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원 축제 대거 탈락, 주체적 사업 절실
방역 수칙 철저한 공연장, 시민들의 용기 있는 발걸음 필요
공연장 안전 위해 'LED 조명교체사업' 추진

[문화뉴스 문수인 기자] 지난 6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민간단체 공모사업인 대한민국공연예술제가 8억여원의 예산이 삭감된 상태로 심의 결과를 발표했다.

이 과정에서 15년 이상 된 중견축제, 장르를 대표하던 축제,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위한 축제 등이 대거 탈락해 파문이 일었다.

 

사진=한국연극협회 제공
사진=한국연극협회 제공

이에 한국연극협회, 한국소극장협회 등 전국 35개 단체가 성명서를 발표하며, "기재부는 예술위 측에 3년 이상 된 축제의 지원을 불필요하다 지적해왔고, 이 예산은 앞으로도 매년 약 10%의 예산이 지속 삭감될 예정이기 때문에 공연축제를 선심성, 소비성 행사로 인식하는 기재부의 시각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화동 사거리부터 혜화동 사거리까지 160개의 소극장들. 코로나19라는 난제에도 예술가들, 극단들의 등을 밀어주는 한국소극장협회의 임정혁 이사장을 만나 대학로의 현 상황을 면밀히 들어보았다.


협회 주요 사업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협회의 주요사업 중 ‘서울형 창작극장 운영사업’은 예술인이 운영하는 서울시 내 소규모 공연장을 대상으로 1년간 임차료를 지원해줍니다. 선정된 극장은 그 기간 동안 극단에게 50%이상 할인된 대관료로 공연장을 제공하며 상부상조합니다.

1M SPACE, 극장 동국, 나온씨어터, 드림시어터, 선돌극장, 소극장 공유, 씨어터쿰, 여행자극장, 연극실험실 혜화동1번지 등 서울시의 민간 공연장들이 이를 바탕으로 침체된 공연예술문화를 개선하고 관객들에게 다양한 공연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대학로 티켓닷컴’은 점차 상업적인 곳으로 변해가는 대학로의 순수한 예술 활동들을 지원하기 위해 창작공연 위주의 표를 소개해드리는 게 대학로 티켓닷컴입니다.

또 마로니에 공연에 위치한 ‘좋은공연 안내센터’를 운영하며 데스크와 지하에 세미나실을 통해 대학로를 찾아와주신 외국인들에게 공연 등을 안내하고 있습니다.

15년간 진행 중인 '대학로거리공연 축제'는 서울시, 종로구청의 후원으로 대학로에서 하는 거리축제 중 가장 큰 축제인데요. 5월, 대학로와 마로니에 공원의 봄을 완연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가을에는 '대학로소극장축제'를 진행하며 올해는 광주에서 하고 있습니다. 회원과 단체 한에서 소통과 교류를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전국에 있는 단체들이 함께 참여해서 서로 교류하고 소통하며 세미나를 통해 연구하고 창작진들과 함께 더 좋은 작품을 위해 힘쓰고 있습니다.

‘노후 임차소극장 환경 개선지원사업’은 객석이나 공기청정기를 전국 지원, 위험하거나 노후화 된 전기시설 등 매년 20억 예산으로 지원하고 있으며, ‘서울스태프뱅크 지원사업’은 기자재, 노후된 음향기기나 조명기기 등을 교체하거나 점검하는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많은 소극장이 문을 닫았습니다. 상황이 좀 나아졌나요?

괜찮아졌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한 칸 뛰기, 거리두기 등이 크게 완화되지 않았습니다. 거리두기가 완화되어도, 다 앉게 하더라도 문제는 관객들이 얼마나 찾아와주시는가입니다. 관객분들 입장에서 불안감은 느끼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공연장은 아직 나아지긴 힘들 것 같습니다. 배우와 창작진들이 백신을 맞고 음성 판정을 받아도 관객들은 알 길이 없습니다. 극장 내에 감염 사례는 없었지만, 어느 곳이든 100프로 안전한 곳은 없으니 불안함을 느끼는 건 당연한 것이겠지요.

극장 내 감염사례가 아직까진 없다고 알고 있습니다.

네 맞습니다. 이러한 사실이 홍보가 되면서도 많은 분들의 불안함은 떨칠 길 없습니다.

결국 공연장이 활성화가 되어야 상권이 삽니다. 협회 뿐만 아니라 대학로 문화지구위원장으로서 위원분들이 연극인뿐만 아니라 주변 상인분들, 주민센터 동장님, 대학로 주민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하시는 말씀이 공연장이 살아야 우리가 산다고 말씀하십니다. 한 곳이 무너지면 함께 상생하는 대학로는 같이 어려워집니다.

난제 속에서 소극장의 힘과 역할은 무엇일까요.

에너지는 사람한테 나옵니다. 시야를 넓혀 이야기하자면 전 세계 있을 수 없는 일이 대학로에서 일어났습니다. 객석 500석 이하를 민간 공연장 즉 소극장이라고 하는데 전국에 400개가 넘습니다. 그중 대학로에만 160개가 있습니다. 이화동 사거리부터 혜화동 사거리까지 160개가 촘촘히 위치해 있고, 공연을 쉬거나 하지 않는 곳이 없습니다. 결국 대학로가 세계화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소극장은 공연예술이 창조적 발상으로 이어지는 매개체, 시대의 고민을 함께 나누는 소통의 공간, 예술의 산물을, 선물을 만드는 공장 같은 곳이기도 합니다. 대 공연장은 거리가 있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배우들의 호흡을 느끼기 어렵습니다. 소극장은 배우의 표정과 몸짓, 주름의 움직임까지도 관찰하며 소통합니다.

올해 말, 내년에 변화되는 조항, 콘텐츠가 있을까요?

지자체도 그렇지만 영상 콘텐츠 발전을 중요시하는데 상생해야지 영상 콘텐츠 산업으로 연극이 치우쳐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영상 매체와 연극 무대는 다릅니다. 예술가가 원하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기획, 홍보, 마케팅 쪽에서 상업적인 목적을 이루려고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현장에서 배우들을 만나도 연극은 현장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합니다. 나를, 우리를, 이 무대를 보러 와주신 관객들을 보면서 연기하기 위해 연극을 하는 것입니다. 

사실 배우에게 수익 창출을 해주는 것도 아닙니다. 현장에서 실현되어야 할 부분은 남아주어야 합니다. 코로나19로 인해 단발적으로 진행하는 건 어쩔 수 없다고 하지만 미래지향적으로 유지하는 건 지양하고 싶습니다. 

거리두기 등 정부 정책은 어떻습니까?

분명 허수는 있습니다. 백신 맞은 사람들로 관객을 다 채울 수 있다고는 하지만, 그럼 백신 맞은 사람만 받아야 합니다. 별도로 특별 공연을 하지 않는 이상 적용할 수 없습니다.

1인당 한 칸 뛰기에서 지인 10명까지 붙어 앉을 수 있는 것으로 늘어났는데, 보통 10명씩 공연장을 찾진 않습니다. 현실적으로 현장에서는 크게 다른 점이 없습니다.

마냥 정부 지침만을 원망할 수만은 없습니다. 예술 공간들뿐만 아니라 모든 곳이 힘들기에 따르고 있지만 분명 그런 허점들이 있습니다.

지원사업을 계속 유지해야겠지만 의존해선 안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올해 ‘대학로 소극장축제’가 ‘대한민국 대표 예술축제 정부 지원’에 탈락 되었어요. ‘전국 청소년 축제’ 또한 역사가 깊은 축제임에도 불구하고 탈락했습니다.

전통있는 연극 축제들이 대거 탈락 되었습니다. 이유는 거진 지정된 축제들만 계속하는 것이 아니냐면서 줄여야 된다고 하더라고요. 오히려 보증된 축제기에 그 역사를 지켜야 합니다. 이런 축제에 지원이 부족하게 되면 협회도 어려워집니다. 

이를 통해 느낀 건 협회 자체에서 주체적으로 할 수 있는 사업이 필요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현재 연극계 종사자의 상황을 대변하여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공연장은 다른 어떤 곳보다 안전합니다. 개인적으로는 그 마음을 알기에 많이 보러와달라는 말이 어렵습니다. 양날의 검처럼 말입니다.

개인적으로 ‘LED조명 교체 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영국 같은 경우에는 텅스텐 조명 사용을 전면 금지했습니다.

공연장은 전력 소비가 많기에 전기요금이 정말 많이 듭니다. 이것 또한 정부 입장에서는 국가적 손실이죠. 그런데 LED로 교체했을 때 전기세가 3분의 1 이하로 떨어진다고 알고 있습니다. 수명 뿐만 아니라 먼저는 터질 위험이 없으니 안전합니다. 현재 기획재정부와 문화체육관광부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예술가가 운영하는 공연장을 집중 지원 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공연장 평균 월세가 560정도 됩니다. 서울시 조사에 따르면 1,2층보다 지하 월세가 훨씬 비쌉니다. 전 세계에서 대학로만 그렇습니다. 대학로 *문화지구가 형성되면서 당구장, 볼링장 같은 것이 못 들어오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대학로에 놀거리는 늘 부족합니다. 2004년 개정한 법이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문화시설과 문화업종의 육성, 특성화된 문화예술 활동의 활성화 또는 문화자원과 문화적 특성 보존을 위하여 지정된 지구

문화지구로 정해지면서 결국 혜택을 받는 건 건물주입니다. 

요즘은 한두 달 공연하기보다 2-3일 공연합니다. 만약 금,토,일 공연하면 나머지 일자는 비어있습니다. 이렇게 하다가는 월세가 감당이 안되니 대관료가 올라가고 이 부담은 고스란히 공연 단체가 다시 떠안게 됩니다.

굉장히 고되고 힘든 상황에 처한 극단도 연극인도 많습니다. 지원을 못 받는 경우도 그만큼 많습니다. 예술가 보호 차원에서 예산이 늘어나야 하는 게 맞는데 급변하는 시대에 발맞추지 못하고 예산은 제자리입니다. 공연 문화의 성장을 위해서는 변화가 필요합니다.


임정혁 이사장은 극단 동숭무대에 연출가이기도 하다. 그가 올렸던 연극 ‘고도’라는 작품에 대해 언급했다. 수전 손택이라는 소설가이자 극작가, 연출가이자 사회운동가였던 그를 다룬 무대였다.

수전 손택이 실제로 사라예보 사건 때 참혹한 전쟁의 현장을 알리기 위해 ‘고도를 기다리며’를 연극 무대에 올린다. 그 폐허 속에서 말이다.

임정혁 이사장은 그 도전을 늘 기억하며 자신도 어려운 상황에서 예술을 경험할 권리를 내세우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현실은 전쟁이다.

코로나 팬데믹 속에 잠식되지 않고 계속해서 에너지를 발하는 대학로의 예술가들과 연극인들의 곁에서 묵묵히 해내는 한국소극장협회의 행보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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