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젊은 극작가들의 창작 환경과 공공극장의 역할' 토론회가 열렸다.

[문화뉴스 MHN 양미르 기자] 2일 오후 서울 종로구에 있는 마로니에공원 좋은공연안내센터 지하 다목적홀에서 '젊은 극작가들의 창작 환경과 공공극장의 역할 - 국립극단 '작가의 방' 사태를 넘어서' 토론회가 열렸다. 

'블랙리스트 타파와 공공성 확립을 위한 연극인 회의'와 계간 '연극평론'이 주최한 이번 토론회는 연극평론가 이진아가 사회를 맡았고, 김윤철 국립극단 예술감독, 정명주 국립극단 공연기획팀장, '작가의 방' 프로젝트 참여 작가인 고연옥('작가의 방' 드라마투르그 등 진행), 구자혜(작품 '침입'), 김슬기(작품 '김치녀 레볼루션')와 김재엽 연출 등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이 밖에도 약 100여 명의 공연 관계자가 토론회를 관람했다.

'작가의 방'은 2016년 국립극단이 진행한 자체 창작극 개발 사업이다. 30대 극작가 10명을 자체 선정해 지난해 11월 5일과 13일까지 작품 6편을 '작가의 방 낭독극장'이라는 이름으로 무대에 올린 바 있다.

'작가의 방'에 참가한 극작가 9명에게 국립극단 측이 "'개구리' 같은 작품을 쓰지 말아 달라"고 강요한 내용이 지난 3월 1일 발행한 계간지 '연극평론'의 고연옥 작가 글을 통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어났다. '개구리'는 2013년 국립극단에서 올린 박근형 연출의 작품으로, 박정희·박근혜 전 대통령 부녀를 풍자했다며, 정부의 문화예술계 검열과 '블랙리스트' 작성의 발단이 되기도 했다.

김윤철 국립극단 예술감독은 "내심 기다렸다"며 "제안하기는 어렵고, 마침 '연극평론'과 '연극인 회의'에서 마련해주셔서 감사하다. '작가의 방'을 지난해에 추진한 배경에는 국립극단의 창작극 개발사업이 기대만큼, 예상만큼 이루어지지 않아서, 좀 더 활성화하자는 차원에서 이뤄졌다. 또 하나는 '작가의 방'은 국립극단만을 위한 프로젝트가 아니다. 배우 워크숍과 연출가 워크숍을 하듯이, 공공의 목적을 가지고 하려 했다. 충분히 공유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시행착오가 있었다"고 입을 열었다.

▲ 국립극단 김윤철 예술감독이 토론에 참석했다.

이어 김 예술감독은 "그런 면에서 '사태'라 표현할 수 있겠으나, 사과도 했고 해명도 했다"며 "그 사실에 대해서는 추가로 드릴 말씀이 없다. 중요한 것은 한국 연극은 언제나 작가로부터 출발한다는 사실이다.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작가의 중요성이나, 출발지점에 있다는 위치 등 한국만큼 극작가가 중요한 나라가 없다. 국립극단 미션 중 하나가 창작극 개발인데, '내가 평론만 해서 제작 경험이 없다'라고들 했는데, 창작극을 작가들이랑 같이 해보면서 든 생각은 쌓아놓은 작품이 많지가 않았다"라고 말했다.

"그래서 우리 작가들은 부탁을 받고 나서 작품에 임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고 밝힌 김 예술감독은 "그런 입장에서 그냥 작품을 기다려서는 좋은 작품을 받을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을 깨닫기까지 2년이 걸렸다. 제대로 해보자는 입장에서 이 사업을 진행하게 된 것이다"이라고 설명했다.

"제가 익숙한 영국, 미국 쪽의 시스템을 다 수용할 수는 없으나, 가져와야 할 중요한 것은 작가 육성이 제작적 환경에서 가장 잘 이루어진다는 것"이라고 언급한 김 예술감독은 실제 배우나 스태프들과 공동으로 창작해나가는 과정이 굉장히 중요하다. 성급하게 시행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었으나,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바는 작가들에게 이런 기회를 제공해서 연극적으로 효과적인 작품을 쓸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작가의 방' 낭독공연 드라마투르그 등을 맡은 고연옥 작가는 "많은 작가는 국립극단에서 자신의 작품이 올라가기를 바란다"며 "단지 국립극단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 자신이 중요한 위치라는 것을 인정받고 싶어서다. 그러나 긍지를 주지 못했다. 우리가 나선 이유는 모르는 사이에 이 문제가 되풀이될 수 있고, 먼저 경험한 사람으로 문제 제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더 많은 이들이 앞으로 목소리를 내야 하는데, 이렇게 나와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며 기조 발언을 시작했다.

▲ 고연옥 극작가가 기조 발언을 하고 있다.

고연옥 작가는 "'작가의 방'이 서로에게 큰 상처를 남긴 이유는 3가지"라며, "첫 번째로 현재 가장 주목받는 신진 작가를 불렀지만, 그에 걸맞은 계획을 하지 못했다. 이미 성장한 작가를 불렀지만, 작품을 쓰게 하고 좋은 작품이 나오면 제작할 수도 있다는 말은 오디션 프로그램 같다. 국립극단을 위한 작품을 위해 매진한다고 생각하면 잘못된 생각이다. 작가가 책임감과 사명감을 가지고 작품을 쓸 수 있도록 뒷받침해야 하고, 만족스러운 작품이 나오지 않아도 함께 감당해야 했다. 젊은 작가들이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도록 지지해줬어야 했다"고 말했다.

이어 고 작가는 "두 번째로 '낭독극장' 후 갑자기 경쟁 체제로 바뀐 것"이라며, "공연계획이 없었던 것을 문제 삼다가, 공연을 올려준다는 것이 무엇이 문제냐라고 억울해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국립극단과 작가들은 절대 동등한 처지가 아니었다. 마치 국립극단이 상을 주는 입장이 되면서 어느 순간에 승자와 패자로 갈리게 됐다. 예산상의 이유로 6개 작품을 전부 올릴 수 없다고 했다. '재외한인작가전' 작품도 진행하면서, 이미 외국에서 잘 되어 있는 작품을 우리 작가들 대신 올리는 것이 공공성에 부합하는 것인지 궁금하다"고 물었다.

마지막으로 고 작가는 "세 번째는 검열 문제"라며, "'개구리'가 워낙 강력한 말을 해서, '제2의 개구리 사태'가 우려된다는 내용은 '연극평론'을 쓰면서 수차례 토론하고 의논했다. 가장 큰 문제는 작가들 앞에서 그런 말을 해도 된다고 생각한 것이었다. 예술가로 인정하지 않는듯한 느낌을 받았다. 작가가 자신의 중요한 작품을 쓰면서 인정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런 지점들에 대한 올바른 토론을 바란다"며 기조 발언을 마쳤다.

'작가의 방' 프로그램을 담당한 국립극단 정명주 공연기획팀장은 "2016년 5월 30일, 10명의 초빙된 젊은 작가들과 함께 시작한 프로그램이며, 원래는 아직도 계속되었어야 하는 18개월에 걸친 프로그램"이라며, "올해 연말까지 지속하는데, 초청 메일을 보낼 때는 작가에게는 재정적, 행정적, 자료의 이점을 드리고, 국립극단 입장에서는 좋은 작품을 찾는 보물찾기 같은 의도로 하고 싶었다는 내용을 보냈다. 최종 2~3편이 선정되고, 그 기준이 무엇이고, 계약금이 얼마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가 없었다. 그래서 갑의 태도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며 입을 열었다.

▲ 정명주 국립극단 공연기획팀장이 토론에 참석했다.

정명주 공연기획팀장은 "첫 모임에서 고연옥 작가가 이의를 제기했는데, 제작자로 국립극단 팀장이 시놉시스 발표를 하면서 '좋다', '아니다'라고 하는 것이 유도로 보일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래서 첫 번째 시놉시스 세션 이후, 팀장과 PD가 이레 작품에 관해 이야기하지 않고, 선정이 목표가 아니라 모든 작품이 페스티벌 형식으로 '낭독극장'을 여는 것이 어떠한가? 운영상의 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수렴했다. 중간에 나간 분들도 있고, 일정 문제 때문에 빠진 분들도 있어서 6명의 작가가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낭독극장'을 발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 공연기획팀장은 "2017년에 예술감독이 바뀌기 때문에, 예술감독의 기획 주제를 예견할 수 없었다. 국립극단의 사회적, 공공적 책임에 관해 이야기를 했다. 그러나 큰 실수였다. 해서는 안 될 자기검열이었다. 국립극단으로 책임이 있어서 못 할 수도 있으나, 일단 다 써라. 밖에서 해도 된다는 말은 분명 오해의 소지가 있다. 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이야기한 자체가 실수였다. 그리고 '낭독극장'을 긴 기간 준비했는데, 6개월 만에 끝나는 것이 아쉬워서 차기 년에 공연하면 어떨지 제안해 정량평가를 했다. 이후 공연과 '작가의 방 2기' 등 참여를 제안했다"고 덧붙였다.

구자혜 작가는 "당시 '작가의 방' 참여자로 민감하게 반응했어야 했으나, 그러지 못한 것에 대해 책임감을 느낀다"며 "고 작가 글 이후로 SNS에 논의가 됐다. 그 후로 더 논의하고 싶었던 사안들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다. '개구리'가 언급되었든 아니든 간에 해서는 될 말은 아니다. 검열을 강요하지 않았더라도 면피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해당 직원의 개인적 견해라는 말이 충격적이었다. 한 개인을 검열의 주체로 낙인찍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공립단체에서 공공의 역할에서, 그런 이야기들이 어떤 맥락으로 이해될 수 있는지에 대해 국립극단이 생각해봤어야 했다"고 언급했다.

▲ 구자혜 극작가가 발언을 하고 있다.

이어 "참여를 하면서 정체를 알 수 없는 불편함이, 국립극단 주체로 선정하는 과정에서 있었다"며 "말로 관계를 기술하는 것이 어려웠다. 국립극단의 큐레이션십이 무엇인지인데, 자유로이 써도 되는데 극작가들이 질문을 했다고 했다. 세 번째로, 작가들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문제다. 6공연 중 몇 개를 꼽아서 한다는 그 제안 자체가 작가들을 상대로 불합리한 제안을 주고, 절박한 상황에서 선택하도록 한 것이다. 실무상의 문제점을 지적한 바가 없다. 절차상의 문제가 아니라, 이 프로젝트를 통해 무엇을 목표로 두었는지다"라고 구자혜 작가는 전했다.

구자혜 작가는 "창작극 개발만이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그 전에 작가들을 대하는 스킨십이 중요한 것이다. 선정되었을 때 기쁘지 않았다. 작가들은 서로 코멘트하고 스킨십이 생기게 되는데, '공연을 올려준다', '기회를 준다', '돈을 내준다', '혜택을 준다'에 대한 감사하다는 생각은 없다. 기회를 얻었다는 것에 대한 호혜라는 생각은 없다. 동등한 관계로 협업한다는 것이 좋을 뿐이다. 작가들을 프로덕션을 직접 꾸리는 사람이 아니므로, 무대로 올라가는 게 작가 입장에서 얼마나 어려운지 생각했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구자혜 작가는 "경쟁 구도가 없다고 했는데 그게 아니라는 게 문제였다. 처음으로 시도하는 프로덕션에서 참가자들이 지양했던 경쟁 구도를 도입했다는 것이다. 손쉬운 카드이나 그렇게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왜 이게 마지막 선택이었을까? 본 공연 3편, 쇼케이스 1편 진행도 문제가 있는데, 쇼케이스가 본편보다 더 가치 없다는 게 아니다. 쇼케이스가 본 공연으로 가기 위한 건강한 징검다리였다면, 그것으로 끝을 내면 안됐다. 창작극을 위해 작가들을 모은 애초의 취지는 좋았다. 그러나 창작극 공연을 올리는 것이 끝인 국립극단의 큐레이터십은 없었다"고 밝혔다.

김슬기 작가는 "여성주의와 청소년극을 주로 쓰며, 사회적 약자들의 목소리를 무대 위에 남기고자 했다"며 "7년 차인데, 데뷔 후 젊은 극작가가 을의 위치에 있음을 자주 느꼈다. 희미하고 모호했다. 2016년 '작가의 방' 과정을 당연히 참여했다는 것을 반성한다. 국립극단뿐 아니라 대학로에서 20~30대를 보내니 성찰을 할 시기가 됐다. 잘잘못이 아니라, 젊은 작가로 어떻게 해야 하고, 어떤 것이 필요한지 숙고하고 의견을 나누고, 목소리를 내고, 좋은 제안을 공공기관 등에 하고 싶다"고 입을 열었다.

▲ 김슬기 극작가가 발언을 하고 있다.

이어 김 작가는 "공연기획자는 시혜적 위치가 아니며, 창작자도 기꺼이 프로그램의 도구가 되어야 할 존재도 아니다"라며, "대학로에 다양한 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와야 한다. 그러나 권위적, 마초적, 남성주의가 넘쳐나고 있다. 한 예로, 페미니즘 등 중요한 이슈에 대한 반응이 느리다. 더 기민하게, 목소리를 기울여야 한다. '김치녀 레볼루션'도 '작가의 방' 마지막에 탈락했다. 완성도의 문제와 관객과의 소통에 실패했다고 했다. 페미니즘이 왜 안되는지, 미흡하더라도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응원했으면 했다. 국립극단에 서포터로서의 제안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끝으로 김재엽 연출은 "'작가의 방'을 직접 체험하지는 않았으나, 국립극단과 '알리바이 연대기'를 손진책 예술감독님의 마지막 시기와 김윤철 예술감독의 처음 시기에 재공연했다"며 "초연 당시 박근형 연출의 '개구리'가 비슷한 시기에 진행됐다. 직간접적으로 보고 느끼게 된 것이 많아 이 자리에 오게 됐다. 검열에 관해서 이야기할 때, 국립극단이 우리에게 어떤 모습으로 존재해야 하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한다. 국립극단이 이거 하면 싫어하지 않겠냐는 생각을 많이 해서 대본을 잘 안 보여드렸다"고 말했다.

▲ 김재엽 극작가가 발언을 하고 있다.

이어 김재엽 연출은 "시놉시스만 80쪽 보여드렸다"며 "김윤철 감독님이 국론을 분열하는 작품은 피하고 있다. 국립극단은 국민을 위한 것이라고 하는데, 국론을 분열하는 사람들도 '국민' 안에 있고, 세금을 통한 월급도 문체부가 주는 것 같아도 결국 '피플'이 주는 것이다. 알게 모르게 국가주의가 우리 안에 들어와 있는 것이다. 국립극단은 '개구리'의 제작자로 역할을 전혀 못 했다. 상을 받으면 국립극단 제작자가 가서 수상하는데, 벌을 받을 때도 같이 받아야 된다"고 언급했다.

김재엽 연출은 "박근형 연출 개인으로 '개구리' 문제를 돌릴 때, 만약 그게 민간에서 제작됐다면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 같다"며 "처음 문제가 됐을 때, 제작자로의 입장은 국립극단에서는 없었다. '개구리'를 누가 제작했는지에 대한 생각이 없었다.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 안에는 '개구리' 같은 작품은 국립극단에서 하기 힘들다는 생각이 내재했다. 제작자로 국립극단이 '개구리'에 대한 입장을 정립하지 못했기 때문에, 지금까지 계속 과제로 남아오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문화 生] 김윤철 국립극단 예술감독 "블랙리스트 외압·사퇴 요구받았다" ② 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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