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지난 21일 발사된 누리호가 좋은 성과를 거두면서 우주로 다시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런 관심은 다양한 분야로 이어지고 있는데, 인기 SF작가가 보는 누리호의 성과와 국내 우주공학 기술의 발전과 변화에 대한 시각을 들어 봤다.

제레미 오는 하드 SF소설 작가로 ‘하드SF는 해외에서만 만드는 장르’라는 편견을 깬 작가이기도 하다. 그는 장르소설 전문 출판사 고즈넉이엔티(대표 배선아)를 통해 출간한 SF소설 ‘보이저’와 ‘화성탈출’로 우리나라 만의 매력을 가진 하드SF 소설이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했다. 항공우주공학을 전공하기도 한 제레미 오는 모든 작품마다 NASA의 현직 연구원과 의견을 주고받으며 우주공학적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Q. 누리호 발사 소식은 국민들에게 큰 인상을 남겼다. 우주와 관련한 작품을 쓰는 작가로서 더 특별하게 느꼈을 거 같다.

A. 우리나라 로켓 발사를 처음 본건 2009년 여름이었다. 퇴근길 로비에 놓인 공용TV에서 나로 1호가 화염을 내뿜으며 상승하는 모습을 봤는데, 아직 그 순간이 잊히지 않는다. 이후 나로 2, 3호의 발사 장면도 실시간으로 찾아봤다.

이후 우리나라의 로켓 발사가 멈춘 동안 해외 스페이스X의 발사, 재착륙 등 상업 우주업체도 발전하는 기술력을 보이는 걸 보며 아쉬워하기도 했는데, 이번 누리호의 발사 소식에 정말 가슴이 두근거렸다.

나로호보다 훨씬 크고 웅장한 모습에 자긍심을 가졌고, 비록 저 거대한 프로젝트에 기여한 바 없는 일개 ‘관찰자’이지만, 오랜 우주 팬으로 설레고 또 긴장되는 순간이었다. 1단, 2단 로켓이 정상적으로 점화되고 성공을 알리는 자막이 오르는 순간 믿기지 않았다. 사실 나로 2호때처럼 실패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실패를 바란 게 아니라 실패해도 괜찮다는 마음이었다. 단번에 성공하는 게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이후 1분 정도 빨리 도착했다는 멘트에 좀 걱정은 했다. 모든 게 맞아 돌아가야 하는 로켓 발사에서 ‘1분’이라는 시간은 결코 짧지 않다. 결국 3단 로켓의 연소 종료가 예상보다 일찍 끝나 위성체가 제 궤도에 진입하지 못했다는 소식이 들렸지만, 큰 성과에 박수를 보냈을 뿐 결코 실망스럽지는 않았다.

스페이스X의 경우에도 유튜브에서 스타쉽의 발사 생중계를 보면, 로켓이 재착륙하다 폭발하고 지면에 충돌해도 사람들은 그 도전에 멋있다고 댓글을 도배하며 박수를 보냈다. 우리나라 국민들도 우주 개발의 도전 정신을 즐기고 격려할 것을 믿는다.

Q. 우주선과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는 일은 정말 대단하지만, 일반 대중의 입장에서는 와닿지 않을 수 있다. SF 작가로서 생각하는 이번 누리호 발사의 의미는 어떤가?

A. 냉혹하게 말하면 우주로켓 발사 기술은 이미 1960낸대에 절정을 이룬 기술이다. 물론 로켓 엔진의 형태나 발사제어 방식, 전자기술 등은 눈부신 발전을 이뤘겠지만, ‘물체를 지구궤도에 가져다 놓는’ 본래의 목정에 한정하면 그리 새로울 게 없는 일이다.

하지만 이번 누리호 1호 발사는 이 모든 과정을 우리나라의 기술력으로, 그것도 아주 적은 인력으로 해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 물론 적은 인력이라는 점은 정말 아쉽게 생각한다. 로켓 발사와 같은 기술은 선진국에서 쉽게 전수해 주는 게 아니다 보니, 우리나라도 언젠가는 독자적으로 확보해야만 하는 기술이었다. 우리 세대는 아닐 수도 있겠지만 인류는 결국 화성과 그 너머의 행성을 향해 나갈 것이고, 관련 기술을 가지지 못하면 영영 그 프론티어에서 도태될 수 밖에 없다. 우리나라가 100년 이후에도 지금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우주 개발이 필수적이라 생각하고, 이번 누리호 발사를 계기로 관련 기술의 필요성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높아지기를 기대한다.

Q. 본인이 집필한 하드SF 소설 ‘보이저’나 ‘화성탈출’에서 이번 누리호 발사 소식을 보며 떠올린 장면이 있다면?

A. ‘보이저’에는 현존하는 거대 로켓들이 거의 다 등장한다. 갑작스럽게 심우주를 탐사하게 되어 고중량의 물체들을 우주로 쏘아야만 하기 때문인데, ‘보이저’에 기술된 로켓 발사 시퀀스는 스페이스X 팔콘 로켓의 발사 교신 스크립트에서 가져온 것으로, 스페이스X가 실시간으로 공개한 로켓의 고도나 속도, 각도 등의 정보를 참고했다. 사실 누리호 발사 과정에서도 이런 정보가 생중계되기를 은근히 기대했었는데 바람이 좀 컸던 것 같다.

‘화성탈출’에서는 마지막 순간에 화성 착륙선을 타고 주인공들이 탈출하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별다른 교신 없이 순수하게 지표를 떠나 우주로 향한다는 점에서 누리호 발사 장면과 유사하게 느껴졌다.

Q. 우주와 관련한 지식과 정보는 어렵고 복잡해 보여 쉽게 손대기 어려울 것 같다. 작가로서 견고하게 고증된 연출과 묘사를 위해 자료도 많이 찾고 공부도 많이 할텐데, 이번 누리호 발사 소식에 참고할만한 부분을 꼽아본다면?

A. ‘보이저’에서 가장 신경을 쓴 부분이 ‘궤도 공학’이었다. 작품 속에서 태양계 너머까지 왕복 여행을 하기 위해 필요한 에너지와 시간에 대해 치밀하게 계산하는데, 이를 위해 3년의 시간 동안 3명의 사람이 생활하는데 필요한 식량의 양과 무계, 우주선의 무게나 추진 동력 등에 대해 많은 조사를 했다. 비록 누리호는 인공위성을 담아 쏘아 올리는 과정이긴 했지만, 궤도에 진입하기 위한 로켓 내부의 무게나 에너지를 계산하고 조정하는 부분에서 독자들이 유사성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Q 국내에서 우주공학과 관련한 소식을 들은 건 오랜만이었다. 이번 기회로 다시 SF장르가 이목을 끌 수 있지 않을까 기대되는데, 작가로서 생각하는 SF의 가장 큰 매력은?

A. SF장르, 그 중에서도 하드SF장르는 ‘가까운 미래에 일어날 법한’ 일들에 대해 최대한 과학적 개연성을 가지고 접근하는 분야다. 창작물이다 보니 엄밀히 따지면 오류가 있을 수 있지만, 독자들이 글을 읽어 나가는 흐름 속에서 쉽게 발견되지 않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이런 하드SF 장르의 매력은 사실감과 현장감이다. 진짜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일이 생기면 어떡하지? 하는 긴장감을 가지게 하는 게 이 장르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Q. 누리호 발사 소식을 보며 차기작에 영감을 얻은 게 있다면?

현재 대한민국 최초의 유인 달 탐사 과정을 다룬 차기작 ‘다크사이드’를 준비 중이다. 이번 누리호 발사 소식과 앞으로 계속될 연구는 차기작의 현실성을 더욱 견고히 만드는 데 많은 참고가 될 것 같다. 작가로서 작품활동에 항공우주계에서 많은 도움을 받고 있듯이, 작품으로 대중들에게 우주공학에 대한 관심과 좋은 인식을 만드는 데 간접적이나마 기여하여 도움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있다.

Q. 마지막으로 한국 항공우주연구를 위한 응원의 말을 남긴다면?

A. 로켓과 우주를 꿈꾸며 대학 항공우주공학과에 진학했지만 아쉽게 마무리 못했다. 하지만 늘 관련 분야에서 일하시는 분들을 진심으로 존경하고 동경하고 있다. 우리의 삶은 불확실하고 예측 불가능한 것들로 가득하지만, 항공우주분야의 연구자들은 그 불확실성을 딛고 확실성을 이뤄내는 분들이라고 생각한다. 단순히 응원 만으로 그치지 않고, 충분한 보상과 대가가 지급되어 연구자들이 자긍심을 가지고 우리나라의 항공우주개발이 이뤄질 수 있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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