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기의 공연산책] 굿으로써 '제주 4.3 사태' 보듬는 연극 '초혼'
  • 박정기
  • 승인 2017.05.08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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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희단거리패의 장일홍 작 이윤택 재구성 연출의 초혼
[글] 문화뉴스 박정기 (한국희곡창작워크숍 대표)pjg5134@mhns.co.kr 한국을 대표하는 관록의 공연평론가이자 극작가·연출가.

[문화뉴스 MHN 박정기] 장일홍 1950년 제주시 출생이다. 오현고를 거쳐 서라벌예술대학 연극과를 다녔다. 1971년 공직에 입문한 후 1990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단막 <강신무(降神舞)>로 당선, 등단했다. 1991년 대한민국 문학상 신인상을 수상한 희곡집 <붉은 섬>을 비롯, <이어도로 간 비바리>, <내 생에 단 한 번의 사랑>을 집필했다. 2000년 「자기 땅에 유배된 사람들」로 한국희곡 문학상을 수상했다.

2003년에는 백담사 만해마을에서 제2회 월간문학 동리상(희곡부문)도 수상했다. 제43회 한국문학심포지엄과 함께 개최된 이날 행사에서 장일홍은 희곡집 <이어도로 간 비바리>로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어도로 간 비바리>는 2003년 전통연희 창작희곡공모에서 최우수작으로 선정된 바 있다. 작가는 그의 4번째 희곡집인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를 발표하는 등 활발한 집필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전 제주교육박물관장이기도 한 장일홍은 사회복지 공동 모금회에서 진행하고 있는 ‘유산 기부, 아름다운 약속’ 캠페인의 제주 첫 유산기부자다. 장 작가는 제주 사회복지 공동 모금회를 방문, 그가 평생 어렵게 모은 전 재산인 시가 3억5000만원 상당의 아파트 2채와 건물을 포함한 132.2㎡의 토지를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유산기부 서약서’를 사회복지 공동 모금회에 전달했다.

장일홍 작가는 1971년 제주도교육청 행정직 공무원으로 공직을 시작했다. 2010년 제주교육박물관장으로 퇴임하기까지 옷 한 벌을 제대로 사본 적이 없을 정도로 근검절약을 실천해 왔다. 그는 독실한 크리스천으로서 40대에 자신과 7가지 약속을 했다. 그것은 육신 기증, 유산 기부, 꾸준한 집필활동, 독실한 신앙생활, 어려운 이웃돕기, 보육원 봉사활동, 교회 봉사활동 등이다. 그는 이번 유산 기부와 관련해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는 것 뿐”이라고 담담히 말했다.

이윤택(1952~)의 연희단거리패는 1986년 7월 부산 가마골소극장 개관과 함께 작업을 시작했다. 민간 소극장 연극 정신과 방법론을 탐구하는 실험극단으로 출발했다. 이후 서울 게릴라극장과 밀양연극촌을 중심으로 지역과 경계를 넘나들었다. '오구', '바보각시', '느낌극락같은', '시골선비 조남명', '아름다운 남자' 등 전통과 동시대를 만나게 하는 작품은 물론 '햄릿', '허재비놀이', '억척어멈과 그의 자식들', '코마치후덴', '피의 결혼' 등 해외극을 한국의 독자적인 현대연극 양식으로 수용하는 작품들로 호평 받았다.

1990대 이윤택은 일본의 도야마 현 도가예술촌으로 공연을 하러 간 적이 있다. 도가무라는 1973년 원래 다섯 채의 갓쇼즈쿠리(짚으로 지붕을 엮는 방식의 전통 가옥 형태)를 모모세강 유역에 모아 「도가 갓쇼문화마을」이라 이름지었다.

1976년에 연출가 스즈키 다다시(領木忠志, 1939~)가 이끄는 와세다 소극장(현 극단 SCOT : Suzuki Company of Toga)이 이곳으로 거점을 옮기고 갓쇼즈쿠리의 민가를 개조하여 「도가산보」라 이름짓고 연극 활동을 시작했다. 전국 각지로부터 수많은 관객이 찾아올 뿐만 아니라 일본인의 지혜가 서려 있는 산촌에서의 예술 활동으로서 각 계의 주목을 끌게 되었다.

1982년에는 그리스 식의 야외극장(이소자키 아라타 설계)을 신설, 스즈키 다다시는 그 동안의 국제적 네트워크를 살려 일본 내 최초의 세계 연극제 「도가 페스티벌」을 개최하였다. 또 1983년에는 스즈키가 창출한 배우 훈련법인 스즈키 트레이닝 메소드를 가르치는 「국제 연극 하계대학」을 열기 시작했다.

1994년에는 시설이 도야마 현으로 이관되어, 갓쇼 문화마을은 도야마 현립 도가 예술공원이 되었다. 그 후로 도야마현 난토시 (도가마을은 2004년 행정구역 합병으로 난토시가 되었다.)에 의해 극장, 연습실, 숙소 등이 차례로 정비되어, 현재 주변의 「도가다이산보」,「리프트 씨어터」를 포함한 7개의 극장, 연습실, 200명 이상 숙박 가능한 숙소에 이르기까지 무대예술의 일대 거점이 되었다.

매년 여름에 이루어지는 「SCOT 썸머 시즌」, 다국적 배우에 의해 올려지는 무대공연, 전세계의 배우를 위한 스즈키 트레이닝 메소드 교실, 아시아 각국의 연출가들에 의한 「아시아 연출가 페스티벌」, 일본의 젊은 연극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연극인 콩쿨」, 「고교생 하계 연극교실」등의 인재 육성 사업이 전개되고 있다.

이윤택은 일본 도야마현 도가예술촌을 방문한 후 1999년 1월 고향 밀양의 한 페교에 연극촌을 건립하기 시작했다. 창고극장, 숲의 극장, 우리동네극장, 가마골소극장, 스튜디오극장, 성벽극장이 차례로 건립되고, 자료관, 사무실, 편의점, 식당도 만들었다. 최근에는 윤대성 문학관이 들어서고, 해마다 7월과 8월이면 밀양연극제를 개최해 금년 2016년에는 제16회 밀영여름공연예술제를 성대하게 개최하고 대성공을 거두었다. 이로 인해 밀양시에는 2016년에 국립극장에 버금가는 밀양아리랑 아트센터를 개관하고, 12일간의 연희단거리패의 공연작품으로 전석매진이라는 대성황을 거두었다.

그는 경남 김해시 생림면 낙동강 끝자락 마을 도요리 도요마을 중심에 있는 폐교에도 각종 발표와 워크숍을 할 수 있는 사랑방으로 만들고, 마을 주변 빈집을 사들여 예술인 숙소, 연기 훈련장, 출판사, 카페, 방문객 숙소 등으로 수리해 도요 예술공동체를 형성했다. 거기에 도요출판사까지 차렸다. 2016년에는 20년 만에 시집과 시극<숲으로 간다>를 집필하고 출판했다.

이윤택은 대도시 중심과 국공립공연장 위주의 공연예술 활동이라는 고정관념을 극복한 친자연적, 친환경적 공연예술 장을 건립, 공연활동을 전개함으로써 한국공연예술의 발전과 창달을 선도하고 우리 연극을 세계정상급 수준으로 이끌고 있는 문화대통령 감이라 할 수 있다.

 

연희단거리패의 <초혼>은 장일홍의 희곡 <이어도로 간 비바리>를 재구성한 연극이다.

장일홍은 그의 가족사 속에 이른바 ‘제주 4. 3 사태’와 관련된 어떤 상처나 비극이 하나의 한(恨)으로 존재하고 있음을 연극을 통해 감지할 수 있다. 그는 작품 창작의 모티브로 줄곧 4. 3사태를 인용하면서, 때로는 그 사건을 이데올로기의 갈등에 희생당한 우리 민족적 비극으로 제시하기도 하고, 혹은 순수한 삶의 의지를 위협하는 이데올로기의 망령(亡靈)으로 확대시켜 보여 주기도 한다. 4 3사태의 원혼과 제주바다에 빠져죽은 원혼들을 위한 요왕맞이 굿이 극의 복선을 이룬다. 요왕은 용왕(龍王)의 제주식 방언이다.

무대는 해변 가의 초가집이다. 대나무가 울타리처럼 둘러져 있다. 무대 하수 쪽이 주인동 여인의 초가집이고 상수 쪽은 바닷가 바위언덕이다. 언덕으로 오르는 길이 있다. 바다 한가운데에는 조그만 정자기 있는 섬이 보인다. 4 3사건으로 죽어간 3만 명의 원혼과 그 터를 지키려는 주인공 여인의 어머니인 할망이 무당복장을 하고 부녀자들과 굿을 할 차비를 한다. 초가 앞쪽 집 울타리에는 용왕을 비롯한 해신들의 그림을 붙여놓고, 그 앞에 제사상을 차려놓았다. 굿을 할 때 사용할 북과 피리 제구, 그리고 종이를 잘게 썰어 만든 총채, 대나무를 꽂은 바구니 등을 준비를 해 놓았다.

요왕 굿이 시작되면 지붕 위, 울타리, 무대천정, 좌우 골목에서 원혼들의 등장한다. 원혼들은 장단에 맞춰 춤을 추기도 하고, 함께 몰려다니며 무언(無言)이지만 감정표시도 한다.

굿이 시작되면 이웃의 여인들이 등장해, 이곳 양식장의 폐수로 인해 이웃의 전복 소라가 몰사했다며 싸움이 벌어진다. 원혼들도 몰려다니며 옆에서 응원을 한다. 그러나 극의 후반부에 골프장에서 뿌린 농약 폐수가 몰살의 원인임을 알게 된다.

뒤이어 등장한 이장과 주인공 여인의 갈등도 독립투사의 후손과 친일파의 후손의 다툼인 것으로 연출되고, 4 3사태의 원혼의 터전인 넓은 부지에 관광호텔을 지으려는 이장에게 반대의사를 표하는 주인공 여인의 의지가 추상열화(秋霜熱火)처럼 드러난다.

여주인공에게는 아들과 딸이 있는데 아들은 골프장 건설반대시위를 하다가 경찰의 추적을 당한다. 그런데 그 아들은 이장의 딸과 사랑하는 사이다. 여주인공의 딸은 여공노릇을 하다가 손가락이 잘려 귀가한다. 그런 딸을 이장의 아들은 열렬히 사랑을 한다. 두 쌍의 사랑은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보다 절실하고 애틋하게 느껴진다. 원수 집안 같은 두 집안의 아들과 딸의 애틋하고 진정한 사랑이 관객의 가슴을 적신다.

잠시 후 대나무 뒤로 불길이 오르기 시작하고 불은 확대가 된다. 주인공 여인의 아들이 골프장 건설사무실에 방화를 한 것으로 전해진다. 경찰이 몰려오고 주인공 여인의 아들은피신을 하지만 방화범으로 결국 경찰에게 체포되어 간다.

굿판이 펼쳐지고 굿을 주관하는 사람이나 참석하는 사람이나 모두가 억울하게 죽은 3만 여명의 원혼이 한을 풀고, 왕생극락을 기원한다. 이장이 등장해 굿을 참관한다. 그러자 사람들이 이장이 관광호텔건립과 관련해 비리를 저지른 것을 하나하나 들춰낸다. 이장의 딸이 등장해 아버지의 부끄러운 모습에 접하게 된다. 바로 그 때 주인공의 아들이 특사로 석방되어 등장한다. 이장의 딸은 반가워 어쩔 줄을 모른다. 이장이 딸을 데리고 떠나려 하자, 무녀노릇을 하는 할망이 손자와 이장의 딸의 손을 끌어다 합쳐준다.

곧이어 이장의 아들이 힘없이 등장을 한다. 손에 운동화를 들었다. 주인공 여인의 딸의 운동화다. 이장 아들은 바닷가 바위위에 남겨놓은 운동화를 들고 와 주인공여인에게 주며 눈물을 흘린다. 주인공 여인의 딸이 자살로 생을 마감한 것이다. 할망의 요왕굿이 시작된다. 등장인물들과 원혼들이 가까이 다가선다. 본격 굿이 시작되면 관객은 손을 합장하고 굿에 직접 참석한 듯 공연에 몰입을 한다. 출연자들이나 관객이 일심동체가 되어 굿 연극의 마무리를 함께하고 우레와 같은 갈채를 보내면서 공연은 끝이 난다.

 

김소희, 김미숙, 윤정섭, 홍민수, 정연진, 서민우, 박정우, 현슬기, 김현정, 최민혁, 신다영, 문성룡, 양유철, 홍한별, 현대영, 이상철, 김현동, 박소정, 김형진 등 출연자 전원의 성격설정과 연기 그리고 굿거리장단과 소리는 실제 무속인과 다름이 없어 연극과 굿을 함께 관람하는 듯싶은 느낌의 공연이다. 혹시 한반도에 전쟁이라도 터져 연극인들의 설 무대가 없게 되면, 연희단거리패 배우들은 무속인으로 직업을 바꾸면 되리라는 생각은 필자만의 느낌일까?

무대 김경수, 조명 조인곤, 무대감독 김한솔, 무대제작 월산프로젝트, 기획홍보 오동식 등 스텝 진의 열정과 기량이 드러나, 연희단거리패의 장일홍 작, 이윤택 재구성 연출의 <초혼(招魂)>을 성공작으로 창출시켰다.

※ 본 칼럼은 아띠에터의 기고로 이뤄져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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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기 | pjg5134@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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