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앨범을 만들 듯 전시 작품들 구성
11월 21일까지, 삼청동 학고재에서

 

톰 안홀트 개인전 '낙화' 전시장 입구
톰 안홀트 개인전 '낙화' 전시장 입구

 

[문화뉴스 박준아 기자] 학고재는 11월 21일까지 국제 미술계가 주목하는 회화 작가 톰 안홀트(Tom ANHOLT) 개인전 ‘낙화’를 개최한다. 지난 2019년 학고재 청담에서 아시아 첫 개인전을 선보인 이후 학고재에서 2년 만의 개인전이다. 

톰 안홀트는 영국 바스 출생의 청년작가다. 아일랜드계 어머니와 페르시아계 유대인 혈통을 지닌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나 다양한 문화적 배경 속에서 자랐다. 톰 안홀트는 이러한 개인의 경험과 상상 속 이야기에 고대 그리스 미술, 페르시아 세밀화, 유럽의 낭만주의 등 미술사적 양식을 차용 해 자신만의 언어로 작품을 표현한다.

10월 27일 학고재에서 전시를 위해 베를린에서 내한한 작가를 기자간담회에서 만나 작품과 그의 작품세계에 대해 직접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작품과 전시, 사랑과 삶은 모두 ’과정‘에 있어요.

 

전시전경, 뒤로 작품 (왼쪽부터) '어페어'와 '2AM'가 보인다. 
전시전경, 뒤로 작품 (왼쪽부터) '어페어'와 '2AM'가 보인다. 

 

음악가가 앨범을 구성하듯 했다는 전시의 구성이 재미있다. 전시장 입구부터 큰 유화작품으로 시작해 작은 유화작품, 마지막 안쪽 공간에는 작은 수채화 작품들로 연결되며 보랏빛 유화작품으로 전시를 마무리한다. 

이야기(서사)들을 품고 있는 듯 재미있는 장면들의 작품들은 각각 종결된 이야기인 듯 보이지만 전시장 벽을 따라 굽이굽이 이야기의 선이 이어진다. 상상을 자극하는 각각의 장면들이 모여 더 큰 이야기를 상상하게 해 관객들의 상상 폭을 넓힌다.

작가는 "각각의 작품뿐 아니라 자신이 해 온 전시들도 종결된 것이 아니라 다음 전시를 위한 단계로 연결망이 있다"고 설명했다.

전시 투어를 돌며 톰 안홀트가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 중 하나는 '과정(Processing)'이었다. 작가가 하는 사랑과 경험, 이를 통한 작품 활동과 작품 모든 것들이 어느 한 아름다운 종착지를 위한 과정에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전시와 동명의 대표작품 '낙화' (사진 = 학고재 제공)
전시와 동명의 대표작품 '낙화' (사진 = 학고재 제공)

 

전시명 ‘낙화’는 줄기로부터 떨어진 꽃을 가리킨다. 전시장 입구에는 전시 동명의 대표작품 ‘낙화’가 관객들을 맞이한다. 톰은 "작품 ‘낙화’가 이 전시장의 모든 것을 내포하고 있어 대표작으로 선택했다"고 밝혔다.

큰 작품들 중 마지막에 그렸다는 이 작품은 작품의 관통하는 주제인 사랑이 지닌 고통. 폭력성, 슬픔, 허무함 같은 사랑이 갖는 복합적이고 다양한 이야기를 ‘꽃’이라는 고전적인 상징물로 표현한다.  

 

작품 '인사가 아닌' 앞에서 '톰 안홀트' 작가
작품 '인사가 아닌' 앞에서 '톰 안홀트' 작가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그림책을 만들기도 한다는 부모님 영향 때문인지 톰 안홀트의 작품은 삽화처럼 특별한 이야기가 있을 듯한 상상력을 자극하는 서사구조의 작품형태를 갖는다. 이야기에는 ‘달’과 ‘집’ 등의 ‘꽃’처럼 자주 사용하는 고전적이고 낭만적인 상징들을 등장시킨다. 

톰 안홀트는 작품 초기, 자신의 혈통에서 온 기하학적 무늬와 평면적인 배치 등 페르시안 세밀화의 방식을 큐비즘, 낭만주의 같은 모더니즘적인 서구미술의 방식들과 아울러 자신만의 언어로 재탄생해 사랑과 사랑하는 과정에서 오는 양가적이고 복합적인 감정들을 회화로 표현했다.  

 

작품 '이방인'앞에서 설명 중인 톰 안홀트. 해가 지고 달이 뜨는 하루의 끝, 바깥 세상과 안을 구분하는 동굴의 사람은 가장 큰 크기지만 흐리게 연출해 분리되 바라보는 사람을 연출한다. 이는 아웃사이더인 예술가들을 상징하며 관객들이 동굴 속 공간으로 들어가 함께 바라보는 듯하다.
작품 '이방인'앞에서 설명 중인 톰 안홀트. 해가 지고 달이 뜨는 하루의 끝, 바깥 세상과 안을 구분하는 동굴의 사람은 가장 큰 크기지만 흐리게 연출해 분리되 바라보는 사람을 연출한다. 이는 아웃사이더인 예술가들을 상징하며 관객들이 동굴 속 공간으로 들어가 함께 바라보는 듯하다.

그의  작품은 많은 이야기를 담고있지만 작업을 할 때는 추상화를 그리듯 한다고 말한다. 담고자 하는 이야기와 화면에서 표면, 질감, 색 등 조형적인 요소들의 최적의 균형을 찾아 관객들에게 이야기를 그대로 전달하고자 한다는 것. 

그는 "그림을 그리는 일은 사랑을 하는 행동과 같이 로맨틱한 일이며, 관객들에게 밀어붙이지 않고 조화로운 색과 화면으로 작품 안에 몰입되는 초대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겨울로 접어드는 11월, 톰 안홀트의 독창적인 회화 언어로 풀어낸 낭만적이고 위태로운 사랑의 서사 속으로 들어가 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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