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감성과 빈티지를 담은 초기작부터 신작까지 100여점 공개
6월 6일(월)까지 롯데뮤지엄에서 전시

 

[문화뉴스 문수인 기자] 적나라한 로우 앵글(Low angle)과 하이 앵글(High camera angle), 그가 굳이 피하지 않은 적나라함. 

비행기와 새같이 날아다니고 멈추는 것들, 푸름, 그가 정한 주연과 내가 선정하고 있는 주연, 드라이아이스가 흩뿌려진 세상 등 연상되는 단어들을 메모하며 작품을 관람했다.

 

Selected Early Works (2007 – 2010)

알렉스 프레거의 초기 작품을 볼 수 있는 첫 번째 파트는 그가 어떤 환경에서 자라왔는지를 알 수 있다. 로스앤젤레스 실버레이크 지역에서 자라면서, 작품에 그 지역의 일상이 자연스럽게 나타난다. 알렉스 프레거의 작품에서 보이는 등장인물의 표정, 과장된 몸짓 그리고 화려한 연출의 색감은 할리우드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알렉스 프레거가 어떠한 상황에 직접 놓여있던 경험 속 자신의 감정 변화가 만들어낸 페르소나를 작품 속 여성 캐릭터의 모습으로 실현했다. 그가 포착한 과거 로스앤젤레스의 미디어 및 대중문화 이미지는 결국 그의 어린 시절 향수인 것이다. 한편의 영화 촬영지에 놓여있었던 그의 삶이 담긴 그의 작품은 영화 스틸 컷을 연상케 한다.

알렉스 프레거는 할리우드 영화배우였던 할머니의 친구로부터 어린 시절에 선물 받은 50-60년대 촬영용 의상과 가발 등이 들어있었던 상자를 열어 보고 영감을 받아 사진 작업을 처음 시작했다고 한다. 

그것들을 작업에 활용하며 가발 쓴 여자들이 등장하도록 하는데, 이 배우들은 우리 삶에서 특정한 순간을 연기한다. 마치 내가 이 전시를 보는 순간도 연기의 일부분인 것처럼 모든 작품들이 철저하게 연기하고 있다. 어쩌면 나도 누군가의 영화에 단역 1 일수도, 적당한 조연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산업의 중심이자, 각종 테마파크로 가득한 로스앤젤레스에서 자란 알렉스 프레거에게 세상은 영화나 연극 무대인 것이다. 

 

Face in the Crowd (2012-2015)

알렉스 프레거의 작품은 좀 더 대범하고 적나라한 연출의 세계를 구축했다. 감시카메라와 같이 공중에서 내려찍는 부감 기법으로 촬영했다. 철저한 배치 속 금발의 여자는 제3의 공간을 꿈꾸듯, 선망하듯, 그곳으로 도피하는 듯한 연기를 하는 것 같았다. 

알렉스 프레거는 문화적 공동 기억(연회장 로비, 해변, 영화관 등)을 활용해 익숙한 장면을 낯설게 포착한다. 낯설게 느껴지는 이유는 감시자 또는 촬영자의 입장에서 작품이 서술되고 있기 때문이다. 수많은 군중들이 촬영을 위해 멈춰있는 것도 같다. 그들은 서로를 응시하지 않은 채 인위적인 포즈와 표정을 하고 있다. 거대해 보이지만 이 모든 게 무슨 소용인지 모를 트루먼쇼의 한 장면처럼.

 

Play the Wind (2019)

<플레이 더 윈드>시리즈는 로스앤젤레스의 사소하고 다양한 일상의 마을 풍경이 작품의 배경으로 등장한다. 단편영화를 중심으로 작품은 영화의 스틸 컷들이 전시되어 있다. 영화를 볼 수 있는 작은 상영관도 있으니 참고하기 바란다.

 

<플레이 더 윈드>는 SF의 거장 레이 브래드버리의 『민들레 와인』속 문구로 시작한다. 상상의 도시 ‘그린타운’을 배경으로 한 이 소설은 한 소년의 시선으로 전개된다. 여러 사건으로 인해 소중한 삶의 순간을 되짚어보는 줄거리로, 이번 영화에 여러 스토리로 나타난다.

<빅 웨스트>, <스피드 리미트>에서 보이는 거대한 조형물과 자동차들로 꽉 찬 도로는 로스앤젤레스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풍경이다. <스피드 리미트>는 이탈리아 영화감독 ㅔ데리코 펠리니의 <8과1/2>에서 러시아워에 갇힌 주인공의 모습에 영감을 받은 작품이다. 작가의 고전 영화에 대한 탐구와 여망을 보여줌으로 예술가가 무엇에 영감을 받는 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체감된다. 

 

La Grande Sortie (2016)

무대 공포증과 싸우는 발레리나의 이야기를 담은 <라 그랑드 소르티>는 왜인지 그 감정을 느껴졌다. 단편 영화를 볼 수 있는 작은 관에서 본 영화는 실제 파리 오페라 발레단의 의뢰로 바스티유 극장에서 촬영되었다고 한다. 

은퇴한 무용수들이 조연으로 출연했다는 점에 흥미를 일으킨다. 주연 배우인 파리 오페라 발레단의 에뚜왈 에밀리 코제트가 느끼는 불안감이 부각되도록 얼굴엔 땀으로 녹은 어설픈 분칠과 눈썹이 선명하게 보이도록 가까이 내보냈다.

동시에 관람객의 시선, 지루함과 희열감, 산만하거나 하품하는 모습을 드러내는데, 결국 그녀 스스로가 만들어내는 두려움을 시각화한다.

그런 관객의 시선과 발레리나의 시선을 얽혀 둘의 역할 경계는 흐려진다. 관객이 발레리나의 상대 무용수가 되어 무대에서 연기하게 되는 상황이 연출된다.

우리도 일상에서 한 명의 배우로서 연기하고 있는 건 아닐까하는 질문. 상대의 액팅에 어떤 리액션을 취하는 가에 대한 자문을 유도한다.

 

Part 1: The Mountain (2021)

초기작품과 확실히 다름을 알 수 있다. 모든 것은 철저한 과거가 된다.

알렉스 프레거의 2021년 신작인 <파트1:더 마운틴> 극도의 혼란을 겪는 피사체를 담았는데, 이들은 영화적 구조를 통해 보았을 때 산(고통과 시험)을 기어코 넘어낸 한 사람의 무수한 감정을 고찰한다.

사실 다수가 공감할 만한 사적인 순간을 묘사하며, 현대사회에서 대격변을 겪은 우리가 경험하게 된 일들이 어느 누구에게나 어떤 형태로든 찾아왔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오랜 시간 거친 산을 오르다 마침내 맞이한 세상. 등반의 기록만으로도 이미 가치가 있다는 것을 알아주었으면 한다.

마지막 포토 존에서는 전시를 찾아온 관객을 무대에 세운다. 이 영화 같은 전시를 마치고 꽤 머물며 박수 속에 퇴장하길 바란다. 
 

(사진=알렉스 프리거, 빅 웨스트 전시/문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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