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리와 편향의 기로에 선 유튜브 알고리즘
검색 기록 삭제와 의도적인 다양한 정보 습득 필요

사진=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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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뉴스 전유진 기자] 페이스북, 유튜브는 전세계 사람들이 이용하는 서비스다. 하지만 나의 타임라인 혹은 추천 콘텐츠들은 내가 관심 있는 분야, 친구들, 외국의 것이라도 다수의 한국인들이 댓글을 남긴 콘텐츠들이다. 이런 식으로 나에게 맞춤형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이유는 ‘알고리즘’이 있기 때문이다.

‘유튜브 알고리즘이 나를 여기로 데려왔다’
‘계란을 검색하니 알고리즘이 이 영상을 추천해줬다’

종종 유튜브 댓글에서 볼 수 있는 반응이다. 유튜브에서 다음 영상을 자동으로 선택해주는 '자동재생' 옵션을 설정한 결과 나의 취향과 맞는 새로운 영상을 만나기도 하고, 가끔은 엉뚱하지만 왜 추천해주었는지 알 것 같은 영상들도 있다. 이런 추천 기능은 ‘알고리즘’ 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알고리즘은 사용자의 정보에 기반하여 어느 정보를 사용자가 보고 싶어 할지 추측하며 선별적으로 정보를 노출하고 원하지 않을 정보를 보여주지 않는다. 사실 알고리즘은 유튜브에만 등장하는 것이 아니다. 페이스북의 타임라인이 유저들마다 다 다른 것과, 네이버나 구글 등 포털 사이트에 검색한 결과 페이지가 사용자마다 다른 이유도 바로 이 알고리즘 때문이다.

언뜻 보면 알고리즘은 편리해 보인다. 실제로 IT기업에서 사용자들이 오랫동안 해당 서비스에 머물게 하기 위한 전략이 이  알고리즘을 활용한 개인 맞춤형 정보 추천 시스템이다. 하지만 알고리즘은 곧잘 ‘필터버블’로 연결되고, 이 필터버블은 결국 사람들이 세상을 보게 하는 시야를 편협하게 할 수 있다는 위험성을 지닌다. 이에 필터버블의 정의부터 역사, 특징, 우려점을 같이 알아보자.


     사진=유튜브
     사진=유튜브

◆ 필터 버블(Filter bubble, 정보 여과 현상)이란 무엇인가?

필터 버블이란, 정보제공자가 이용자의 관심사에 맞춰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여 이용자는 필터링된 정보만 접하게 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즉, 알고리즘이 기술이었다면 알고리즘으로 인하여 벌어지는 현상을 가리키는 용어이다.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알고리즘이 사용자의 정보에 기반하여 선별적으로 정보를 제공하는 개인화된 검색의 결과물의 하나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 사용자는 사용자만의 문화적, 이념적 거품에 갇히게 된다. 알고리즘을 통해 제공되는 콘텐츠만 접하다 보니 다양한 정보를 접하기 힘들고 자율적인 콘텐츠 선택이 어려워지는 것이다.


◆  엘리 프레이저, 필터버블의 위험성을 지적하다

필터 버블은 미국 온라인 시민단체 ‘무브온’ 이사장인 엘리 프레이저(Eli Pariser)가 쓴 책 ‘생각 조종자들(The Filter bubble)’에서 처음 등장한 개념이다.

엘리 프레이저는 필터버블의 위험성을 지적한다. 그는 그의 책에서 정보를 필터링하는 알고리즘에 정치적 혹은 상업적 논리가 개입되면 필터링을 거친 정보만을 받아보는 정보 이용자들은 모르는 사이에 정보 편식을 하게 되고 그로 인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가치관 왜곡이 일어날 수 있음을 우려한다.

또 사람 편집자가 어떠한 정보를 제공할 것인지 취사선택했던 때와 달리 개개인의 필터버블을 만드는 알고리즘은 윤리나 가치판단을 고려할 수 없을 지적한다.

필터버블은 한정된 정보만을 제공하기에 반대 성향을 가진 사람들의 글이나 새로운 정보, 보지 않던 분야의 뉴스 등을 접할 기회를 아예 없애 버린다. 이에 이용자들의 지식과 가치관의 확대를 방해하고 왜곡된 세계관, 편향된 현실인식으로 이끌 수 있다고 말한다.


        사진=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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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터버블의 특징

알고리즘을 통한 개인 맞춤형 정보 추천 시스템으로 인하여 이용자 입장에서는 방대한 정보 가운데 필요한 정보만 받게 된다. 그리고 좋아하는 콘텐츠, 자주보는 콘텐츠로 계속 데이터가 축적되면 사용자가 보지 않았던 다양한 갈래의 정보들은 완전히 사용자의 SNS에서 사라지게 된다. 결국 이용자는 기존에 관심있어 했던 정보, 가치관 등에 부합하는 정보만 제공받는 것이다.

이 원리를 광고계에서도 똑같이 사용한다. 광고 제공업체들은 사용자 정보를 바탕으로 사용자가 관심을 가질 만한 광고 콘텐츠를 내보낸다. 포털에 특정한 물품을 검색해봤다면, SNS 광고에 그 물품과 관련한 광고가 등장한 것을 본적이 있을 것이다.

필터버블을 만드는 원리는 크게 두가지이다. 첫째, 콘텐츠 기반 필터링이다. 콘텐츠의 유사성을 고려하여 추천해주는 것이다. 유튜브를 예시로 들자면 사용자의 유튜브 검색기록, 시청 영상 등의 정보를 바탕으로 사용자가 선호할 만한 영상을 추천해주는 것이다.

두번째는 협업 필터링이다. 이는 이 안에서도 크게 이용자 기반 추천과 아이템 기반 추천으로도 나눌 수 있다. 이용자 기반 추천은 취향이 비슷한 이용자들을 묶어 이들에게 비슷한 콘텐츠를 추천하는 방식이다.


◆  필터버블의 사례

엘리 프레이저는 TED 강연에서도 필터버블에 대한 우려를 이야기했다. 그는 진보적 성향을 지녔는데 어느 순간 자신의 페이스북에 보수적 성향의 게시글이 올라오지 않는다며 그 이유를 페이스북이 알고리즘을 통하여 자신의 피드를 필터링한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래서 그는 다른 정치색을 지닌 이들의 생각을 접할 기회를 빼앗겼음을 지적한다.

필터 버블은 2016년에 치러진 미국 대선을 계기로 다시한번 화두에 올랐다. 당시 많은 언론과 유권자들은 클린턴이 이길 것이라 예상했으나, 현실은 트럼프의 승리였다. 인터넷과 여론이 완전히 달랐던 것이다. 공유하는 인터넷 세상이 모두에게 똑같지 않음이 전면에 드러났다. 그러한 주요한 이유로 지적된 것이 SNS의 필터버블이었다.

실제로 대선 전 3개월 동안 가짜뉴스들은 기존 레거시 미디어의 기사보다 더 많은 반응을 받았다. ‘프란체스코 교황이 트럼프 지지를 발표했다’거나 ‘클린턴 후보가 ISIS에 무기를 판매했다’는 식의 가짜뉴스가 특정 성향을 가진 사람들에게 좋은 소식이기 때문에 그 그룹에서 빠르게 공유되고 확산력을 지녔던 것이다. 그게 가능한 이유는 일정한 그룹으로 묶인 이들에게 같은 정보를 추천해주는 알고리즘과 다른 사람들이 해당 사건을 어떻게 보는지 알며 현상을 객관적으로 살필 기회를 없앤 필터버블 때문이다.


사진=un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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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터버블, 무엇이 우려되는 걸까?

내가 원하는 정보만 추천해주는 필터 버블은 언뜻 보면 편리하고 좋아보인다. 하지만 이는 마치 편식과 같다. 내가 좋아한다고 패스트푸드만 계속 먹으면 몸 속의 균형밸런스가 깨지기 마련이다. 건강한 육체를 유지하려면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해야 한다. 사회를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눈을 기르고, 건강한 사고를 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의견의 콘텐츠를 접해야 한다.

필터버블은 편향성을 강화시킬 수 있는 악순환의 고리를 형성한다는 점에서 치명적이다. 점차 고정관념과 편견이 강해지고, 강해진 편견과 고정관념은 더 편향적인 컨텐츠를 불러온다. SNS을 통해 보여지는 세상이 곧 사회라고 인식할 가능성도 농후한 지점도 문제이다. 이에 같은 사회에 살고 있으면서 전혀 다른 곳에다가 대화를 하는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 가짜뉴스도 이러한 환경에서 더 잘 퍼지게 된다.

이처럼 필터 버블은 단순히 개인의 편견, 고정관념을 넘어 사회 전체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문제가 발생하면 이를 같이 논의하고 각자의 이해관계를 공유하며 해결점을 찾아가는 것이 중요한데, 형성된 그릇된 인식관계는 이를 아예 불가능하게 만든다.

무엇보다 필터버블은 가시적으로 드러나는 것이 아니고 점차 진행된다는 점에서 개인이 깨닫지 못할 가능성이 커 더욱 위험하다.


◆  편향된 정보 인식에서 벗어나는 방법

위와 같은 위험성으로 우리는 우리의 생각과 가치관과 부합하는 정보만 찾는 것이 아닌 종종 일부러 다른 입장의 사람들의 의견을 찾아보기도 해야 한다.

또 SNS와 검색 사이트가 사용하는 알고리즘이 나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 정확히 인식하는 것 역시 필요하다.

유튜브 내에서 시청기록 삭제나 검색 기록 삭제 등을 통하여 데이터를 삭제하여 알고리즘을 초기화하는 방법도 있다.

인터넷 제공업차도 알고리즘을 사용하고 있음을 숨기지 않고, 사용자를 기만하려 하지 않아야 하며 동시에 이러한 필터버블을 스스로도 보정하려는 노력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 

편리해보이는 알고리즘이지만 그에 갇혀서 내가 편향된 사고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닌지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건강에 좋은 약이 입에는 쓴 것과 같이 떠먹여주는 편한 정보, 나와 생각이 일치하는 편안한 정보들 말고 가끔은 불편하고 쓴 맛나는 정보를 찾아가야 개인의 가치관과 사회에 건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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