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식사 중인 '대환(오른쪽, 이기현)'과 식구들. 살인범인 '대환'이 사는 집을 이웃들은 '악마의 집'이라고 부르지만, 이곳에서 그들은 묵묵히 살아가고 있다.
[문화가 있는 날·예술이 있는 삶을 빛냅니다…문화뉴스] "아빠, 제가 다른 사람들처럼 살 수 있다고 생각하세요?"

'소년 B가 사는 집'은 14세에 살인을 저지른 대환과 그의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담담하면서도 사실적으로 풀어내며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와 그의 가족들이 맞닥뜨려야 하는 고통스러운 삶을 그린 작품이다. 연극적인 기교나 장치를 최대한 배제한 이 작품은 인물 간의 보이지 않는 심리적 긴장감을 탁월하게 그려낸다. 2014년 초연 당시 세심한 표현과 탄탄한 구성이 소외된 이를 향한 문제의식과 어우러져 신선하다는 평을 받았다.

작품은 섣불리 가해자 가족의 입장을 변호하지도 죄를 나무라지도 않는다. 죄를 씻어낼 수 있는 면죄부를 주려는 것이 아니다. 관객들이 이 작품을 보고 타인을 향해 보내는 섣부른 연민이나 분노를 거두고 조금 더 관조적 시선으로 한 번쯤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길 바랄 뿐이다.

13일 오후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진행된 연극 '소년 B가 사는 집'의 프레스 리허설 현장을 문화스케치로 담아봤다. 프레스 리허설에는 이기현, 강애심, 이호재, 이은정, 최정화, 백익남, 강기둥이 출연했다.

▲ 그러던 어느 날, 아무것도 모른 채 새로 이사 온 '새댁(오른쪽, 최정화)'이 '대환'의 집에 찾아온다. 그리곤 마트에서 '부모교육' 강의를 하고 있다며 '엄마(왼쪽, 강애심)'에게도 나오라고 부추긴다.

▲ '대환'의 행동을 살피러 정기적으로 찾아오는 '보호관찰관(가운데, 백익남)'. 그는 '대환(왼쪽, 이기현)'에게 여러 가지 질문을 던지지만 정작 대답을 하는 건 '아빠(오른쪽, 이호재)'다.

▲ 눈이 온다며 우산이라도 챙겨가라는 '아빠(오른쪽, 이호재)'에게 '보호관찰관(왼쪽, 백익남)'은 자신에게 그만 죄송해 하라고 한다. '대환'도 자신 때문에 고개를 숙이는 아버지를 보고 싶지 않을 거라면서.

▲ '보호관찰관'의 차가 고장이 나서 정비공인 '아빠'와 '대환'이 모두 집을 비운 사이. '윤아(오른쪽, 이은정)'는 '대환'이 저지른 '사건'의 피해자가 어디에 사는지 알아냈다며 찾아가 보자고 조심스레 말해보지만, '엄마(왼쪽, 강애심)'는 단칼에 거절한다.

▲ 차를 고치러 갔다가 '아빠(오른쪽, 이호재)'가 '대환'을 두고 먼저 돌아오자 '엄마(왼쪽, 강애심)는 '대환'을 찾으러 가려 한다. 말리는 '아빠'에게 '엄마'는 소리친다. "당신은 그 애가 어떻게 살인을 저질렀는지 몰라서 그래!"

▲ 한편, '대환(오른쪽, 이기현)'에 대해 모든 것을 알게 된 '새댁(왼쪽, 최정화)'은 본인인 줄 모르고 '대환' 앞에서 그의 부모를 험담한다. 잠시 뒤 자신 옆에 있는 사람이 누군지 안 '새댁'은 소리치며 도망간다. '대환'은 좌절한다.

▲ 사람들이 자신을 대하는 태도 때문에 상심한 '대환(오른쪽, 이기현)' 앞에 '소년B(왼쪽, 강기둥)'가 나타난다. "난 살인자가 아니야"라고 외치며.

▲ '대환(앞, 이기현)'은 잡으려 하면 도망가고, 도망가려 하면 자신을 잡으려고 하는 '소년B(위, 강기둥)'를 외면하려 하지만 '소년B'는 우리가 사라지면 모든 게 편안해질 거라며 '대환'을 유혹한다. 세상에 대한 분노, 슬픔, 안타까움을 느끼며 '대환'은 자신의 목에 체인을 감는다.

▲ '대환'이 병원에 입원하고 아무도 없는 집. '엄마(강애심)'는 '대환'의 어릴 적 모습이 담긴 앨범을 바라보며 과거를 떠올린다. 그리곤 자신도 모르게 이야기를 늘어놓기 시작한다. '대환'이 어렸을 때 얼마나 착하고 순수한 아이였는지에 대해.

▲ 며칠 뒤 병원에서 퇴원하게 된 '대환'. '보호관찰관'은 '대환'이 집에 돌아오지 않을 수 있으니 조심하라고 했지만, '엄마(왼쪽, 강애심)'와 '아빠(오른쪽, 이호재)'는 '대환'이 돌아오기를 묵묵히 기다리고 있다. 과연 '대환'은 집으로 돌아올까?

문화뉴스 전주연 기자 jy@mhns.co.kr

주요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