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중반까지 이탈리아 세리에A는 유럽 축구의 '엘도라도(황금의 땅)'로 불렸다. 유럽 프로 축구 리그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스타 플레이어들을 대거 배출했고, 유럽 축구의 중심으로 거듭나며 팬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각국을 대표하는 슈퍼스타들이 모인 탓에 세계 최고의 수준을 자랑했던 세리에A. 그러나 2000년대 중반부터 구단들의 재정 상태 악화와 이탈리아 내부 사정과 겹치면서 3대 리그에서 밀려나 어느덧 4대 리그로 전락했다.

그럼에도 이탈리아 세리에A는 여전히 매력적이다. 인터 밀란과 AC 밀란의 부진 그리고 유벤투스의 독주 체제는 아쉽지만 로마와 나폴리 그리고 라치오와 피오렌티나에 '돌풍의 주역' 아탈란타까지. 볼거리는 여전하다. '명가' 인테르는 중국 자본을 무기로 다시 한번 비상을 그리고 밀란 역시 새로운 주인과 함께 재도약을 꿈꾸고 있다. 매월 5일. <이탈리아 칼치오 톡>을 통해 다시 한번 부활의 날갯짓을 펼치고 있는 이탈리아 축구를 재조명하겠다.

▲ 베를루스코니 밀란 베스트 XI ⓒ 그래픽= 문화뉴스 박문수

[문화뉴스 MHN 박문수 기자] AC 밀란이 새로운 안주인을 맞이했다. 1986년부터 구단주로 부임했던 실비오 베를루스코니가 밀란과 작별을 공식적으로 선언했고, 길고 길었던 밀란의 인수 작업 역시 마무리됐다.

이제부터 밀란의 새로운 안주인은 이제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아닌 중국 컨소시엄 시노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베를루스코니가 밀란의 전성기를 이끈 점은 부인할 수 없다. 2000년대 들어 괴짜 같은 행보와 지갑 사정으로 선수 영입에 소극적이었지만, 베를루스코니는 그간 과감한 투자를 통해 밀란의 재발견을 이끌어낸 주요 인물이다. 최근 모습이야 최악에 가까워도 그 누구도 베를루스코니의 업적을 무시할 이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베를루스코니 구단주가 밀란에 남긴 업적은 무엇이 있을까? 칼치오 톡을 통해 재조명하겠다. 1986년부터 2017년까지. 31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베를루스코니 구단주는 밀란에 무수히 많은 우승 트로피를 선물했다. 그 원동력은 누가 뭐래도 슈퍼스타들의 존재가 컸다.
 

▲ 베를루스코니 밀란 주요 선수 ⓒ 그래픽= 문화뉴스 박문수/ 밀란 공식 프로필

베를루스코니 밀란을 대표하는 스타플레이어는 단연 프랑코 바레시와 파울로 말디니다. 두 선수 모두 밀란 유소년팀을 거쳐 프로 데뷔했고, 밀란만을 위해 뛴 원클럽맨이다. 이들의 등번호인 6번과 3번은 밀란에서 영구결번으로 지정했고, 현재까지도 밀란의 상징적인 선수로 꼽히고 있다.

물론 베를루스코니 구단주가 두 선수를 영입한 것은 아니다. 이들 모두 밀란의 유소년팀 시스템을 거치면서 1군 무대에 얼굴을 내밀었고, 꾸준한 자기 관리와 리더십 그리고 빼어난 실력을 무기로 베를루스코니 밀란의 심장으로 불렸다.

반면 카카와 쉐브첸코는 베를루스코니 구단주가 직접 영입한 선수들이다. 전자인 카카는 2001년 여름 피오렌티나에서 영입한 포르투갈의 리빙 레전드 후이 코스타를 밀어내며 2007 발롱도르 주인공으로 우뚝 섰고, 쉐브첸코 역시 디나모 키예프에서 두각을 드러내자 곧바로 베를루스코니 밀란의 부름을 받았다. 두 선수 모두 미생에 가까웠지만 밀란에서 일취월장했고, 2007년과 2004년 발롱도르 주인공으로 뽑히는 영광을 누렸다.

알레산드로 네스타와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도 빼놓을 수 없다. 카카와 쉐브첸코가 밀란 이적 후 슈퍼스타로 성장했다면 두 선수는 이미 세리에A 내 다른 팀에서 이름을 알린 선수들이었다. 네스타는 라치오의 주장인 동시에 핵심이었다. 일찌감치 재능을 뽐내며, 이탈리아 축구를 대표하는 카테나치오의 계승자로 불렸고, 덕분에 내로라하는 클럽들의 구애 속에 밀란으로 둥지를 옮길 수 있었다. 2002년 라치오에서 밀란으로 이적한 이후 네스타는 팀에 두 번의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과 두 번의 이탈리아 세리에A 우승 트로피를 안겼다. 

이브라히모비치의 경우, 인터 밀란에서 이미 세리에A를 대표하는 스타로 우뚝 선 상태였다. 2009년 바르셀로나로 이적했지만 전술 변화의 희생양으로 낙인 찍히며 한 시즌 만의 세리에A로 복귀했고, 놀랍게도 그의 행선지는 인테르가 아닌 밀란이었다. 신의 한 수 였다. 클래스는 영원했다는 말이 딱 어울리는 활약상이었다. 짧지만 강한 인상을 심어주었다. 재정난 탓에 헤어졌지만, 2년간의 활약상만으로도 이브라히모비치는 베를루스코니 밀란을 대표하는 공격수 중 한 명으로 봐도 손색없다.

이들뿐 아니라 오렌지 삼총사로 불리는 프랑크 레이카르트와 뤼트 훌리트 그리고 마르코 판 바스턴 역시 베를루스코니 밀란을 대표하는 상징적인 선수들이다. 세 선수 합류 후 밀란은 본격적으로 유럽의 큰 손으로 우뚝 설 수 있었다. 
 

▲ 베를루스코니 밀란 주요 기록 ⓒ 그래픽= 문화뉴스 박문수

선수진도 뛰어났지만 감독들의 활약상도 결코 빼놓을 수 없다. 1987년 베를루스코니 구단주는 아리고 사키를 사령탑으로 데려오며 승승장구했다. 무명에 가까웠던 사키 감독의 발굴은 베를루스코니 최고의 업적 중 하나로 꼽힌다. 이후에는 파비오 카펠로가 지휘봉을 잡으며 명장 대열에 합류했고, 선수로서 베를루스코니 구단주와 발을 맞췄던 카를로 안첼로티가 감독으로 변신해 밀란에 안착. 또 한 번의 전성시대를 이끌었다.

pmsuzuki@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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