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식 서사 로맨스의 고전
베스트셀러 원작의 충실한 고증
12일 밤 10시 50분 EBS에서 방송

영화 콜드 마운틴(2003) 포스터
영화 콜드 마운틴(2003) 포스터

 

[문화뉴스 노만영 기자] EBS 세계의 명화가 12일 밤 10시 50분 영화 '콜드 마운틴(Cold Mountain)'을 방영한다.

2003년에 개봉한 콜드 마운틴은 주드 로와 니콜 키드먼 주연의 작품으로 안소니 밍겔라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1954년 1월 6일 영국의 남동부에 위치한 작은 섬 아일 오브 와이트에서 태어난 안소니 밍겔라는 이탈리아 이민가정의 둘째이며 첫 직업은 대학 강사였으나, 연극무대의 작가로 활동하며 영국과 유럽 등에서 호평을 받았다. 

영화계에 입문하기 전 라디오와 TV 극작가로도 활동했다. 1990년 직접 쓴 각본으로 '유령의 사랑'을 연출하며 감독으로 데뷔했으며, 같은 해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BAFTA)에서 각본상을 수상했다. 그 뒤 워너브라더스에서 '미스터 원더풀' 같은 로맨틱 코미디를 만들기도 했으나 그 이름을 전세계에 알린 작품은 캐나다 작가 마이클 온다체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잉글리쉬 페이션트'(1996)이다. 이후 패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재능있는 리플리씨'를 각색해 '리플리'(1999)를 만든 밍겔라는 또 한 번 오스카 각색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리플리는 콜드 마운틴을 준비하던 그가 불현듯 아이디어가 떠올라 먼저 시작한 작품이었다.

미국 남북전쟁을 배경으로 한 니콜 키드먼, 주드 로 주연의 콜드 마운틴(2003) 역시 장엄한 서사극에 일가견을 보인 그의 솜씨를 압축하고 있다. 그는 오페라 연출에도 관심을 가졌는데, 가장 성공한 공연은 2005년 영국 국립오페라극장에서 초연한 푸치니의 '나비 부인'이다. 2008년 2월 아카데미 시상식에는 그의 손길이 닿은 2개 작품이 후보작으로 올랐는데, 틸다 스윈튼에게 여우조연상을 안긴 '마이클 클레이튼'을 제작했고, 작품상과 감독상 후보로 올랐던 '어톤먼트'에서는 밍겔라 영화 인생 최초로 인터뷰어로 출연하기도 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지난 2008년 3월18일 54세의 나이로 세상을 떴다. 사인은 대량출혈로 편도선 종양 제거 수술을 받은 뒤 입원해 경과를 지켜보던 중 치명적인 출혈이 발생해 사망했다고 알려졌다.

줄거리

미국 남북전쟁이 한창이던 1864년, 유혈이 낭자한 전쟁의 와중에도 인먼(주드 로)은 전장으로 떠나오며 나눴던 뜨거운 키스의 추억을 떠올리며 사랑하는 연인 에이다 먼로(니콜 키드먼)의 사진을 들여다보기에 여념이 없다. 그러다 남군 병사인 인먼은 전투 중에 중상을 입고 버지니아 병원에 입원해있던 도중 목숨을 건 탈영을 감행한다. 고향인 노스캐롤라이나주의 콜드 마운틴에 있는 에이다를 만나기 위해서다. 한편, 에이다는 무수한 위협과 유혹 속에서도 생사조차 알 길이 없는 인먼이 살아서 돌아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린다. 유일한 혈육인 아버지(도널드 서덜랜드)를 여의고 황폐한 농장에서 생존의 투쟁을 치르고 있는 에이다는 그렇게 인먼을 기다린다.

그와 동시에 영화는 과거로 플래시백되면서 두 사람이 애틋하게 마주친 전쟁 전의 순간들과, 현재 전쟁으로 인해 이별하게 된 두 사람이 각자 겪는 고통의 시간들을 교차시킨다. 그런 에이다 앞에 떠돌이 산골 처녀 루비(르네 젤위거)가 나타난다. 외향적인 성격의 루비는 곤경에 처한 에이다를 돕게 되고 에이다는 그 힘으로 농장을 재건하고자 한다.

한편, 인먼은 귀향길에서 흑인 노예를 임신시킨 목사(필립 세이무어 호프먼), 북군에게 겁탈당한 여자 사라(나탈리 포트만), 산 속에 살면서 탈영병들을 유인해 의용대에게 팔아넘기는 주니어(지오바니 리비시), 탈영병들을 잔인하게 사냥하는 의용대 대장(레이 윈스턴) 등과 만나면서 기절하기도 하고 때로 고문당하기도 하면서 전쟁이 불러온 비극을 체감하게 된다.

주제

콜드 마운틴은 미국 남북전쟁을 배경으로, 전쟁으로 헤어진 연인과 전쟁 이면의 황폐한 미국의 삶을 그리고 있다. 무엇보다 안소니 밍겔라의 '잉글리시 페이션트'와 콜드 마운틴은 베스트셀러 소설을 영화화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두 작품 모두 영화화가 힘들 것이라는 평가를 들었던 작품이지만 그는 '사랑의 힘'이라는 주제 아래 영화화에 성공한 것이다. 인먼과 에이다는 전쟁으로 인해 헤어지기 전 어색한 첫 키스를 나눈 사이이기에, 그 사랑이 진짜인지 서로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도 애타게 서로를 갈구한다. 다시 확인하기 힘든 그 순간의 감정에 목숨을 걸고서 두 사람은 간절히 다시 만나길 기대하는 것이다. 서사시의 대가 안소니 밍겔라는 사랑과 전쟁이라는 거대한 두 개의 주제를 그렇게 꼭 붙들고 있다. <콜드 마운틴>의 격랑의 시대를 헤쳐간 두 남녀의 뜨거운 러브스토리이자, 근대 미국의 쓸쓸한 자화상이다.

 

감상 포인트

잉글리시 페이션트의 기억, 혹은 찰스 프레이저의 원작이라는 사실에서 자동적으로 연상되듯 콜드 마운틴은 전형적인 아카데미용 서사 멜로드라마다. 그것을 채우고 있는 것은 역시 배우들의 화려한 면면이다. 이미 '리플리'에서 주드 로와 호흡을 맞춘 바 있는 안소니 밍겔라는 리플리의 화려함 이면에 숨겨져 있던 주드 로의 어두운 내면을 끄집어낸다. 자신의 것을 지켜내기 위해 세상과 싸우는 니콜 키드먼의 모습은 최근 개봉작 '오스트레일리아'와 비교해 보면 흥미로울 것이고, 대자연에서 자란 거친 여자로 나오는 르네 젤위거는 그녀의 출연작들 중 가장 활달한 캐릭터가 바로 루비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요정처럼 등장하는 나탈리 포트만의 모습도 인상적인데 주드 로와 나탈리 포트만이 이후 클로저에서 연인 사이로 등장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무척 흥미롭다.

영화 제목이기도 한 콜드 마운틴은 인먼이 애타게 가고자 하는 고향이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것은 물론 전혀 개발되지 않은 풍광을 담은 곳이어야 했다. 실제 노스캐롤라이나주는 물론 미국 전역과 캐나다까지 물색했지만 적당한 장소를 찾지 못했고, 결국 휴가차 루마니아로 갔던 제작자 중 한 명의 추천으로 루마니아에 갔고 꿈에 그리던 장소를 찾아냈다.

[사진=EBS 세계의 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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