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배구 스타 이승여씨, "두 아들이 더 부각됐으면"

▲ 왕년의 배구스타 이승여씨(사진 좌). 이제는 야구를 하는 두 아들을 둔 어머니가 됐다. 맏이 민재(사진 우)는 포철고에서 외야수로 활약하고 있다. 사진ⓒ김현희 기자

[문화뉴스 MHN 김현희 기자] 내일의 프로야구 선수를 꿈꾸는 '야구돌(야구+아이돌)'들을 만날 때면, 늘 곁에 있는 이들이 있다. 자신 아들들의 영원한 후원자, 학부모님들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야구를 하는 것에 찬성을 했건, 반대를 했건 간에 일단 아들이 야구를 시작했으면, 물심 양면으로 후원을 아끼지 않는다. 그리고 그 중 부모님의 후원을 감사하게 생각하는 이들은 일찍 철이 들면서 '부모님의 헌신적인 사랑에 반드시 보답하겠다.'라는 생각으로 야구에 더욱 매진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들의 바람대로 신인지명 회의에서 프로 구단의 호명을 받으면, 약속이라도 한 듯이 계약금 전액을 부모님께 드린다. 이 부분은 다년간 고교, 대학야구를 지켜봤던 필자 역시 매우 고마워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야구를 함으로써 인성이 완성된다는 말이 바로 여기에서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필자가 늘 아마야구 현장에 가면, 학부모님들께 하는 이야기가 있다. 학생야구의 절반은 어떠한 의미에서 학부모님들께서 하는 것이라고 말이다. 자신들의 희생은 희생이라 생각하지 않고, 오직 아들들의 성공을 바라는 부모님의 입장을 생각해 보았을 때 이 또한 전혀 틀린 이야기는 아닌 셈이다.

그리고 여기, 또 다른 특별한 사연을 지닌 어머니가 야구하는 아들들을 지켜보고 있다. 보통 한 명만 야구 시켜도 만만치 않은데, 이번 사연의 주인공은 야구하는 두 명의 아들을 두고 있다. 그리고 서로 다른 '지역'에서 야구로 성공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한 명은 포항, 한 명은 집에서 가까운 대전에서 야구를 한다. 그리고 두 아들 뒤에는 한때 '왕년의 국가대표 배구 선수'로도 뛰었던 어머니, 이승여(46)씨가 있다.

184연승의 신화, 미도파 배구단의 막내
그리고 이제는 '야구하는 두 아들을 둔' 엄마

사실 지금의 프로배구를 관전하는 팬들 입장에서 '이승여'는 낯선 이름일 수 있다. 그러나 여자 배구 184연승의 신화, 미도파 배구단을 모르는 이들은 드물 것이다. 이 연승 기록은 한국 스포츠 최다이자, 세계 배구계에서도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기록이다. '선수 이승여'는 바로 그 미도파 배구단의 막내격이었다. 흥국생명 박미희 감독을 비롯하여 '나는 작은 새'로 불렸던 前 GS 칼텍스 조혜정 감독과도 인연이 깊다. 양백여자상업고교 시절에는 에이스로 팀을 이끌기도 했다. 또한, 국가대표로도 발탁되어 발군의 실력을 선보이기도 했다. 당시 그녀와 함께 신문지상에 소개된 이가 진창욱(현대자동차)과 김병철(고려증권) 등이었다. 비교적 이른 나이에 현역에서 물러나야 했지만, 현재 경기도 과천시 소속으로 경기도 체육대회 배구 여자일반부에서 뛰고 있다. 배구를 하지 않는 날이면, 중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친다.

▲ 시즌을 앞두고 둘째 민수(사진 좌)는 청주고에서 대전제일고 전학을 선택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어머니는 많은 고민을 할 수밖에 없었다. 사진ⓒ김현희 기자

본인이 태극마크를 달면서 힘겹게 운동했기에, 운동 하는 것에 대한 어려움이 얼마나 큰지 잘 안다. 특히, 아직도 '산'에 오르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그만큼 등반을 통하여 혹독한 지옥 훈련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어휴… 산을 너무 많이 오르내려서 그런지, 저는 단풍놀이 가는 것도 좋아하지 않아요. 제가 얼마나 힘겹게 운동했는지 잘 알기 때문에, 아들 둘이 운동한다고 했을 때 반대를 했죠. 그런데 어쩌겠어요. 이제 이렇게 된 이상, 아들들이 어떠한 형태로든 태극마크를 달게 된다면, 대를 이어서 국가대표가 되는 것이잖아요. 요즘은 그것이 꿈이죠."

운동부의 어려움을 잘 아는 어머니이기에, 사실 둘째 아들 민수의 진학에도 고민이 많았다. 지난해까지 2학년의 몸으로 청주고 야구부를 잘 이끌었기에, 전학을 선택하는 것 또한 도박이나 다름없었다. 주변에서도 아들의 전학을 말릴 정도였다. 그러나 주요 선수들이 전학으로 빠진 사이에 민수 역시 결심을 미룰 수가 없었다.

"이전 학교 사정이 크게 좋아지지 않아서 세광고 쪽으로 알아봤는데, 전학 출장 금지 기간(6개월) 때문에, 유급을 하면 받아주겠다는 조건을 제시했어요. 저는 그렇게 해서라도 아들을 좋은 조건에서 훈련시키고 싶었는데, 민수는 유급 조건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죠. 마침 대전제일고 창단 소식을 들었고, 창단 팀으로의 전학은 출장 금지 규정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어서 그렇게 전학을 선택하게 됐습니다."

사실 어머니는 두 아들의 모습을 황금사자기 본선 무대에서 보고 싶어했다. 이미 큰 아들 (김)민재가 소속된 포철고는 조1위의 성적으로 무난히 황금사자기에 도전할 수 있었지만, 둘째 민수가 소속된 제일고는 1승도 장담하기 어려웠던 신생팀이었다. 그 신생팀이 3연패 끝에 강호 북일고에 10-8, 복병 공주고에 2-0으로 승리하는 이변을 연출했다. 그 과정에서 민수도 8타석 6타수 3안타의 맹타를 퍼부으며, 팀의 연승에 힘을 보탰다. 남은 것은 본인의 전 소속교이기도 한 청주고와의 일전이었다.

"청주고를 잡았다면, 황금사자기에 오를 수 있었어요. 그런데 1회에만 6점을 주면서 무너졌죠. 그때 민수가 정말 많이 억울해 하는 모습을 봤어요. 안쓰러웠죠. 욕심 같으면, 두 형제가 나란히 황금사자기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봤으면 했는데, 이것도 내일을 위한 과정이라 생각해야 할 것 같아요."

왕년의 국가대표 선수였지만, 지금은 야구를 하는 두 아들의 엄마. 두 아들이 다시 야구한다고 하면 절대 안 시킬 것이라고 하지만, 그녀의 눈은 늘 아들들을 향해 있다. 연년생인 맏이 민재가 유급을 한 까닭에 두 형제 모두 고교 3학년이라는 점도 어머니 입장에서는 참 마음 졸이게 되는 부분이다.

"그런데, 아직 야구에 관심이 있다고 하시는 분들도 대전제일고 야구부가 창단한지 모르시는 것 같아요. 정식으로 주말리그에 참가했는데도 불구하고 아직 대전교육청에서 야구부가 인가되지 않은 것도 의아하고요. 이 점이 학부모 입장에서는 속이 타는 부분이죠. 대표팀 코치가 된 장윤희 언니 포함해서 지금 현역으로 코치 하고 계신 언니들 얘기 들어보면 '지금 어깨 위에 바위 하나 얹어 놓은 기분이다.'라고 하시는데, 저도 딱 그러네요."

하지만, 그래도 두 아들이 잘 되기만을 바라는 것이 어머니의 마음이다. 자신의 이야기보다 두 아들의 이야기가 조금이라도 더 거론되기만을 바라기 때문이다. 마침 황금사자기 개막일 세 번째 경기로 열린 포철고와 선린인고의 경기는 민재가 선발 좌익수 겸 5번 타자로 선발 출장한 포철고가 10-8로 진땀 승을 거둔 뒤였다. 타점은 없었지만, 민재는 투수 앞 기습 내야 안타로 자신의 올 시즌 첫 전국무대 안타를 만들어냈다. 이후 기분 좋은 마음을 안고, 다음 경기를 기약하기 위해 다시 포항으로 내려갔다. 그러한 모습을 지켜 본 민수도 반드시 청룡기 진출을 잔뜩 벼르고 있다.

포철고 외야수 김민재. 대전제일고 내야수 김민수. 서로 닮았으면서도 플레이 스타일이 다른 두 형제가 올 시즌 이후에는 어떠한 모습을 하고 있을까? 이를 지켜보는 어머니 이승여 씨의 마음은 '그저 두 아들들이 행복하기만을 바라는 것'일 테다. '전직 국가대표 배구 선수 이승여'가 아닌, '김민재/김민수 엄마'로 더 기억되고 싶은 것이 바로 부모의 마음이기 때문이다.

▲ 서로 어색한 듯 경기 직후 재회한 두 형제. 향후 얼마든지 전국 본선 무대에서 만날 수 있다. 사진ⓒ김현희 기자

※ 포항제철고 김민재, 대전제일고 김민수 형제는 누구?

왕년의 배구 국가대표 선수, 이승여씨의 아들로도 거론됐지만, 사실 두 형제는 어머니의 피를 받아서 그런지, 범상치 않은 야구 센스를 자랑하는 유망주들이다. 그런데, 플레이 스타일은 전혀 다르다. 맏이 민재는 포항제철고의 중심 타자로 활약하면서 2017 전반기 주말리그 타율 0.333의 기록을 선보였다. 특히, 선구안이 좋아 23번 타석에 들어서면서 무려 9개의 사사구를 골라냈다. 힘이 있는 타격을 할 줄 안다는 것이 김영직 감독의 평가다. 1학년 때에는 주로 대타로 나서며 타격감을 조율했고, 지난해에도 풀타임을 뛰었지만, 타격감 유지에 애를 먹기도 했다. 동생인 민수에 대해서는 "함께 같은 곳을 바라보는 동반자"라며, 맏이다운 모습을 보여줬다.

반면 동생 민수는 발 빠른 재간둥이 스타일이다. 빠른 발을 앞세워 여러 차례 장타를 생산해냈다. 전반기 주말리그에서도 타율 3할을 기록했는데, 결정적인 순간에 맹타를 퍼부은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투수로도 등판하여 2이닝을 소화한 장면도 눈에 띄는 부분. 1학년 때에는 주로 대주자로 출장했고, 2학년 때에도 풀타임을 뛰면서 0.276의 타율을 기록했다. 형과는 달리, 스트라이크존에 비슷한 공이 오면 바로 방망이가 나간다.

김현희 기자 eugenephil@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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