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3회 백상예술대상이 남긴 키워드 10가지 ② : #박보검VS도경수 #공유 #이변 #신스틸러 #박찬욱

[문화뉴스 MHN 석재현 기자] '한국의 골든글로브'를 노리는 53번째 백상예술대상이 성황리에 마쳤다. 이번 시상식 또한 많은 이야깃거리를 남겼다.

지난 3일 오후 서울 삼성동 코엑스 D홀에서 제53회 백상예술대상이 열렸다. 영화 13개 부문, 그리고 TV 15개 부문 등 총 28개 부문의 시상식을 했다. 지난 청룡영화상에서 '콩라인'을 기록한 '곡성'이 백상에서 다시 한번 대상('아가씨') 대신 작품상에만 머물며 '콩라인' 명성을 이어갔다. 반면, TV 드라마 부문에서 5개 부문에 올라 모두 싹쓸이할 것으로 보였던' 도깨비'는 2관왕(대상, 남자 최우수 연기상)에 머무는 데 그치며, 이변 아닌 이변을 연출했다.

이런 수상결과는 굳이 이 기사가 아닌 다른 기사에서도 충분히 볼 법한 내용이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만 느낄 수 있었던 후기라면 어떨까? 이번 제53회 백상예술대상의 숨겨진 이야기들을 10가지로 정리해보았다.

 

#박보검VS도경수

이번 백상예술대상 시상식에서 가장 인기를 끌었던 사람을 꼽자면, 두 명이 있다. 한 명은 박보검, 나머지 한 명은 도경수다. 이미 인기상 투표를 통해 두 남자의 인기가 어느 정도였는지 수치상으로 확실히 증명했지만, 현장에서 체감하는 그들의 인기는 필자가 현장에서 보기에 소름 끼칠 정도로 어마어마했다.

시상식 이전에 있었던 레드카펫부터 두 사람은 취재진과 포토월 근처를 점령한 팬들의 관심과 사랑을 독차지했다. 그리고 시상식 도중, 그들의 얼굴이 화면에 잡히거나 이름이 거론될 때마다 객석에선 팬들의 우레와 같은 환호성 때문에 옆에 앉아있는 귀가 떨어질 지경이었다. 그만큼 박보검과 도경수가 대세라는 것을 입증했다.

박보검과 도경수는 각각 TV부문과 영화부문에서 인기상을 받았다. 두 사람은 수상소감으로 팬들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않고 전달했고, 그들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현장에선 즉각적으로 반응하기도 했다.

다만 아쉬운 점은, 박보검과 도경수를 조금이라도 더 가깝게 보기 위해 팬들이 식장 내에서 하지 말아야 할 카메라를 통한 사진 촬영 때문에 현장 스태프들이 그들을 통제하느라 진땀을 빼는 광경이 연출되기도 했으며, 그들이 무대에서 내려가자 일부 팬들은 시상식이 아직 끝나지도 않았음에도 현장을 빠져나가는 등 눈살 찌푸리는 행동을 보이기도 했다.

#공유

박보검과 도경수, 두 명의 20대 남자 배우의 인기도 대단했지만, 지난해 연말부터 올 연초까지 '도깨비'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던 장본인 배우 공유의 존재감도 무시할 수 없었다. 필자가 현장에서 봤을 때도 가장 빛났던 배우를 꼽자면, 단연 공유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들 수 있다.

▲ ⓒ 일간스포츠 제공

공유가 화면에 잡힐 때마다, 그는 한 폭의 화보를 연상케 하는 중후한 멋으로 현장의 모든 여성의 마음을 훔쳤다. 실제 필자 주변에 앉아있던 일부 여성 관객들은 공유를 보면서 "아, 빠져들 것 같다"며 성토대회를 벌이고 있었다. 정말 요즘 표현 식대로 '존엄'이셨다.

공유의 수상소감은 관객들과 시청자들의 가슴에 '김신'의 검을 꽂아놓은듯한 '심쿵' 그 자체였다. 그는 "'김신'을 선물해준 김은숙 작가, 함께 기꺼이 가슴에 칼을 꽂고 같이 '김신'이 되어준 이응복 감독, 그리고 쓸쓸한 '김신'에게 큰 사랑을 준 '은탁이(김고은)'에게 감사하다"며 말했다. 이어 "마치 전쟁터에서 전쟁 치르듯 '도깨비'를 함께 했던 스태프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그대들과 함께여서 모든 순간이 좋았다'"고 덧붙였다. 이래서 공유, 공유라고 찾나보다.

#이변

이번 백상예술대상에선 전혀 예상치 못한 이변의 수상자들이 등장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대부분 영화 부문에서 일어났다.

▲ 영화 '연애담'

먼저, 여자 신인 연기상은 '아가씨'의 김태리가 가장 유력한 후보로 떠올랐으나, 백상의 선택은 '연애담'에서 '윤주' 역할을 맡았던 이상희였다. 그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는지, 무대에 올라가는 와중에도 전혀 믿기지 않는 눈치였다.

떨리는 목소리로 말문을 연 이상희는 "정말 상을 주실 줄 몰랐다. 부족한 나를 데리고 다시 한번 손 내밀어준 이현주 감독과 사랑하는 파트너 류선영, 그리고 손진영 촬영감독 이하 스태프분들 고생하셨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또한 "지금도 현장에서 배관공으로 일하는 아빠, 사랑하고 한평생 버팀목이 되어준 엄마에게 부끄럽지 않은 딸이 되겠다"고 전하기도 했다.

▲ ⓒ 일간스포츠 제공

이어 여자 조연상은 수많은 쟁쟁한 후보들이 있었지만, '곡성'의 천우희가 받지 않을까 하며 대부분 예측했다. 하지만 백상은 '더 킹'에 출연한 배우 김소진의 이름을 불렀다. 너무나 놀란 나머지, 김소진은 말을 잇지 못하고 무대 위에서 눈물만 펑펑 흘렸다. 그의 눈물을 보며, 현장에선 많은 격려의 박수가 흘러나오기도 했다.

#신스틸러

백상에서도 어김없이 '신스틸러'는 존재했다. 비록 수상은 실패했지만, 개그우먼 장도연의 레드카펫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모태개그우먼'이라는 별칭에 걸맞게, 장도연은 등장하는 순간부터 범상치 않은 자세를 취했다. 현장에 있던 이들은 크게 웃으며 "역시 장도연"이라며 치켜세웠다.

TV부문 예능·교양작품상 시상자로 참석한 윤시윤도 빼놓을 수 없는 신스틸러였다. 시상자로 처음 나와서 너무나 긴장했던지, 윤시윤은 예능작품상 수상작을 발표해야 하는데 교양작품상 수상작인 '썰전'을 호명하면서,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지난 아카데미시상식에서 발생했던 그 장면이 떠올랐다. 관객들은 너그럽게 윤시윤의 실수를 눈감아주었다.

▲ ⓒ JTBC 백상예술대상

현장 카메라의 실수로 신스틸러가 된 인물이 하나 더 있었으니, 바로 배우 김환희였다. 영화 여자 조연상 후보 다섯 명을 동시에 잡아주는데, 카메라가 천우희가 아닌 김환희를 잡고 있었던 것. 자신을 담고 있는 것을 알아챈 김환희는 귀엽게 천우희 쪽으로 손가락을 가리키며 웃음을 유발케 했다.

#박찬욱

끝으로, 영화부문 대상을 받은 '아가씨'의 감독 박찬욱의 수상소감 또한 잊히지 않았다. 그는 "성별, 성 정체성, 성적지향, 이 문제로 차별받는 상황이 없는, 그런 사회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 다가올 대선을 위해 투표할 때, 여러 가지 기준 중에 이것도 고려해보길 바란다"고 남겨 화제가 되기도 했다.

▲ ⓒ 일간스포츠 제공

박찬욱 감독의 발언은 최근 대선 후보 토론에서 논란이 되었던 '성소수자 발언'을 겨냥하고 있었다. 당시 토론에서는 한 후보를 제외한 나머지 후보들이 성소수자에 대해 우호적이지 않은 발언을 해, 국내에 거주하는 성소수자들의 분노를 사기도 했다. 재밌는 건,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 또한 성소수자를 그려낸 영화 중 하나라는 점이다.

박찬욱 감독이 수상소감을 끝마치자마자, 객석에서는 열렬한 환호성과 박수갈채가 쏟아져나왔다. 그리고 시상식이 끝난 후에도 그의 수상소감은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 순식간에 퍼져나갔다. 박찬욱이라는 이름 석 자의 파급력은 상당했고, 그의 발언 덕분에 다시 한번 성소수자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 제53회 백상예술대상 수상작·수상자 리스트

▶ 영화부문 대상 : '아가씨'

▶ 영화부문 작품상 : '곡성'

▶ 영화부문 감독상 : 김지운 '밀정'

▶ 영화부문 남자 최우수 연기상 : 송강호 '밀정'

▶ 영화부문 여자 최우수 연기상 : 손예진 '덕혜옹주'

▶ 영화부문 남자 조연상 : 김의성 '부산행'

▶ 영화부문 여자 조연상 : 김소진 '더 킹'

▶ 영화부문 남자 신인상 : 류준열 '더 킹'

▶ 영화부문 여자 신인상 : 이상희 '연애담'

▶ 영화부문 신인 감독상 : 연상호 '부산행'

▶ 영화부문 시나리오상 : 윤가은 '우리들'

▶ 영화부문 남자 인기상 : 도경수 '형'

▶ 영화부문 여자 인기상 : 임윤아 '공조'

▶ TV부문 대상 : tvN '도깨비'

▶ TV부문 드라마 작품상 : tvN '디어 마이 프렌즈'

▶ TV부문 교양 작품상 : JTBC '썰전'

▶ TV부문 예능 작품상 : SBS '미운 우리 새끼'

▶ TV부문 남자 최우수 연기상 : 공유, tvN '도깨비'

▶ TV부문 여자 최우수 연기상 : 서현진, tvN '또! 오해영'

▶ TV부문 연출상 : 유인식, SBS '낭만닥터 김사부'

▶ TV부문 남자 신인 연기상 : 김민석, SBS '닥터스'

▶ TV부문 여자 신인 연기상 : 이세영, KBS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

▶ TV부문 극본상 : 노희경, tvN '디어 마이 프렌즈'

▶ TV부문 남자 인기상 : 박보검, KBS '구르미 그린 달빛'

▶ TV부문 여자 인기상 : 김유정, KBS '구르미 그린 달빛'

▶ TV부문 남자 예능상 : 양세형, SBS 모비딕 '양세형의 숏터뷰'

▶ TV부문 여자 예능상 : 박나래, MBC '나 혼자 산다'

▶ 베스트 스타일상 : 김하늘, KBS '공항 가는 길'

▶ 공로상 : 故 김영애

syrano@mhns.co.kr 사진제공= ⓒ 일간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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