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장실 VER1에 이어 남자버전인 VER2에서 맡은 D역, ‘첫 촬영날 내 모습 같아’회상
분장실 VER2, 10월 31일까지 대학로 자유극장서 공연

[문화뉴스 문수인 기자] 한국에서 처음 시도하는 연극 ‘분장실’의 남자버전. 지난달 19일부터 개막해 뜨거운 열기로 관객들을 사로잡고 있다. 그 가운데 오랜만에 대중 앞에 선 배우 도지한이 눈에 띈다. 

연극 '분장실' 공연 사진, 도지한/사진=더웨이브 제공
연극 '분장실' 공연 사진, 도지한/사진=더웨이브 제공

KBS 드라마 ‘공주가 돌아왔다’로 데뷔해 영화 ‘이웃사람’, ‘뷰티 인사이드’ 등 굵직한 매체들로 대중들에게 인상 깊은 연기를 보여주었다.

드라마 ‘백일의 낭군님’을 마지막으로 2018년 입대해 육군 만기 전역하며 작년, 일상으로 돌아온 그는 다른 것이 아닌 무대를 선택했다.

데뷔 후 첫 ‘연극’ 무대로 복귀한 이유에 대해, 지금까지 쌓아온 그의 시간들을 직접 만나 들어보았다.


연극 '분장실' 공연 사진(왼쪽부터)홍승안, 도지한/사진=더웨이브 제공
연극 '분장실' 공연 사진(왼쪽부터)홍승안, 도지한/사진=더웨이브 제공

Q. ‘분장실’로 연극 무대에 데뷔하신 소감이 어떠신가요.

아직 제가 전공자도 아니고 경험해 본 적 없는 곳(무대)이라서 매 공연 걱정을 합니다. 오늘은 어떤 실수를 할지(웃음)……. 무슨 일이 생기려나 그런 걱정하며 무대를 준비합니다. 함께하는 형들, 동료분들께서 너무 잘 끌어주셔서 믿고 의지해서 가기도 하고, 참 재밌는 작업인 것 같습니다.

Q. 오랜만에 대중 앞에 서셨는데, 영화나 방송이 아닌 연극 ‘분장실’을 선택한 이유가 있으신지요.

고민이 정말 많았어요. 제대하고 나니 코로나 19 상황이 심각하기도 했고요. 연극을 할 수 있는 기회가 갑작스럽게 찾아오기도 했고, 경험해본 적 없는 세계에 발을 디디기가 참 두렵기도 했고요.

연극 ‘분장실’은 배우들의 이야기잖아요. 우리들의 이야기이다 보니 어떻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지금 아니면 또 못해볼 것 같아서 조금이라도 젊었을 때 새로운 것에 도전해보고 싶었습니다. 

연극 '분장실' 공연 사진, 도지한/사진=더웨이브 제공
연극 '분장실' 공연 사진, 도지한/사진=더웨이브 제공

특성 상 영화나 드라마는 찍고 수정·보완 작업이 가능한데 무대 위에 올라가는 순간부터 내려올 때까지는 그럴 수 없잖아요. 연습할 때도 ‘이 대본이 머릿속에 다 들어갈 수 있을까?’ 생각하기도 했지만, 대사에 너무 안 치이려고 노력을 많이 했어요.

영화나 드라마는 제가 카메라 앞에 서지 않는 이상 연습을 하거나 다른 일을 할 수 있는데, 무대는 퇴장한 상태여도, 말이 없다고 해도 이 인물로서의 당위성이나 행동의 타당성을 생각하고 있어야 하니 처음에는 많이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동료들이 큰 힘이 되었고, 많이 보고 배웠던 것 같습니다.

연극 '분장실' 공연 사진 (왼쪽부터)김바다, 도지한/사진=더웨이브 제공
연극 '분장실' 공연 사진 (왼쪽부터)김바다, 도지한/사진=더웨이브 제공

Q. ‘분장실’이라서 선택한 것도 있겠네요.

처음 남자 버전으로 하는 데에 큰 의미가 있는 것 같아서 이런 좋은 작품을 남겨보고 싶었습니다.

Q. D를 연기하면서 느낀 점, 극 속 배우 도지한과 닮아있는 배역이 있다면?

상황적으로 봤을 때는 C도 충분히 이입되더라고요. 오히려 D 같은 경우는 접해보지 못한, 경험해보지 못한 캐릭터였어요. 그래서 새로운 도전이고 좋은 인연을 만날 시작이라면 못 해봤던 것, 시도해보지 못했던 것을 해보고 싶었어요. 이상하게 대본을 읽을 때부터 D에게 마음이 갔습니다. 

사진=더웨이브 제공
사진=티투엔미디어 제공

Q. 다른 배우들과의 호흡은 어떠셨나요?

서로 연기하는 것을 즐겁게 웃으면서 보다가도 동료들을 통해 좁은 시야를 확장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저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표현하는 데엔 사소하지만 여러 가지의 방법이 있겠구나’ 생각이 들면서 연습을 할 때와 똑같이 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공연을 하면서 어제와 다른 느낌으로 바꿔가면서 하고, 상대에 따라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면서 작은 부분을 새롭게 살려 소소한 재미를 선보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연극 '분장실' 공연 사진, 도지한/사진=더웨이브 제공
연극 '분장실' 공연 사진, 도지한/사진=더웨이브 제공

Q. 연극 속 ‘축적’에 대한 대사가 있는데, 연기하든 하지 않든 여러 하루를 지내온 도지한 개인에게 축적된 게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모두가 그렇듯이 그 시간을 견디는 일 그 자체가 축적인 것 같습니다. 누구나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 자체가 무엇을 하든 자신의 인생을 놓지 않고 견뎌낸다는 건 참 의미 있는 일이니까요. 지금까지 뭘 해온 건지, 무엇을 했는지도 모르겠고 그렇지만 나중에 뒤돌아보면 그런 것들은 지금의 저를 버티게 하는 버팀목이 되어있더라고요. 

우울해 하거나 힘든 상황으로 저를 몰지 않는 것. 어렵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견디기 힘드니까요. 매 순간 선택의 기로에 서잖아요. 어떤 선택을 하던 후회가 아예 없진 않겠지만 내 선택이기에, 이 길이 아니면 또 다른 길로 틀 수 있는 용기도 필요한 것 같습니다.

Q. 앞으로의 계획이나 하고 싶은 장르나 배역이 있으신가요?

이 질문을 받을 때마다 제 로망인 누아르를 늦기 전에 꼭 해보고 싶다는 말을 합니다. 제 몸이 제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을 때(웃음), 서둘러 누아르에 도전하고 싶습니다. 

사진=티투엔미디어 제공
사진=티투엔미디어 제공

Q. D라는 인물이 실존한다면 어떤 말을 해주고 싶은지. 

이겨낼 수 있을 거라고 다독여줄 것 같아요. D를 보면 처음 드라마 첫 촬영 날이 생각나요. 대본을 그렇게 외우고 갔는데, 촬영 들어가자마자 머릿속에 새하얘지더라고요. 첫 촬영 당시 저처럼 극 속 D도 그런 일을 무대에서 겪었을 땐, 자기 자신이 얼마나 초라하고 그랬을지···. 또 어떻게 보면 그 순간만 잘 넘어가면 될 텐데 생각하게 되면서도 쉽지 않다는 걸 알죠. 결국, 버티고 견뎌내는 일이네요.


데뷔 13년이 훌쩍 넘은 그에겐 연기를 하는 순간이든 하지 않는 날들이든 축적해온 무언가가 있을 것이다. 버티고 견뎌온 그의 시간은 연극 ‘분장실’ 무대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가을, 열매가 익어가듯 속이 단단해진 그의 깊은 연기는 무대에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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