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강동성 작가

[문화뉴스 MHN 권혜림 기자] 최근 서울의 작은 카페에서 '익숙함과 낯섦'이라는 주제로 두 번째 개인전을 선보인 그래픽 디자이너 강동성. 우리에게 친숙하고 귀여운 애니메이션 캐릭터들의 조합으로 위트있게 문화에 대한 통찰을 담아낸 그를 직접 만나 작가의 세계관과 작품에 대한 생각을 엿보았다. 

안녕하세요 강동성 작가님 만나 뵈어서 반갑습니다. 이번이 두 번째 전시라고 들었습니다. 첫 전시는 언제 하셨나요?

ㄴ5년 전이요. 그 때는 '한국형 팝 아티스트'라는 타이틀로 전시했었거든요. 지금 생각하면 좀 부끄럽죠. 말그대로 '풋내기'였죠. 지금도 풋내기이긴 한데...(웃음) 옛날에 비하면 완성도가 좀 올라갔죠.

이번 전시에서 작품을 통해 전달하시고자 한 메시지가 무엇인가요?

ㄴ각 문화가 고유성을 주장하고 있지만 결국엔 서로 영향을 받는다는 점을 말하고 싶었어요. 미키마우스가 갖는 상징성·특수성이 보노보노가 갖는 상징성·특수성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요. 표면적으로는 익숙하기도 한데 낯선 것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언뜻 보면 미키마우스인 줄 알았는데, 다시 보니 보노보노의 얼굴인거에요. 대충 볼 땐 이상한 줄 모르셨죠?(웃음) 특히나 현대사회로 올수록 문화의 독창성이 사라지고 상호 영향을 점점 더 받게 될 거라고 생각해요. 인정해야 되지 않을까 싶어요. 그런 모호함의 경계 속에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는 점을요.

그런데 생각해보니 한국의 대표적인 만화 캐릭터인 '둘리'는 없네요?

ㄴ둘리는 저작권 때문에...(웃음) 그런데 제가 전달하려는 메시지에서는 둘리도 별 차이 없어요.(웃음)

작가님의 메시지를 팝아트로 표현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ㄴ제가 전통적인 그림을 그려왔던 게 아니라서 그런지 손에 물감 묻히고 이런 게 싫더라구요.

뵙기 전에 작가님의 이력을 간략하게 보고 왔는데요, 관심사가 다양하신 것 같아요. 최근에는 ‘데낄라 보이즈’라는 그룹으로 앨범도 내셨구요. 학부에서는 법학을 전공 하셨다가 디자인으로 전향하셨죠? 작가님의 삶의 모토가 궁금해지는데요.

ㄴ간략히 배경 설명을 먼저 드리자면 원래는 디자인 전문 변리사가 되고 싶었어요. 그래서 노량진에서 2년정도 고시 공부를 했었어요. 그런데 선배님들이 고시촌에 꽤 오래 계시더라구요.(웃음) 그걸 보고 접게 됐죠. 그러다가 디자인에 흥미를 느껴서 전향하게 됐어요. 제가 생각하는 삶의 모토는 똑같이 살든 다르게 살든 자기가 행복한 방식으로 살면 된다고 생각해요. 최근에는 '미니멀리즘'(minimalism)에 관심이 많은데요 저는 미니멀리즘이라는 말이 유행하기 전부터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면서 살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 생각보다 실천하기는 쉽지 않은 것 같아요. 버리기 위해서는 오히려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 하는 것 같더라고요.

말씀을 듣다보니 어떤 삶을 살고 계신지가 궁금해지네요.

ㄴ전 제 맘대로 살죠.(웃음) 저는 자유의지를 중요하게 생각해요. 회사를 다니면 자유의지가 없잖아요. 눈치 봐야하고. 다닐 때는 잘 다녔는데 한동안 안 다니니까 못 다니겠더라고요. 제 사업을 한 지는 한 6년 정도 된 것 같아요. 하고 싶은 대로 살면 자유롭긴 한데 책임감이 따르죠. 안정성이 떨어지니까요. 반대로 회사에 다니면 안정적이긴 한데 자유가 위축되죠. 어떤 선택을 하든 그에 따른 위험성을 감내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작가님 말씀 듣고 나니 최근 전시하신 작품에도 '미니멀리즘'(minimalism)이 반영됐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깨끗하고 밝은 느낌의 색깔을 쓴다든지 오브젝트를 한 개만 놓는다든지 하는 것들이요.

ㄴ네 맞아요. 광고랑 좀 다른 점이 있다면 그 점 같아요. 직관적으로 얘기하는 거죠. 제가 광고를 하다보니까 아무래도 광고에서 모티브를 많이 얻는 편인데요, 광고도 형식이 여러가지가 있는데 내러티브(narrative) 형식이 있는 반면에 인사이트(insight) 형식이 있거든요. 그래픽디자인은 인사이트 형식에 가깝다고 볼 수 있죠. 즉, 직관적으로 작가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죠.

정체성이 다양하시네요.(웃음)

ㄴ도전하는 걸 좋아하죠. 현재는 동영상디자인, 인쇄디자인, 잡지디자인, 편집디자인 등 안 가리고 다 해요. 뮤직비디오도 찍구요. 하지만 아트 쪽으로 영역을 더 확장하고 싶어요. 지금 제가 어떻게 보면 서두르지 않는 이유가 과정에서 많이 배우고 그걸 통해서 숙성해간다고 생각하거든요. 음... 디자이너랑 아티스트는 다른 것 같아요. 제가 완전한 아티스트라고는 할 수 없지만 아티스트의 마인드를 많이 가지려고 생각을 해요. 그냥 디자인만하면 너무 무미건조한 사람이죠. 디자인 하시는 분들도 많이 있는데 디자인만 하시는 분들을 폄하하는 건 아니지만 디자인만 생각하고 작업할 때는 '디자인을 위한 디자인'인 경우가 많더라고요. 저는 디자인에도 인문학적인 감성을 많이 담으려고 해요. 디자이넌데 정서적으로 풍부한 디자인을 하고 싶은 거죠. 제가 기업 디자인도 하지만 공연 포스터를 많이 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에요. 감성적으로 풍부하게 담아낼 수 있으니까 더 재밌더라고요.

친한 아티스트 혹은 롤모델로 삼는 아티스트가 있으신가요?

ㄴ'패브리커'라는 친구들은 학교 후배들인데 꽤 친했었죠. 밥도 몇 번 사줬고요. 빈지노 씨의 앨범아트에 참여한 '차인철'이라는 친구도 대학 과 동기에요. 그리고 롤모델로 삼는 작가라기보다는 좋아하게 된 작가인데요, 최근에 '닉 나이트' 전에 갔었는데 그 사람이 한 말들이 좋더라구요. 내가 생각하고 있던 것을 그대로 얘기해주니까요. 웃긴 얘기지만 또 다른 내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평소에 제가 생각하던 말을 그대로 많이 해서요. 작품 스타일로는 '후쿠다 시게오'를 좋아해요. 심플한데 메시지를 잘 전달해요. 제 생각에 '닉 나이트'와 '후쿠다 시게오'는 독창성이 있다고 생각해요.

앞으로의 계획, 혹은 하시고 싶은 말씀은?

ㄴ지금 인터뷰를 하는 시점에서의 저는 완성형이 아니라고 생각하고요, 이 인터뷰가 저를 돌아보는 계기이자 완성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의 저보다 앞으로의 저를 지켜봐 주시는 게 더 좋을 것 같아요. 저는 이제 막 빚은 술과 같은 상태라고 생각해요. 시간이 갈수록 서서히 숙성돼 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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