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서태지에겐 관대하고 전인권에게 박하다

[글] 문화뉴스 아띠에터 양성원 음향 엔지니어 겸 음악 프로듀서, 마리오스튜디오 대표 양성원

[문화뉴스 MHN 아띠에터 양성원] 촛불집회에서 상처받은 시민의 마음을 보듬어 주었던 곡이며 드라마 '응답하라 1988' OST로 기수 이적이 리메이크하여 국민적으로 사랑받고 애창되던 '걱정말아요 그대'가 최근 표절 논란에 휩싸였다. 이 곡이 1972년에 발표된 독일그룹 블랙뾔스(Bläck Fööss)의 '드링크 도흐 아이네 멧'과 매우 흡사하다며 논란이 시작되었다.

 

 

 

▲ 전인권 4집 전인권과 안 싸우는 사람들

'걱정말아요 그대'는 2004년에 발표된 전인권 4집의 타이틀 곡으로 그 자체만으로도 절절한 삶의 애환이 느껴지는 그의 목소리에 아름다운 노랫말이 덧붙여져 당시에도 크게 히트하였으며, 드라마뿐만 아니라 여러 음악프로그램에서도 리메이크되어 꾸준히 사랑받아 왔는데 이번 표절 의혹으로 많은 팬의 실망과 상실감은 더욱 컸다.

1.표절의 정의 

위키백과에서는 '표절'을 다른 사람이 쓴 문학작품이나 학술논문, 또는 기타 각종 글의 일부 또는 전부를 직접 베끼거나 아니면 관념을 모방하면서, 마치 자신의 독창적인 산물인 것처럼 공표하는 행위로 정의하고 있다. 대체로 쟁점이 되는 작품들을 직접 비교할 수 있는 글이나 미술작품에 대한 정의이고 무형의 추상적인 음악에 대해선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정의된 규정이나 법규는 없다. 다시 말해서, 표절 시비가 일어나더라도 규제나 처벌할 수 없으며 민사로 소송을 제기하는 것 이외엔 분쟁을 해결할 방법이 없다. 항간에 떠도는 전체 4마디, 후렴 2마디의 기준도 판례를 보면 반드시 그런 것도 아니다.

 

2. 판정은 판사가 한다?!

그렇다면 정말 '걱정말아요 그대'는 표절곡인가? 사실 표절을 판정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과거에도 적잖은 노래들이 표절판정으로 원작자가 바뀌거나 음반을 재발매하는 경우도 있었고 소송을 통해 막대한 배상을 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자칫 잘못 쓰인 주홍글씨로 감각 있는 아티스트가 더는 창작활동을 하지 못하고 송사로 음악 활동에 제약을 받기도 한다. 실제로 로이킴의 ‘봄봄봄’은 두 번의 표절 시비가 있었고 그 중에 ‘주님이 풍경 되어’를 일부 표절했다는 이유로 지금까지 2심이 진행 중에 있다.

 

    

 

3. 음악의 구성요소

음악은 멜로디(선율, 가락), 하모니(화성), 리듬(장단)의 3요소로 구성되어 있고 대중음악은 여기에 편곡, 밴드의 구성, 악기 편성, 그리고 가사도 고려되어야 하므로 음악을 구성하는 요소는 더욱 많아진다. 단순히 귀로 듣고 분위기나 추상적인 느낌만을 비교할 것이 아니라 악보 상으로 멜로디의 흐름, 코드 진행, 편곡, 악기 구성 등 많은 변수도 고려해야 하므로 두 곡을 악보로 비교해 보고자 한다.

 

▲ 전인권-걱정말아요 그대 악보

 

 

▲ Black Fooss - Drink doch eine met 악보

 

 

4. 악보 비교 분석

두 곡은 전형적인 포크발라드곡으로 드럼의 GoGo 리듬 위에 건반, 기타, 베이스의 기본적인 악기 구성과 추가 편성으로 이루어져 있다. 조성(Key)이나 템포(Tempo, 빠르기)도 다르며 약간의 진행도 다르므로 똑같다는 전제를 깔아 놓은 상태에서 블라인드 테스트 급의 단순 비교 감상만으로는 차이를 분간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독일 곡을 G key로 바꿔서 조건을 같게 맞추고 멜로디와 코드를 비교하기 쉽도록 악보를 통합하였다. 또한, 두 곡의 길이가 달라 '걱정말아요 그대'의 verse(소절)를 1 소절 늘렸고 악보 상의 17~18 마디 2/4박자의 변박 구조도 맞춰서 전체 길이가 같도록 하였다.

 

▲ 두곡 비교 악보
▲ 두곡 비교 악보2

 

이렇게 비교하면 대체로 G key의 전형적인 다이어토닉 코드 진행(Diatonic Chord Progression) 에서 일치하는 곳도 있고 유사한 곳도 있다. 2번째 마디가 같다고 보더라도(그럼에도 코드 진행이 다르다.) 이 정도로 같다고 볼 수 있을까? (10, 12마디는 소절을 늘리기 위한  Verse1이다.)

그렇다면 다음 악보는 어떤가? 전인권 님이 언급한 동요 '에델바이스'도 함께 비교해 봤다. '에델바이스'는 3/4 왈츠(Waltz) 곡으로 두 곡과 다르므로 박자를 4/4박자로 바꾸고 그러면서도 Waltz의 느낌이 살도록 편곡하여 후렴(Chorus)을 비교할 수 있도록 악보를 만들었다.

▲ 세곡 비교 악보

  박자가 달라져도 비슷하다고 인지하지 못하는데 역으로 같은 멜로디에 리하모니제이션(Reharmonization)으로 코드 진행만 달라져도 전혀 다른 곡으로 들리는 경우도 많다. 음악의 많은 요소 중 몇 가지만 달라져도 다른 곡으로 인지할 수도 있고 반대로 같다고 느낄 수도 있다. 이와 유사한 사례는 없을까 아래의 두 음원을 비교해 보자.

      

자전거 탄 풍경의 '너에게 난 나에게 넌'과 미국의 인디그룹 Fastball의 'Out Of My Head'는 매우 비슷하게 들린다. 멜로디도 전혀 다르고 코드도 다르지만, 리듬과 템포, 구성 그리고 오르간과 같은 악기 구성 때문에 비슷하게 들린다. 이 곡을 비교하기 전에는 다른 곡으로 인지할 수도 있다. '너에게 난 나에게 넌'은  표절곡인가?

이 글을 통해 표절을 옹호하거나 의혹들을 해명하려는 것은 아니다. 의도적으로 표절했다면 원작자에겐 정신적, 경제적으로 피해를 주는 행위이므로 비난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아티스트에 대한 편견, 기행, 발언, 정치적 이유로 혹독한 잣대를 들이대서는 안 된다. 그 이면에 우리가 아끼고 보호해야 할 예술적 가치도 평가하며 충분한 소명의 기회뿐만 아니라 분위기에 편승한 잘못된 판단을 하고 있지 않은지 생각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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