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자와 남는 자를 위한 프롤로그

[문화가 있는 날·예술이 있는 삶을 빛냅니다…문화뉴스]

도쿄 신주쿠에는 1983년에 개관한 '타이니 앨리스'라는 소극장이 있다. 소규모 실험 연극을 주로 공연하는 이 소극장의 대표는, 니시무라 히로코라는 연극평론가다. 그는 와세다대에서 연극 이론을 전공하고 오사카 소재 소노다학원 여자대학에서 1991년부터 교수(1982년부터는 조교수)를 역임했다.

일생을 연극에 헌신한 니시무라 히로코 선생이 기획하고 이끌어온 '타이니 앨리스 페스티벌'은 비록 소규모이기는 하지만 명성이 꽤 높은 국제연극제다.

필자는 지난 3월 중순, 한일 연극 교류 코디네이터로 30년 가까이 활동하는 마정희 씨를 통해 '타이니 앨리스'로부터 특별 초청을 받았다. 뜻밖의 행운이었다. 올해를 마지막으로 이 유서 깊은 소극장은 폐관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지기 때문이다. 히로코 대표는 노령인 데다 후계자도 없다. 후원자인 남편 니와 후미오씨의 병환으로 인해, 혼자 끌어가는 게 더는 힘들다고 했다. 엔저의 착시 현상이 제공하는 울타리는, 대기업 외에는 배타적이었다.

   
▲ 타이니 앨리스 릴레이 토크쇼에서 대화를 나누는 김수진과 김철의, 그리고 니시무라 히로코 대표

'타이니 앨리스 페스티벌'이 우리나라 연극인들한테 유명한 이유는 1983년 개관 이래 매 해마다 우리나라 극단을 초청했기 때문이다. 공연을 통한 일본 관객과의 만남을 주선했다. 선지자적 안목으로 민간차원의 한·일 문화교류에 앞장선 것이다. 실제로 오태석, 이윤택, 박장렬, 박근형 등을 비롯한 선 굵은 연출가의 작품이 이곳을 통해 일본에 처음 소개됐다. 사카테 요지 등 일본 연극계 중진도 '타이니 앨리스'가 발굴한 성과다.

지난 2013년, 한일 연극 교류의 산 증인이자 대모인 니시무라 히로코는 <시니어조선>과의 인터뷰에서 "돈이야 당연히 안 되지만, 배우고 느낄 게 많은 한국 작품을 쉬지 않고 소개해 온 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런데 한국 연극계는 이번 서울연극제에서 벌어진 대관 폐쇄라는 초유의 사건에서 볼 수 있듯이 한층 더 깊은 침체의 위기에 빠져 있다.

필자는 그곳에서 만난 분들과의 이 인터뷰가 한국 연극계에 새로운 돌파구가 되지 않을까 하는 엉뚱한 소망의 옷을 입혀봤다. 능력이 된다면, 현지 취재를 통한 인터뷰 중심의 연재로 독자들과의 만남에서 그 가능성을 확인해 보고 싶다.

일본 연극계 대모와의 만남, 한국 연극계에 훈풍 되기를

연재를 결심하게 된 데에는 국내 최초의 민간 소극장인 삼일로창고극장과 대학로극장이 경영난 때문에 문을 닫는다는 우울한 소식도 한몫했다. '창조경제' '문화융성'이 국시라는 시대이다. 그런데 이처럼 역사적인 상징성을 갖는, 현대문화재로서의 가치가 충분한 가장 기본적인 공간도 보존을 못 하고 있다. 그런데 어떻게 고유한 우리 역사에 기반을 둔, 모든 삶의 형태소에서 우러나온 정서의 총합인 문화를 가꾸어 나간단 말인가. 

이처럼 현실과 따로 노는 궤변적 문화정책에 연극계는 희생당하고 있다. 연극계 전반에 드리운 비관의 추를 조금이라도 긍정의 세계로 돌려놓고 싶은 간절함 때문에라도, 3일간의 일본 현지 취재는 단순한 개인적 체험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믿는다.

인터뷰는 극단 골목길의 대표로서 타이니 앨리스에서 <만주전선>을 공연한 박근형 선생과 니시무라 히로코 대표 그리고 한일 연극 가교의 실무 책임자이자 상징적 존재인 마정희 선생을 축으로 극단 후암 차현석 대표와 각각 오사카와 동경에서 자이니치(在日)로 살아가며 연극운동을 하는 김철의, 김혜령 씨를 중점적으로 진행했다.

바다 건너에서 니시무라 히로코 선생이 뿌린 씨앗이, 우리나라 대학로에서 거목으로 자라날 것 같은 예감이 든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문화뉴스 아띠에터 이형석 

▶ 인터뷰 연재 순서
1. 박근형 극단 골목길 대표. <만주전선> 공연
2. 니시무라 히로코 '타이니 앨리스' 대표
3. 차현석 극단 후암 대표. <흑백다방> 공연
4. 김철의 재일교포, 오사카 거주
5. 김혜령 재일교포, 도쿄 거주
6. 마정희 한일 연극 교류 코디네이터, 실무책임자

주요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