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의 자연스러운 질감 살리는 데 중점
개인전 오는 17일까지 비트리 갤러리에서 열려
내년 2월 대만서 전시회 계획

[문화뉴스 조희신 기자] 몇 번의 작업 과정을 걸쳐야 탄생하는 도예는 그만큼 정성을 담아야 하기에 번거로움이 있다.

하지만 습도와 굽는 온도, 어떤 흙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저마다 다른 분위기와 예측할 수 없는 결과물이 탄생하는 매력에 사람들이 취미 생활로 많이 찾기도 한다.

이혜미 작가도 예측할 수 없는 결과물에 재미와 매력을 느껴 도예를 하고 있다. 그런 작가의 작품 오브제뿐만 아니라 실용적인 면도 지니고 있는 '은기'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은빛 손으로 빚은 시간'展이 7월17일까지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비트리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개인전은 이혜미 작가가 그동안 흙을 빚고, 그 위에 실제 은을 여러 번 덧발라 굽는 작업을 반복해 만들었던 오브제를 만나볼 수 있다. 

 

전시장 바닥에 롤한지를 길게 깔아 놓은 뒤 그 위에 작품들을 올려놓은 디스플레이부터, 작가가 생각하기에 가장 예쁜 백색도와 은색, 두 가지 색이 들어있는 작품까지 살펴볼 수 있다. 이외에도 은기 작품뿐만 아니라, 평면 작품의 신작도 감상할 수 있다.

이혜미 작가의 은기 작품들은 유약을 바르고 구워 완성한 후에 은을 덧바르는 과정을 반복해서 '손으로 빚은 시간의 작품'이라고 불린다. 이런 시간을 쌓아 작품으로 만드는 이혜미 작가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혜미 도예 작가 인터뷰

이혜미 작가
이혜미 작가

 

그릇은 본인용도에 맞게 좋아하는 것을 담으면 된답니다 

 

Q 짧게 자기소개 부탁합니다
안녕하세요. 흙을 바탕으로 오브제와 그릇을 만드는 이혜미입니다.

 

Q ‘은채' 작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저는 상회 작업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은채를 간간히 작업하고 있던 무렵, 교토 여행 중 새카맣게 변한 은채잔에 감탄하는 다도인을 만나며 더욱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은의 관리에 대한 부담감 등에서 벗어나 작업을 하는 주체인 나의 미감을 믿고 더욱 본격적으로 작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혜미 작가의 '은기'작품
이혜미 작가의 '은기'작품
이혜미 작가의 신작

 

 

Q 이번 전시회의 관람포인트가 있다면?

유화 그림은 수정이 가능하지만, 흙이라는 재료는 수정을 하기가 쉽지 않고 그대로 만든 이의 숨과 손길, 시간이 고스란히 남아요. 

저는 이런 빚는 과정 하나하나가 작업에 묻어나기를 바라고, 흙의 자연스러운 질감을 살리는 데에 중점을 두며 작업을 하고 있어요.

그래서 그릇을 자세히 보면 저의 손자국이 남아 있는 것을 확인해 볼 수 있답니다. 모양이 제각각인 것을 살펴볼 수 있으며, 은 작업의 물성 특징인 황화현상도 일어나기에 처음에는 은의 고유한 색이 시간이 서서히 지나면서 노란은빛에서 붉은 은빛으로 그리고 더 많은 시간이 지나면 검은 은빛으로 변하게 됩니다.

변하는 모습도 볼 수 있어요. 이런 작은 변화를 놓치지 않고 눈여겨보신다면, 더욱 작품에 빠져서 볼 수 있습니다.

 

Q 이번 전시 작업과정 중 가장 아쉬웠던 것은 무엇인가요?
늘 전시할 때마다 느끼지만, ‘흙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평면 작품을 이번 개인전에 빨리 보여주고 싶은 욕심에 만족스럽지 않은 결과물이 나와버렸어요. 조금만 천천히 말려주고 신경을 썼다면 만족스러운 작품이 나왔겠지만, 그러지 못한 게 아쉽네요. 

Q 힘도 많이 들고, 작업 과정도 번거로울 듯 합니다. 도예에 은을 사용하는 매력은 무엇인가요?
예를 들어 도자기 과정이 3번이라면, 저는 은을 여러 번 덧발라 굽는 작업을 반복해야 하기에, 더 많은 과정을 걸쳐요.

번거롭고 고된 작업이지만, 바르는 은의 두께와 손으로 빚어내는 것에 따라서 매번 다른 결과물이 탄생하는 것이 매력적으로 다가와요.

 

Q 관람객이 이번 전시회를 통해 무엇을 느꼈으면 좋겠나요?
용도에 얽매이지 않은 채 자유롭게 상상하며 관람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관람객들이 많이 물어보는 질문 중 ‘이 그릇은 어디에 사용하나요?’라고 하시는데, 저는 자신이 좋아하는 걸 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요. 

작품을 만들 때 용도에 대한 생각을 하며 만들지만, 관람객들이 자유롭게 사용하는 것에 영감을 받기도, 재미도 느끼기도 하기에 용도에 한정되지 않은 상상을 하며 관람 해주길 바래요.

 

Q 지금 진행 중인 작업이나 앞으로 기획 중인 전시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올해 좋은 기회가 생겨 해외에서 전시회가 열릴 계획 있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모두 미뤄졌어요.

작업물만 해외로 보내도 문제없었지만, 저는 직접 가서 보면서 여러 사람과의 교류가 영감을 주기도 해요. 

내년에는 미뤄진 해외전시를 계획하고 있어요. 조금 더 나은 상황을 기대하며 작품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오래된 것, 옛 것, 익숙한 것에 감동받으며 늘 시간을 담을 수 있는 작업을 하고자 하는 이혜미 작가의 개인전 ’은빛, 손으로 빚은 시간‘이 오는 17일까지 비트리 갤러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

 

 

<이혜미 작가의 주요 약력>
 

홍익대학교 도예유리과 졸업
홍익대학교 대학원 공예과 졸업
2008년 서울 contemporary ceramic contest에서 selection award 작가 선정
2008년 earthen figurines contest, selection award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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