피린>(1994), <쥐>(1998), <만두>(1998)를 올렸다. 1999년 <청춘예찬>으로 연극계의 주목과 찬사를 받았다.

그는 2001년부터 극단 골목길을 이끌고 있다. <귀신의 똥>(1999), <이자의 세월>(2000), <물속에서 숨 쉬는 자 아무도 없다>(2001), <삽 아니면 도끼>(2002), <대대손손>(2003), <집>(2003), <삼총사>(2003), <선창가>(2005), <돌아온 엄사장>(2007), <백무동에서>(2007), <경숙이, 경숙이 아버지>(2008), <너무 놀라지 마라>(2009), <아침 드라마>(2010), <처음처럼>(2011) <햄릿 업데이트>(2011), <전통에서 말을 하다>(2012), <전통에서 춤을 추다>(2012) <청춘예찬(2013)> <시대유감(2013)> <피리 부는 사나이(2013)> <베키 쇼(2014)> <로미오와 줄리엣(2014)> <만주전선(2014)>를 집필 연출했다.

김상렬 연극상(2005), 올해의 예술상(2005)동아일보 차세대를 이끌고 갈 연출가 1위 선정(2003)되고, 평론가협회 올해의 연극 BEST 3 - 대대손손(2000), 동아연극상 작품상, 희곡상 - 청춘예찬(2000), 백상예술대상 희곡상 - 청춘예찬(2000), 문화관광부 장관상(1999) KBS 문예진흥원 공동주관【발굴 이사람】선정(1999), 평론가협회 작품상,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 청춘예찬(1999), 청년예술대상 희곡상(1999), 연극협회 신인연출상, BEST 5 작품상 - 청춘예찬(1999)을 수상했다.

<만주전선>의 배경이 되는 만주국은 1932년(대동 원년)의 건국 시에는 수상으로 정샤오쉬가 취임했고, 1935년(강덕 2년)에는 만주의 독립선언을 발표한 둥베이 행정위원회 위원장 장징휘가 수상으로 취임했다. 그러나 실제 정치 운영은 만주주둔 일본제국 특명전권대사 겸 관동군 사령관에 의해서 이루어졌다. 원수는 수상과 각료를 비롯해 관리를 임명하여 관제를 정하는 권한이 주어졌지만, 관동군이 실질적으로 만주국 고급 관리의 임명이나 파면을 결정하는 권한을 갖고 있었으므로, 관동군의 동의가 없으면 임면할 수 없었다. 또한 공무원의 약 절반을 일본인이 차지하고 있었다. 관동군은 일본인을 만주국 정부의 각 행정관청의 장·차장으로 임명시켜 실권을 잡게 했다. 이것을 내면지도라고 불렀다. 즉 만주국은 정치나 경제부문에서 일본인이 운영하는 껍데기뿐인 일본의 괴뢰 국가였다. 중국인들은 이러한 일본인의 만주지배에 대해 항의나 항거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으니, 조선인들이야 더 말해 무엇 하랴? 이 극에서처럼 만주에서 활동하고 있던 조선의 독립군이나, 광복군을 조선인들까지 비적이라 여겼던 것도 어쩔 수 없었던 사실이다. 이 극에 등장인물들이 하나같이 창씨개명을 하고, 일본인들같이 옷을 입고, 당시 유행하던 우리 가요를 일본어로 부르고, 만주 일본군관학교에 입학해, 일본장검을 뽑아들고, 일본을 위해서는 목숨을 바치겠다는 각오와 결의를 드러내는 모습은 불과 100여 년 전의 우리의 선대의 풍경이다.

무대는 다다미방, 장지문 등 적산가옥의 내부다. 정면 장지문 위에 슈바이처와 한 남성의 사진이 걸려있다. 바닥에는 탁자와 방석이 놓이고, 쟁반에 작은 도자기 술병과 술잔을 들여다 음주를 한다. 벽에는 일본장검을 올려놓는 걸이가 있다. 무대 왼쪽이 출입구로 설정된다.

연극은 도입에 준수한 모습의 청년 가네다가 등장해 만주에서의 가족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시작된다. 자신의 할머니 세 사람과 관련된 이야기다. 이 적산 가옥에 살며 병원으로 출근하는 닥터 지바고를 연상시키는 의사 기무라, 그의 약혼녀인 나오미는 지바고의 연인 라라를 빼 닮았다. 게다가 나오미는 교회에서 공연할 연극의 소재를 찾고 있다. 여기에 만주 일본무관학교에 입학한 사나이다운 모습의 아스카가 등장해 환영을 받는다. 아스카는 장검을 뽑아들고 일본을 위해 목숨을 바치겠다는 결의를 하는데, 삭발한 모습과 여간 어울리는 게 아니다. 여기에 일본인 회사에 다니며 회장과 내연의 관계를 맺고 있는 미모의 여성 요시에가 나오미의 절친으로 등장하고, 마지막으로 아스카의 누이동생이자, 가수 지망생인 귀여운 모습의 게이코가 오빠의 군관학교 입학을 축하하러 등장한다. 그러나 게이코는 오빠 아스카의 반대로 가수지망을 포기하고, 교회연극에 합류한다. 이 남녀 여섯 명을 통해 당시의 조선인의 생각과 삶이 연극에 적나라하게 그려진다. 가수를 화류계로 여겼던 당대의 의식, 조선의 독립을 꿈속에서도 생각하지 못했던 대다수의 동포들, 정신적으로 기댈 곳은 기독교밖에 없었던 암담한 현실, 일본에 동화되지 않으면 생존이 불가능했던 당대의 상황이 하나하나 극에 묘사된다.

거기에 유부남인 일본인 회사대표와의 사랑이 결실을 맺지 못하고, 불륜으로 낙인찍혀 요시에는 잉태한 아이를 낳느냐 마느냐 하는 상황에 처하지만, 게이코가 자신이 그 아이의 어미가 되겠노라는 위대한 우정의 발로가 나오미는 물론 요시에를 감동시켜, 결국 3인의 여인이 태어날 아이, 즉 후에 아들임이 알려지지만, 아들의 세 어머니가 된다는 내용이다. 대단원에서 아기의 탄생과 함께 이 씨 성을 갖게 된 사연과 천정에서 내려뜨려 펼쳐진 일장기와 일본국가 연주음 속에 극은 마무리가 된다.

강지은이 교회연극을 준비하는 권 혁의 약혼녀, 권 혁이 의사, 정세라가 일본인의 씨를 밴 여인, 김은우가 군관학교 입학생, 이봉련이 가수지망생이자, 군관학교 입학생의 누이, 김동원이 해설자로 등장해, 6인의 출연자 전원이 성격창출에서나, 연기에서 발군의 기량을 드러낸다. 특히 권 혁은 오마 샤리프를 연상시키는 외모와 출중한 연기로, 김은우는 삭발과 어울리는 열연으로 갈채를 받는다. 이봉련도 깜짝 놀랄 성격창출로 폭소와 눈물을 이끌어 낸다.

무대감독 나영범, 무대디자인 정현조, 조명디자인 성노진, 홍보디자인 김근영, 음악 박민수, 의상 김민희, 소품 심재현, 오퍼 김태훈·남수현, 진행 안소영 등 스텝 모두의 열정과 기량이 조화를 이루어, 극단 골목길의 박근형 작·연출의 <만주전선>을 걸작연극으로 탄생시켰다. #문화뉴스 공연칼럼니스트 박정기(朴精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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