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골 때리는 그녀들', JTBC '뭉쳐야 시리즈' 외 다수
'레전드'의 출연, '신구(新舊) 매치' 전반적으로 나타나
'스포테이너' 발굴로 예능 시장에 활력

사진=Unsplash

[문화뉴스 정승민 기자] 흔히 우리가 '정보의 바다'에 살고 있다고 하지만, 이제는 '콘텐츠의 바다'라고 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시대가 됐다. TV, 유튜브, OTT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드라마, 영화, 예능 등의 콘텐츠를 쉽게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드라마와 영화는 '로맨스', '코미디', '공포', 'SF' 등 장르가 존재하며, 이것이 일종의 카테고리이자 하나의 선택 기준이 되기도 한다.

예능도 이들과 다르지 않은 '콘텐츠'이기 때문에 장르가 존재한다. 예를 들어 대표적인 예능 장르를 꼽는다면, MBC '나 혼자 산다', '전지적 참견 시점' 등의 '리얼리티 예능'과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등의 '토크 예능', SBS '골 때리는 그녀들', JTBC '뭉쳐야 찬다' 등의 '스포츠 예능' 등 일종의 카테고리라고 할 수 있는 장르가 예능에도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예능 골라 담기' 시리즈에서는 예능을 장르별로 들여다보고 각각 어떤 특징을 갖고 있는지를 살펴본다.


첫 번째 주제는 '스포츠 예능'이다.

스포츠는 프로선수를 제외한 일반 대중들에겐 부수적인 취미에 그치는 분야일 것이다. 물론 스포츠를 취미로 삼을 때 직접 경기에 참여하는 것이 취미인 사람들도 있겠지만, 경기를 관람하는 게 취미인 사람들도 있다.

그렇기에 스포츠는 단편적이지 않고 포괄적으로 대중을 공략할 수 있는 좋은 콘텐츠 요소가 될 수 있다.

현 예능 시장에서 일정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스포츠 예능의 특징을 주요 프로그램과 함께 살펴본다.

SBS '골 때리는 그녀들'

사진=SBS 골 때리는 그녀들

SBS '골 때리는 그녀들'은 아나운서 팀, 개그우먼 팀 등 특정 콘셉트를 잡아 여자 연예인 팀을 구성하고, 대한민국 축구 역사에서 '레전드'로 불리는 전직 축구선수들이 감독으로 부임해 팀 경기를 치르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의 키워드를 꼽자면 '여자 축구'라고 할 수 있다. 최근 국내로 복귀한 지소연 선수가 해외 무대에서 위상을 높이며 활발한 활동을 보여주긴 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여자 축구에 대한 관심이 크지 않은 게 현실이다.

사진=SBS 골 때리는 그녀들/출처=스포츠지원포털
사진=SBS 골 때리는 그녀들/출처=스포츠지원포털

하지만 SBS '골 때리는 그녀들' 방영 이후 여자 축구에 대한 관심이 확대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 학교·직장 운동부나 클럽에 소속된 '연도별 여자 축구선수 등록현황'을 보면 2020년과 2021년은 각 1,400여 명에 그쳤는데, '골 때리는 그녀들'의 영향이 반영된 2022년에는 상반기에만 4,326명으로 대폭 증가했다.

비록 그래프에 제시되지 않은 2022년 상반기 남자 축구선수 등록현황은 125,448명으로 여자 축구선수 등록현황과 압도적인 차이를 보이고 있긴 하지만, 국내 여자 축구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데 큰 공을 세웠다는 점은 감히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일 것이다.

그리고 이 프로그램에 주목해야 할 또 다른 이유는, '스핀오프'를 시도했다는 점이다. 실제로 스포츠 예능의 경우 경기가 계속되는 레퍼토리로 시청자 입장에서는 늘 같은 내용처럼 느껴질 수 있기 때문에 따분함을 느낄 수 있다.

SBS '골 때리는 그녀들'은 스핀오프 프로그램 '골 때리는 외박'으로 단조로울 수 있는 프로그램의 흐름에 변화를 줬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JTBC '뭉쳐야 스포츠 시리즈'

사진=JTBC 뭉쳐야 찬다

JTBC '뭉쳐야 스포츠 시리즈'는 '뭉쳐야 찬다'와 '뭉쳐야 쏜다'로 각각 축구와 농구를 소재로 잡았다. 그리고 야구, 수영, 테니스, 유도, 배구 등 여러 스포츠 종목에서 활약한 다양한 선수들을 기용해 축구와 농구 경기를 하는 것을 메인 콘셉트로 설정했다.

이 프로그램은 '스포테이너'의 가능성을 드러냈다고 할 수 있다. 기존에 씨름 선수 출신이었던 강호동과 농구 선수 출신인 서장훈이 방송계에서 스포테이너의 입지를 잘 다져놓았다면, 안정환이 김성주와 호흡을 맞추며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과 JTBC '냉장고를 부탁해' 등에 출연해 '스포테이너'의 가능성을 방송계에 여실히 드러냈다.

그리고 JTBC '뭉쳐야 스포츠 시리즈'는 현재 스포츠 예능이 활성화되는 데 주춧돌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KBS '천하무적 야구단'과 같이 이전에도 스포츠 예능이 존재하긴 했었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던 스포츠 예능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었는데, 이 프로그램도 크게 다를 바가 없어 보이긴 하지만 단조로움을 타파할 수 있는 장치에 대해 고민한 흔적이 드러나는 혁신적인 움직임을 보여줬다고 할 수 있다.

JTBC '최강야구'

사진=JTBC 최강야구

최근 방영을 시작한 스포츠 예능 프로그램이다. 연예인이 아닌 실제 전직 선수들만, 그리고 여러 종목이 혼재된 것이 아닌 야구 단일 종목 선수들만 출연한다.

비교적 대부분 은퇴 시기가 가깝기 때문에 강해보이는 팀이고, 실제로 지금까지의 경기 내용을 보더라도 그렇다. 그렇기에 처음에 볼 때는 재밌을지 몰라도 계속 보는 시청자 입장에서는 흥미가 떨어질 수 있다.

근데 여기서 주목할 점은 감독의 공약에 있다. 연출이자 단장인 장시원 PD가 공약을 내세웠는데, 30경기 중 10패 이상을 기록할 경우 프로그램을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연출자 입장에서 꽤 파격적인 공약이라 볼 수 있겠으나, 과연 이런 장치가 시청자를 오래 붙잡을 수 있을지는 단정 짓기 어려운 부분이다.

종편 예능인 걸 감안하더라도 시청률이 그렇게 높은 편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방영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야구팬들 사이에서는 화제성이 뛰어난 프로그램이다. 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보이고 있지만 이번 시즌을 끝으로 은퇴가 예상되는 이대호(롯데 자이언츠)도 은퇴 즉시 최강야구에 영입해야 한다는 팬의 목소리도 있다.

tvN '전설이 떴다 '군대스리가''

사진=tvN '전설이 떴다 '군대스리가''
사진=tvN '전설이 떴다 '군대스리가''

tvN '전설이 떴다 '군대스리가''는 최근 예능 트렌드를 조합한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다. 본 내용에서 다루고 있는 '스포츠 예능'과 채널A '강철부대' 같은 '밀리터리 예능'의 복합체기 때문이다.

이 프로그램은 2002 한·일 월드컵 20주년을 기념하자는 취지로 기획됐다. 이를 반영해 2002 월드컵 당시 활동했던 선수들로 구성된 팀이 해병대, 특전사, 해군특수전전단 등 국군 부대와 축구 경기를 치른다.

2002 월드컵 당시 활동했던 선수들, 이른바 '레전드'들의 연령대가 20년이라는 긴 시간이 흐른 만큼 높은 편이다. 이런 이유로 선수들의 완벽한 기량을 기대할 수는 없지만, '레전드'라는 타이틀에서 오는 이벤트성 매치는 시청자에게 흥미로운 요소가 될 수 있다.

특전사와의 경기는 2002 레전드 팀이 0:2로 패배하기도 했는데 국군 부대원들로 구성된 팀의 기량도 레전드 팀과 비교해도 꿇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런 점에서 JTBC '최강야구'처럼 2002 레전드 팀이 압도적으로 우위를 점하진 않아 나름의 긴장감도 있다.

MBN '국대는 국대다'

사진=국대는 국대다/TVING
사진=국대는 국대다/TVING

MBN '국대는 국대다'는 스포츠 종목에서 '레전드'였던 은퇴 선수들이 현역 선수들과 맞대결을 펼치는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현역 선수 출연이 안 되는 경우에는 은퇴 선수끼리 맞대결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 프로그램은 하나의 스포츠 종목만을 다루지 않는데, 이런 이유로 종목별 시청률 편차가 존재한다. 흥행 수표라고 할 수 있는 이만기의 씨름 경기가 방영된 회차는 5%대의 시청률을 기록했지만, 일부 종목의 경우에는 1% 후반대에 그치기도 했다.


스포츠 예능의 '공통점'?

이외에도 최근 불었던 '골프' 열풍으로 방송계에서 TV조선 '골프왕', SBS '편먹고 공치리' 등 골프 예능 또한 최근 예능 트렌드 중 하나로 자리 잡는 움직임도 있었다.

이렇게 스포츠 예능들을 모아놓고 보면, 이 장르만의 뚜렷한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 그것은 스포츠계를 주름잡았던 '레전드'가 내용적 측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는 것, 그리고 레전드와 젊은 피의 대결, 즉 '신구(新舊) 매치'가 이뤄진다는 것이다.

위 방송들을 보더라도 대부분 레전드 선수들이 직접 경기를 소화하고, 현역 선수들이나 젊은 아마추어 선수들과의 매치가 주를 이룬다.

'레전드'를 다시 불러 모으는 콘셉트는 스포츠계에서 꽤 흥미로운 요소일 수 있다. 그런 이유로 일부 자선 경기나 이벤트 매치에 레전드 선수들이 참가하기도 하고, 스포츠 게임에서도 레전드 선수들로 구성되면 강력하게 묘사되기도 한다. 그렇기에 방송계에서도 포기할 수 없었던 게 아닐까 싶다.

'스포테이너' 발굴, 향후 방향성

앞서 언급했듯 스포테이너의 지평은 은퇴한 운동선수였던 강호동이 KBS '1박 2일', JTBC '아는 형님' 등으로, 서장훈이 SBS '미운 우리 새끼', JTBC '아는 형님' 등으로 열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을 1세대 스포테이너라고 한다면, 안정환, 허재, 이천수, 박세리 등과 같은 2세대 스포테이너들이 다수 발굴되고 있다. 이들 덕에 많은 스포츠 예능 프로그램이 론칭되고 있다.

SBS '골 때리는 그녀들'에도 스포테이너들이 출연하긴 하지만, 감독 역할로 존재감을 보여주는 것에 그치고 있다. 하지만 다른 스포츠 예능과 다르게 독자적인 행보를 보인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자세히 보면 SBS '골 때리는 그녀들'은 연예인들이 한 팀을 이뤄 경쟁한다는 점에서 이전의 KBS '천하무적 야구단'과 비슷하게 볼 수 있다. 이 경우 경기력이 상대적으로 미흡해 보일 수 있지만, 성장 과정을 지켜본다는 점에서 흥미로울 수 있다.

SBS '골 때리는 그녀들' 시즌 1에서는 'FC 구척장신' 이현이가 입문자다운 모습을 보여줬다면, 시즌 2에서는 '환골탈태'로 득점왕까지 노려 성장한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FC 아나콘다'의 윤태진도 팀 기록상으로는 별다른 모습을 보이진 못했지만 꾸준한 연습을 통해 멀티 플레이어로서 눈부신 성장을 보여준 '노력형 인간'의 사례를 보여주기도 했다.

스포츠 예능에 우려되는 점이 있다면, 늘 비슷한 레퍼토리로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고 프로그램의 전망을 장기적으로 바라보긴 어렵다는 것이 한계점일 수 있다. 일부 '마니아'들의 전유물이 될 수 있는 만큼 스포츠 예능이라는 본분에는 충실하되, 콘텐츠 면에서 '다각적인 모습'을 갖추는 것은 스포츠 예능의 지속 가능성에 있어 중요하게 다뤄야 할 부분일 것이다.

현 예능 시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문으로 자리 잡은 스포츠 예능. SBS '골 때리는 그녀들'이 국내 여자 축구에 긍정적인 변화의 바람을 일으켰듯, 스포츠 예능의 활성화가 코로나19로 침체한 사회 분위기에 활기를 불어넣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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