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월적인 조성진의 피아니즘에 반해 브루스 리우의 피아니즘 차가운 인상

글: 여홍일(음악칼럼니스트)

5년마다 열리는 쇼팽콩쿠르는 한국의 클래식 팬들에겐 조성진 팬덤을 낳은 특별한 콩쿠르다. 올해도 국내의 피아니스트 이혁(21)등이 결선에 진출했으나 아쉽게도 순위에 들지는 못해 나를 포함해 밤잠을 설치고 이혁의 연주 장면을 지켜본 많은 한국의 클래식 애호가들에게 아쉬움을 낳았던 콩쿠르의 하나로 기억될 듯하다. 

올해 쇼팽콩쿠르 우승자 캐나다계 피아니스트 브루스 리우의 2021 서울시향 쇼팽콩쿠르 스페셜(11월 27일 토요일 오후 5시,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은 조성진 팬덤의 영향 때문인지 일찍이 표가 매진되었고, 공연 현장인 콘서트홀의 내부는 사뭇 긴장감마저 감돌아 쇼팽콩쿠르 우승자 스페셜콘서트의 비중을 새삼 생각게 된다.

 

브루스 류가 윌슨 응과 포옹하며 연주의 감격을 나누고 있다.
브루스 류가 윌슨 응과 포옹하며 연주의 감격을 나누고 있다.

 

브루스 리우, 동국인 연주가 아닌 점에 비춰 다소 냉랭한 분위기로 흘러

솔직히 캐나다계 피아니스트 브루스 리우의 피아니즘은 큰 키에 마른 체형으로 인해 내 개인적으로 차가운 인상을 받았다. 지난달 21일 폴란드 바르샤바의 내셔널 필하모닉 홀에서 콩쿠르 본선을 현장에서 지켜보던 피아니스트 원재연은 “결선 진출자 12명 중 마지막으로 연주했던 브루스 리우의 쇼팽 협주곡 1번은 모든 관객의 기립 박수를 끌어냈을 정도로 화려했다. 

특히 3악장 론도를 폭발적인 에너지로 표현하면서도 피아니시모(pp, 아주 작게)는 가장 멀리 있는 관객의 귀에까지 전달했다. 콩쿠르의 모든 연주를 통틀어 가장 스릴 넘치는 피아니시모였고 단연코, 우승자에 어울리는 연주였다고 평하고 싶다.”라고 전했던 것에 비하면 서울시향과의 브루스 리우의 쇼팽 피아노협주곡 제1번은 조성진처럼 우리와 같은 동국인 연주가 아닌 점에 비춰 다소 냉랭한 분위기로 흘렀다.

5년 전 2016년 2월 2일 저녁 8시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마련된 제17회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 우승자 갈라 콘서트 공연에서 당시 Artur Szklener 쇼팽 협회 감독의 얘기대로 초월적인 조성진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었던 자리였던 것을 감안하면 브루스 리우의 쇼팽 피아노협주곡 제1번은 차라리 차분한 연주에 가까웠다. 

브루스 리우의 영롱하기 그지없는 안단테 스피아나토

최근 한국출신 피아니스트의 공연치고 이렇게 뜨거운 반향을 불러일으킨 공연이 있었던가 하는 기사의 리드로 8시 저녁 공연에 쇼팽 피아노협주곡 1번을 바르샤바필과 협연하기 위해 조성진이 무대에 들어서자 인기 연예인을 환영하는 것 같은 거대한 함성의 환영 세례가 이어져 조성진의 인기가 실감 났다고 당시 기사를 내가 썼던 기억이 난다.

폴란드의 유명지휘자 야체크 카스프치크가 이끄는 바르샤바 필의 음률과 몸으로 조율이 초반에 이뤄진 가운데 시작된 조성진의 연주는 확신에 차 앞서 연주했던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 2~6위 입상자 샤를 리샤르 아믈랭이나 에릭 루등 여타 연주자들의 타건을 무색게 하는 매우 강하고 인상적인 것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브루스 리우의 연주는 5년 전 콩쿠르우승자 갈라 콘서트에서 큰 키임에도 매우 아름다운 음색을 뽑아내며 아름다운 편린들이 박히는 듯했던 에릭 루의 안단테 스피아나토와 화려한 대 폴로네이즈, op. 22 연주나 17회 쇼팽콩쿠르 결선에서 사색적이고 진지한 서정성으로 인상적 연주를 펼친 케이드 류의 연주에 가까운 느낌을 받았다.

제18회 쇼팽콩쿠르 우승 기념으로 출시된 브루스 리우의 결선 실황 음반에선 영롱하기 그지없는 안단테 스피아나토와 화려한 대 폴로네이즈, op. 22의 연주가 가장 인상 깊었고 뜨는 것이 아니고 착 달라붙는 쇼팽의 왈츠 연주, 쇼팽의 스케르초 No.4가 현장에는 없었지만 대단한 환호를 불러올 만한 연주였다고 여겨진다. 

참고로 도이치 그라모폰 레이블로 발매된 조성진의 소팽 콩쿠르 실황앨범(쇼팽의 피아노 협주곡 1번은 음반녹음에 포함되지 않았음)에서 인상적으로 감상했던 연주곡은 오히려 Preludes op.28과 Nocturne in C minor op. 48/1이다.

Polonaise in A flat major op.53이 음반의 박제된 밋밋한 감상을 주었던 반면, 5년 전 2월 2일 저녁 조성진이 앙코르로 연주한 쇼팽의 폴로네이즈 op.53 영웅은 힘과 열정이 넘치는 연주로 청중의 뜨거운 또 한 번의 함성과 기립 박수, 계속 이어지는 커튼콜로 매우 흥분되는 콘서트홀의 현장이었다.

 

2021 올해 쇼팽피아노콩쿠르 우승자 브루스 류의 서울시향과의 쇼팽콩쿠르 스페셜 연주장면. (사진 서울시향)
2021 올해 쇼팽피아노콩쿠르 우승자 브루스 류의 서울시향과의 쇼팽콩쿠르 스페셜 연주장면. (사진 서울시향)

 

지휘 윌슨 응의 호쾌한 지휘 기량을 맘껏 펼치는 지휘 모습 인상적

이날 쇼팽 피아노 콩쿠르우승자 브루스 리우의 서울공연에서 내 이목을 끌었던 것은 지휘 윌슨 응의 호쾌한 지휘 기량을 맘껏 펼치는 인상적인 지휘 모습이다. 윌슨 응은 지난 11월 초 홍콩문화센터에서 홍콩 필과 뉴욕필의 상임지휘자이기도 한 네덜란드 출신 즈베덴을 대신해 베토벤 교향곡 제3번 ‘에로이카’의 지휘로 홍콩 필의 연주를 이끌었고 2020년 말러 지휘 콩쿠르에서도 3위 입상해 이목을 끈 바 있다. 

서울시향이 연주한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제9번은 브루스 리우의 연주에 비중이 쏠린 탓인지 통상 쇼스타코비치 음악에서 연상되는 어둡고 비장한 이미지 대신 실내악적 축소된 음향에 긴장감 대신 가벼운 악상이 펼쳐져 대조를 이뤘다.

서울시향은 2022년 시즌에 ‘올해의 음악가 Artist-in-focus;로 세계적인 트럼펫주자 호칸 하르덴베리에르가 서울을 찾으며 또한 오늘날 가장 뛰어난 바이올리니스트 등 한 명인 아우구스틴 하델리히가 또 다른 ’올해의 음악가’고서 3주간 3개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들려준다. 

그리고 서울시향은 음악감독 오스모 벤스케에게도 각별한 작곡가들인 시벨리우스, 라우타바라, 모차르트와 말러가 작곡한 작품들의 연주를 이어나가며 더불어 4개의 초연 곡들-진은숙의 ’권두곡‘(한국 초연), 토마스 아데스의 바이올린 협주곡(한국 초연), 미카엘 자렐의 ’그림자들(한국 초연), 폴 키하라의 비올라 협주곡(세계 초연, 리처드 용재 오닐 협연)을 2022시즌에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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