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립극단 김윤철 예술감독이 발언을 하고 있다.

[문화뉴스 MHN 양미르 기자] ▶ [문화 生] 국립극단 '작가의 방' 사태, 연극인이 모였다 ① 에서 이어집니다.

2일 서울 종로구에 있는 마로니에공원 좋은공연안내센터 지하 다목적홀에서 열린 '젊은 극작가들의 창작 환경과 공공극장의 역할 - 국립극단 '작가의 방' 사태를 넘어서' 토론회는 오후 6시부터 시작되어, 3시간이 넘은 9시 이후까지 계속됐다.

다양한 이야기가 나온 가운데, 김윤철 국립극단 예술감독은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로부터 사퇴 압력을 받았다는 말을 했다. 김윤철 국립극단 예술감독은 "검열과 관련해서 국립극단은 외압을 상당히 많이 받았다"며 "작품이냐, 사람이냐를 놓고 보면 사람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이윤택, 김영하, 고선웅, 박근형 등 엄청 받았다. 우리 국립극단이 힘들게 싸워왔다. 이윤택 연출가를 하지 않겠다는 우려를 극복했고, 김영하 작가 작품을 꼭 해야겠냐는 외압에도 극복했다"고 밝혔다.

김윤철 국립극단 예술감독은 "사표를 책상 서랍에 늘 넣어두고 출근했다"며 "2015년 가을, 당시 김종덕 문체부 장관으로부터 사임 압박을 받기도 했는데 거절했다. 해고하면 성명서를 내더라도, 내가 끝까지 하겠다고 말했다. 고선웅 연출은 나중에 들어보니 박민권 당시 문체부 차관이 싸웠다고 들었다. 나는 국립극단이라는 조직의 장으로 내가 구호를 외치면서 하는 것이 적합하다는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작품으로 행동하고 싶었다. 하지만 장관, 차관, 문체부 실무자를 만나서 검열 외압의 부당성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설파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김 예술감독 "심지어 국정원 직원까지 만나서 이야기했다"며 "함께 청와대와 이 문제를 풀어가자도 이야기했다. 그분이 망설여서 이야기했는지는 모르겠지만, 할 수 있을 때마다 나는 문체부를 적이 아닌 설득의 대상으로 봤다. 결국, 우리가 하자는 대로 이윤택, 고선웅, 김영하의 작품을 다 했다. 이런 작품을 한다는 행동으로 말하고 싶었지, 성명서 발표는 국립극단 자체가 하기 힘들었다. 내가 해야 하는 역할을 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 '젊은 극작가들의 창작 환경과 공공극장의 역할' 토론회가 열렸다.

한 연극인이 "청와대, 국정원, 문체부 등이 국립극단의 레퍼토리가 선정되는 과정에 개입되었다는 것은 국가범죄라고 생각한다"며 "그러한 인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하자, 김윤철 예술감독은 "나는 그런 개입을 긍정적으로 보는데, 우리 전 직원을 설득했기 때문에, 희망을 본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절대 이런 일이 없을 것으로 생각하고, 그 전에 있었던 일은 문체부 너머의 일이라 우리가 너무 확대해서 해석하지 않아야 한다"고 답했다.

정명주 국립극단 공연기획팀장도 "김윤철 예술감독님 말씀하신 것처럼, 국립극단에도 검열이 있었다. '조씨고아' 등을 기획하면서 수많은 경위서를 썼고, 전 직원이 애를 썼다. '작가의 방'을 준비할 때도 국립극단을 건드리지 말라고 했었고, 그런 자리에서 자기검열로 오인당할 정도로 검열에 세뇌당하고 있다는 사실이 가슴 아팠다. 여기 있는 분들을 모시고 어떤 검열을 하겠는가? 여러분이 검열에 맞서 싸우자는 이유로 부르게 됐다. '작가의 방'을 해서 행복했는데, 힘들었다는 말을 들어서 안타깝다"고 입을 열었다.

정명주 공연기획팀장은 "'작가의 방' 의견서를 제 책상에 계속 빨간 줄 쳐놓고 했었다"며 "김슬기 작가가 11월에 리딩을 하는데, 5월에 쇼케이스를 하는 건 너무 빠르다는 내용도 있었고, 한 해 계속할 수 있길 바랐는데, 왜 이렇게 고통스러운 방식으로 싸워야 하는지 의문이 들었다. 앞으로 여러분의 동의와 지원으로 아무런 제한 없이, 동시대 사회를 비판하기도 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바라볼 수 있는 작품을 하길 바란다. 여러분이 신나게 작업할 수 있는 국립극단 되게 도와달라. 국립극단 혼자서 할 수 없다"고 눈물을 삼키며 이야기했다.

▲ 정명주 국립극단 공연기획팀장이 토론에 참석했다.

토론에 참석한 한 연극인은 이에 "이번 '작가의 방' 사태는 블랙리스트에 의한 사태는 아니라고 본다"며 "하지만 예술성과 완성도라는 이름으로 검열기재가 작용했고, 공공극장은 그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특정 예술가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공공성이 무엇을 추구해야 하는지, 국립극단뿐만 아니라 모든 공공기관이 생각하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작가의 방' 낭독공연 드라마투르그 등을 맡은 고연옥 작가는 "왜 '작가의 방' 과정 중에서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는지, '낭독극장'이 약속에 없던 경쟁체제가 생기면서 결심을 하게 됐다"면서, "처음부터 '작가의 방'은 국립극단에서 할만한 작품을 건지기 위한 의도였다고 생각했다. 이것이 과연 공공극장의 역할이 맞는 것인지, 그렇다면 우리가 원하는 공공극장은 무엇인지 질문을 던지고 싶다. '낭독극장'을 만드는 것 이외에 작가들의 작품을 평가하고 등급을 나누는 과정에서 예술감독님의 권한이 가장 큰 작용을 했다고 생각한다"며 질문했다.

이에 김윤철 예술감독은 "희곡은 제작적 환경 안에서 준비되어야 가장 연극성이 높아진다 생각한다"며 "극단 예산으로는 제한적이나, 우리가 가지고 있는 프로그램과 연계, 융합해서 한 작가가 작품을 완성해나가는 과정을 함께 고민하고 지원해주는 방향으로 가야 하지 않나 생각하고 있다. '작가의 방'은 별도의 교육프로그램이었으나, 올해부터 제작적 환경으로 바꾸었고, 시즌단원들을 동원해 낭독공연이나 작품에 참여시키려고 하며, 부족한 예산에 진행하려다 보니 극단 내 프로그램과 연관 지어 하려고 한다"고 답했다.

▲ 토론에 앞서 2일 오후 서울 종로구에 있는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앞에서 '"기록할 수 없는 이야기" 검열백서 준비 1호 : 사건 일지와 질문들' 발간 기자회견이 열렸다. 연극인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검열백서위원회'는 기사, 증언, 피고인들의 재판 등 지금까지 공개된 박근혜 정부의 블랙리스트 작성과 실행에 대한 사실들을 바탕으로, '검열백서 준비 1호'를 만들었다. 이번 '준비 1호'는 2018년 1월 발간 예정인 '검열백서' 발행에 앞서, '검열백서위원회'의 조사활동을 좀 더 많은 이들과 공유하고, 검열백서위원회가 사건 당사자들에게 전하는 질문들을 공개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한편, 토론에 참석한 김미도 평론가는 "'블랙리스트'에 오른 고선웅 연출이 어떻게 추가 공연을 했으며, 2015년엔 명동예술극장과 통합되면서 당시 극장장이 라인업 해놓은 것을 방어했고, 2016년 레퍼토리가 거의 외국 연출들을 집중적으로 부를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좀 더 쉬운 선택을 하려 했는지, 그것 역시 자기검열을 한 것 아닌지, 올해 라인업에도 '한민족 디아스포라전' 작품을 하면서, 중요한 작·연출 작업을 찾아보기 힘든 것 역시 박근혜 정부에 의한 자기검열이 아니었는가?"를 물었다.

이에 김윤철 국립극단 예술감독은 "합리적인 의심이나, 사실은 아니다"라며, "고선웅 연출이 2016년 두 번 작품을 한 것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며 "'한국인의 초상' 때 문제가 되었으나, 빨리 해결이 됐다. 나중에 알고 보니 여러 채널에서 고선웅 연출 구제를 위해 애썼다. 2017년 '한민족 디아스포라전' 같은 경우 한국인 정체성의 문제를 분석하고, 국립극단의 기획 주제와 잘 맞아떨어졌다. 외국에 나가 있는 한민족이 매우 많은데, 이 사람들은 한국인의 정체성을 유지하려고 가장 치열하게 고민하는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김 예술감독은 "최대한 작가들을 모아 축제처럼 해보고 싶었다"며 "특별히 다섯 작품은 젊은 연출가들에게 부탁했다. 주제가 '한국에 대한 뿌리 찾기' 차원에서 기획된 것이지, 한국 작가들을 폄하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 2016년 외국 연출이 많았던 것에 대한 비판은 겸허히 받아들인다. 국립극단과 명동예술극장을 병합하면서, 한·불, 한·영 공동으로 작업한 것과 국가적 관계로 한 것이 네 작품이 있다. '더 파워'는 재공연으로 이뤄졌다.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으나, 국립극단에서 일하고자 하는 연출과 작가들에게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mir@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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