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극단의 김윤철 예술감독 이용찬 작 구태환 연출의 가족

[글] 문화뉴스 박정기 (한국희곡창작워크숍 대표)pjg5134@mhns.co.kr 한국을 대표하는 관록의 공연평론가이자 극작가·연출가.

[문화뉴스 MHN 박정기] 이용찬(1927~2003) 선생은 극작가, 우리나라 방송작가 1세대이다. 서울 생이다. 경기고등학교를 거쳐 연세대학교 철학과 졸업. 1956년 국립극장이 공모한 장막희곡 공모에 <가족> 입선, 데뷔했다. 선생은 전쟁으로 인한 전통적 가치관의 붕괴와 새로운 가치관의 대두를 작품의 주제로 삼은 1950년대 등장한 대표적인 신진 극작가 중 한 명이었다.

일제시대에 태어나 중학시절을 보냈고, 해방 후부터 오늘날까지의 모든 사회적 혼란의 시대를 예민하게 살아왔던 증인의 한 사람으로, 해방으로부터 6ㆍ25, 4ㆍ19, 5ㆍ16에 이르는 격변기, 그리고 암담했던 유신체제를 겪기까지 한국사회의 모든 크나큰 변혁과 혼란을 직접 목격하였으며, 동시에 그가 성장하면서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전통적인 가치와 질서가 새롭게 변화하는 사회에서 점차 와해되고 붕괴되는 과정을 생생하게 경험하였다.

이용찬 선생은 50년대 후반에 극계에 데뷔했다. 그 당시 창작극 계는 유치진, 오영진 등, 불과 극소수의 선배 작가들이 겨우 창작극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었을 뿐이며,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감각을 보여 줄 희곡은 오직 새로 등장하는 극작가에게서 기대할 수밖에 없었다.

선생의 데뷔는 바로 그러한 새 작가의 한 사람으로서 극계의 촉망을 받을 수 있었다. 그의 말에 따르면 그는 중학시절에 이미 주위로부터 문재(文才)를 인정받았고, 그때부터 장차 작가가 되리라는 마음을 품고 작가수업을 시작하였다.

1957년 <가족>이 국립극장 장막희곡 공모에 당선됨으로써 연극계에 정식으로 첫 발을 내디딘 선생은 1958년 단막 <모자>, 1959년 장막 <기로>, 1960년 장막 <삼중인격>, <피는 밤에도 자지 않는다>와 단막 <부부>, 1962년에 장막 <젊음의 찬가>, <고독은 외롭지 않은 것>과 단막 <표리>, 1963년에 장막 <푸른 명백>에 이르기까지 장막 6편, 단막 3편을 발표하였고, 라디오와 TV극을 쓰기도 했다.

구태환은 극단 수의 대표이자 연출가로 오클라호마대학교 대학원 석사출신이고 국립인천대학교 공연예술학과 교수다. <딸들의 연인> <나생문> <아일랜드> <북어대가리> <심판> <마땅한 대책도 없이> <친정엄마> <이름을 찾습니다> <러브이즈매직> <벚꽃동산> <선물> <친정엄마와 2박 3일> <기막힌 사내들> <휘가로의 결혼> <전설의 달밤> <삽 아니면 도끼> <달의 목소리> 그 외의 다수 작품을 연출했다.

2005 <나생문> 서울연극제 인기상 수상, 2006 <이름을 찾습니다> 거창연극제 대상작, 희곡상, 여자연기상 수상, 2007 <심판> 한국 연극평론가협회 선정 2007 BEST3, 2008 <고곤의 선물> 대한민국연극대상 무대예술상, 2009 대한민국 국회대상 올해의 연극상 <친정엄마와 2박3일> 등을 수상한 앞날이 발전적으로 예측되는 미남 연출가다.

 

무대는 이층가옥 형태의 조형물을 완만한 경사로 쓰러뜨려 설치해 출연자들이 딛고 연기를 한다. 네 개의 창문과 중앙에 현관문이 있고, 이층 쪽의 창문을 열고 마치 지하에서 올라오듯 출연자들이 등장하기도 한다. 가옥 앞쪽의 객석과 가까운 무대는 길거리나 통행로로 사용된다.

연극은 도입에 현관문에 등을 대고 누워 충격사를 한 아버지의 모습에서 시작된다. 이를 들여다보는 가족과 형사, 훤칠하고 잘 차려입은 형사가 모든 것을 덮을 수밖에 없다는 부르짖음 같은 대화에서 전체 조명이 암전되면서 아버지에게로 부분조명이 들어가면, 아버지가 일어나 생전의 모습으로 돌아가 연극이 시작된다. 시대적 배경은 해방 직후에서 6, 25사변, 그리고 초대 제헌의원선거와 제2대 국회의원 선거결과까지이다.

5, 60년 전 한국사회의 가부장적인 성격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예나 지금이나 출세지향적인 아버지의 성격이 잘 묘사가 된다. 당시의 가족의 삶과 생각이 현재와 별로 다를 바는 없지만, 현재는 부모를 포함한 가족이 아닌 개개인의 삶 위주로 변화하고 있기에, 절대군주 같은 아버지의 권위와 그 앞에 복종하는 신하들 같은 자녀들의 모습에서 다소 답답함과 거리감을 느끼게 된다. 진학문제, 취직문제가 다루어지고, 아들의 연애모습이 생생하고 아름답게 펼쳐지지만, 모든 것을 부모의 뜻에 따라야 하는 당시의 세태로 인해 결혼까지 예견되었던 아들의 연애는 부친의 일갈로 성사되지 않는다.

사변 발발과 괴뢰군의 등장, 당연히 피신을 해야 하는 아버지, 동란을 거치면서 경제적인 문제가 대두가 되고, 거기에 두 번째 국회의원 출마에서도 고배를 마시는 아버지가 선거비용 때문에 엄청난 빚을 지게 되니, 빚 갚기를 독촉하는 고리대금업자의 횡포와 빚 독촉은 예나 지금이나 다름이 없이 그려진다. 그런데 그 고리대금업자가 건물 난간에서 추락해 사망한다. 형사는 아버지에게 혐의를 둔다. 그러나 범행을 저지른 인물은 의외의 인물이다. 아버지는 그 충격으로 연극의 도입에서 쓰러진 위치에서 사망한다. 형사가 찾아와 부친사망사실에 모든 것을 덮기로 하겠다고 선언하듯 하는 장면에서 연극은 끝이 난다. 커튼 콜 후에 출연진과 관객이 지켜보는 가운데 무대 집형태의 조형물이 서서히 일어서는 장면에서 갈채와 함께 연극은 끝이 난다.

 

김정호의 아버지 연기가 명연으로 기억에 남는다. 이기돈의 장남 역 성격창출도 탁월하다. 박현미의 어머니 역, 홍아론의 차남 역, 정새별의 딸 역 역시 호연과 열연으로 갈채를 받는다. 김정환의 고리대금업자 역, 김희창의 아들친구 역, 조판수의 점포주인 역도 성격창출과 연기기량에서 수준급이다. 박완규....기억에 남는 형사 역 연기로 갈채를 받는다. 우정원....우울한 극에 생동감과 봄꽃 같은 향기를 흩날려 기억에 남는다. 문현정, 박초롱, 노상원, 나성우, 박소진 열정을 다한 성격창출과 호연으로 기억에 남는다.

무대 박동우, 조명 구태환, 의상 임예진, 음악 김태근 소품 송미영, 움직임 이영일, 분장 임영희, 음향 지미 세르(Jimmy Sert), 조명협력 박유진, 조연출 노현열, 조연출보 박종호 등 스텝진의 열정과 기량이 드러나, (재)국립극단의 김윤철 예술감독, 이용찬 작, 구태환 연출의 <가족>을 성공적인 공연으로 만들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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