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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런 길버트의 KBS교향악단을 조율하는 방식이 대단히 의욕적인 무대로 비쳐졌던 KBS교향악단 780회 정기연주회의 사전 리허설 장면. (사진=KBS교향악단)
앨런 길버트의 KBS교향악단을 조율하는 방식이 대단히 의욕적인 무대로 비쳐졌던 KBS교향악단 780회 정기연주회의 사전 리허설 장면. (사진=KBS교향악단)

글: 여홍일 음악칼럼니스트

상쾌함과 감상모드의 재조정이란 숙제 던져준 KBS교향악단 마티네 콘서트

마티네는 연극 오페라 음악회등의 낮 공연을 가리키는 예술경영용어다.

KBS교향악단이 780회 정기연주회를 지난 7월 30일 마티네콘서트로 처음 롯데콘서홀에서 연 것은 한편으로 국내 교향악계에 상쾌함이란 신선미를 가져다주었지만 다른 한편으론 관객이 이 마티네 시간에 맞춰 음악을 듣는 감성을 재조정해야 하는 앞으로의 숙제를 던져줬다.

국내 교향악단의 관현악 공연이 소프라노 성악이나 피아노 리사이틀과 달리 저녁공연 시간에 관객이 감상하는 모드에 그동안 익숙해져와 KBS교향악단이 이런 마티네 콘서트를 계속 기획하고 있다면 관객들이 오전시간에 관현악감상을 위해 감상모드를 새롭게 맞춰야 하는 과제를 던져준 것이다.

이런 KBS교향악단의 첫 마티네 콘서트에 대한 관심은 앨런 길버트란 세계적 지휘자의 지휘봉에 대한 관심촉발과 더불어 전날 이곳 롯데콘서트홀에서 파리오페라 갈라 공연으로 관객들이 붐볐음에도 객석이 대부분 차는 새로운 마티네 관현악 공연에 관심이 만만치 않음을 보여줬다.

앨런 길버트, KBS교향악단 조율하는 방식이 대단히 의욕적인 무대

앨런 길버트의 내한공연을 개인적으로 본 것은 13-4년전 뉴욕필과 앨런 길버트가 내한연주를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펼칠 때였었다.

당시에 비해 지휘의 무게감이 실린 앨런 길버트는 8년간 뉴욕필을 미국 문화계 전반을 이끄는 리더로 발돋움시켰다는 평가를 받으며 현재 2019년부터 함부르크 NDR 엘프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수석지휘자로 활동하고 있다.

참고로 앨벌 길버트는 이번 KBS교향악단의 7월말 서울 내한공연에 앞서 7월17일과 7월18일에는 Tokyo Metropolitan Symphonic Orchestra와 도쿄 산토리홀에서 거쉬인의 Cuban Overture와 라벨의 볼레로, Chick Corea의 트롬본 콘체르토를 지휘했고 7월24일과 25일에도 Tokyo Metropolitan Symphonic Orchestra와 모차르트 교향곡 39번, 40번, 41번 주피터등의 지휘를 도쿄 산토리홀에서 이끌었다. 

앨런 길버트는 이런 세계적 지휘자의 한명으로 꼽히는 자신의 위치에도 불구하고 KBS교향악단을 조율하는 방식이 대단히 의욕적인 무대로 내게 비쳐졌다.

첫 연주곡 진은숙의 '권두곡'은 NDR 엘프필하모닉이 앨런 길버트의 음악감독 취임 연주회에서 연주될 곡을 한국작곡가 진은숙에게 의뢰한 곡이다. 그러다보니 앨런 길버트는 진은숙이 음을 쌓는 매우 독창적인 작곡에 곡을 써내려가는 것이 완전히 거장의 반열에 올랐다며 이에 부응하는 지휘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풍부한 색채감과 함께 미술작품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소리의 다채로운 질감이 드러나며 진은숙의 음악에서 국적이 느껴지지 않는 대신 담긴 노마디즘적인 혼종성과 개방성이 무엇보다 매력적이라는 의견들이 표출돼 나왔다.

이날 첼로 협연자인 키안 솔타니는 쇼스타코비치의 첼로협주곡 제1번과 앙코르곡으로 연주한 쇼스타코비치의 "등에" 서주 (키안 솔타니 편곡)/D. Shostakovich / Introduction from "The Gadfly" (arr. Kian Soltani)에서 서로 완전히 다른 분위기의 연주곡을 들려줘서 흥미로웠다.

첼리스트 키안 솔타니의 연주는 깊이있는 표현과 독특한 개성, 완벽한 테크닉의 조합으로 묘사되는데 첼로의 주도적인 역할이 한층 선명하게 드러나게 배려함과 동시에 첼로와 관현악의 유기적 짜임새와 밸런스에도 주의를 기울인 이 협주곡이 키안 솔티니로 하여금 박진감 넘치는 동시에 섬세한 독주를 펼쳐 보일 수 있도록 한 것 같다.

고음이 무척 곱고 감정표현이 매우 풍부한 첼리스트여서 특히  2악장의 애가와 3악장 카덴차 악장을 자유롭고 깊은 감정을 담아 연주했다는 관객의 평을 받았다. 첼로 독주에 의한 카덴차를 따로 하나의 악장으로 독립시켜 독특한 구성미를 창출한 것은 이 연주곡이 쇼스타코비치만의 특성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기도 하다.  

KBS교향악단의 드보르자크 교향곡 8번, 굉장히 감성적이고 서정적 선율 부각

하이라이트는 드로브자크의 교향곡 8번이었는데 지난주 있었던 서울시향의 김은선 지휘 드로브자크의 교향곡 제9번 신세계로부터와 대비되는 연주가 역시 내게 흥미를 끌어 모았다.

앨런 길버트의 드보르자크 교향곡 8번이 이곡의 굉장히 감성적이고 서정적 선율을 부각시켰다면 귀향무대로 관심을 모았던 김은선 현 샌프란시스코 오페라 상임음악감독의 서울시향과의 지난 7월22일 드보르자크 신세계교향곡 지휘는 자상하고 열정적으로 요소요소 짚어주며 마치 미국에서 생활하는 자신이 고국을 그리워하는 마음으로 음악을 만들어가려 한 한편으로 기본적으로 시종 빠른 템포를 유지해 조금이라도 긴장이 풀릴까봐 쉴새없이 나사를 조이는 것처럼 템포에 박차를 가한 지휘로 대조를 보였기 때문이다.

앨런 길버트와 KBS교향악단의 연주가 좀더 시간을 가지고 다듬었다면 더욱 정교하고 치밀한 연주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는 다수 일반 클래식애호 블로거들의 의견대로 KBS교향악단은 Turning point 반환점을 돌아 올해 하반기에도 클래식 애호가들의 기대를 모으게 하는 공연들을 펼칠 계획으로 있어 시선이 새삼 모아진다.

오는 9월 1일에는 정명훈이 지휘봉을 잡아 벤자민 그로브너와 쇼팽 피아노협주곡 제1번과 생상스 교향곡 3번 일명 오르간교향곡을 연주하며 상임지휘자 피에타리 인키넨이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 5번과 시벨리우스의 교향시 '전설'과 합창교향곡 '쿨레르보', 연말의 베토벤 교향곡 제9번과 시벨리우스 교향시 '핀란디아'를 연주하는 무대를 이끈다.

다가올 11월 24일에는 올드 클래식팬들의 향수를 자극할 드미트리 키타옌코가 지휘봉을 잡아 릴리아 질버스타인과 프로코피예프의 피아노협주곡 제3번과 하차투리안의 스파르트쿠스 모음곡중 발췌곡들을 연주할 정기연주회들이 관객들에게 어떤 향수를 이끌어내게 될지 주목된다. 

※ 외부 기고 및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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