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밥상 572회, 색(色)다른 여름, 맛에 물들다
18일 목요일 저녁 7시 40분 KBS1 방영

[문화뉴스 성연수기자] 뜨거운 햇살아래 다양한 빛깔의 채소와 과일들이 익어가는 여름은 1년중 색이 가장 화려해지는 계절. 색이 다르면, 맛도, 영양도 다르다. 알록달록 눈과 입이 즐거워지는 제철 식재료들의 변신, 몸과 마음을 화사하게 물들이는 색깔있는 여름별미들을 만나본다.
[사진=KBS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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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를 이기는 황금빛 - 고성 치자농장 부부의 여름 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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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남도 고성의 치자 농장. 여름이면 밭을 점령한 불청객, 풀과 씨름하느라 바쁘다는 한 부부. 고향 거제에서 치자의 달콤한 향을 맡고 자라며 귀농의 꿈을 키워왔다는 남편 이정수 씨는 해양경찰공무원으로 근무하다 연이 닿은 이곳에 자리를 잡고 아내 강순연 씨와 함께 치자밭을 일구고 체험농장을 운영하며 인생 2막을 살고 있다. 치자의 매력에 빠져 매일 웃으며 산지 7년 째. 진한 주홍색으로 익은 치자열매를 물에 우려내면 노란색이 우러나오는데, 예로부터 옷이나 음식에 노란색을 입히는 천연 염료로 사용되어 왔다. 특히 여름음식에 치자의 노란색은 특별한 힘을 발휘한다. 치자가 음식이 쉽게 상하지 않게 해주어 오래 두고 먹을 수 있게 천연 방부제역할을 하기 때문. 예전엔 치자물로 반죽한 밀가루를 아픈 곳에 붙이는 약으로도 쓰였단다.

치자물로 밀가루를 반죽해 더 쫄깃하고 소화도 잘된다는 민물새우수제비, 치자물로 밥을 지어 더 찰지고 오래 두어도 쉽게 상하지 않는 치자밥은 연잎에 올리고 콩, 대추, 은행, 연근까지 골고루 올려 쪄내면 맛도 색도 향긋하게 어우러진다. 상추도 하얀 진액을 품은 줄기까지 그대로 물김치를 담그는데, 감자풀을 쑨 다음 치자물을 넣어주면 금방 시지 않고, 아삭하면서도 상큼한 맛이 살아난다. 푸른 청춘의 시간을 보내고, 치자와 함께 인생 2막을 살아가며 서로에게 조금씩 물들어 가는 부부의 행복 가득한 황금빛 여름밥상을 만난다.

보랏빛의 여름 - 가지 하나로 가지가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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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햇살을 받으면 온갖 과일과 채소들이 다양한 빛깔로 익어간다. 그중 색으로 더 주목받는 채소가 있다. 바로 진한 보라색을 품고 있는 가지! 가지의 보라색 색소에 들어있는 안토시안 성분이 몸에 이롭다고 알려지면서 관심을 받고 있기 때문이라는데. 가지의 대표 주산지 여주에서 가지 농사만 10년째인 박장수, 고순희 씨 부부와 귀농 2개월 차인 아들 박광영 씨도 제철 맞은 가지를 수확해 택배 차에 실어 보내느라 정신 없단다. 노지 가지는 뜨거운 햇빛을 그대로 받고 자라 껍질도 진하고 달큰한 맛이 장점! 폭염과 장마를 오락가락하는 여름, 더위에 농부들의 손은 바빠지고 땀은 비오듯 쏟아져도 수레에 가득한 가지를 보면 든든하단다.

가지는 쪄서 나물로 무쳐먹는게 기본. 하지만 어떻게 먹어야 할지 몰라 고민하기 일쑤다. 가지 농사를 짓다보니, 가지로 만들 수 있는 음식에 관심이 많아졌다는 아내 순희씨. 밭에 다녀오면 땀에 절어 허한 몸을 달랠 때는 가지 껍질을 따로 모아 재워 놓은 효소를 물에 타 마시면 금세 더위가 가신다고. 가지의 속을 도려내 따로 모아 다진 채소와 돼지고기를 넣고 속을 만들어 껍질 안에 채워 노릇노릇 구운 가지돈저냐(동그랑땡)는 가지를 즐기지 않던 사람들도 사로잡는단다. 아들이 농사를 돕기 시작하며 순희 씨는 뭐든 해 먹이고 싶은 마음에 분주하다는데. 아들이 좋아하는 가지탕수와 가지밥까지 한번 맛보면 절로 엄지척하는어머니표 밥상이다. 수분이 많은 가지는 오래 저장하기 어려워 길게 잘라 바짝 말려 고기와 함께 볶아 먹곤 한다는데 꼬들한 식감이 겨우내 먹을 수 있어 요긴하다고. 여름철 입맛 없을 때는 가지로 만든 소박이 하나면 밥 한그릇 뚝딱. 가지 하나로 부족함 없이 차려진 한상에 가족들이 함께 마주 앉는다.

선조들은 가지를 어떻게 즐겨 먹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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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茄子)의 원산지는 인도로 중국을 통해서 우리나라에 신라시대에 들어왔다. 오랜 역사만큼이나 옛 조리서 속에는 다양한 가지요리와 저장법이 전해오는데. 가지는 성질이 차고 수분이 많아 갈증 해소에 도움을 줘 여름나기 제일인 채소란다. 여주에서 전통음식을 연구하는 이숙 씨는 옛 문헌이나 자료를 연구해오며 가지의 색과 맛을 오롯이 즐긴 것도 선조들이 한 수 위라며 고조리서 속 저장법과 요리법을 차려본단다.

1500년대 격조 높은 상차림이라는 뜻의 조리서 '수운잡방'에는 가지를 오래 두고 먹기 위한 "모점이법"이 기록되어 있다. 가지를 길게 잘라 참기름에 구운 다음 항아리에 차곡차곡 담아 식초와 간 마늘을 넣어 저장하는 방법. 가지를 기름에 구워 수분을 없앴기에 식감을 오래 유지할 수 있었다. 식초와 마늘의 살균 효과와 맨드라미의 선홍빛이 가지의 색을 유지하는 저장법. 제철이 아닌 가지를 기름에 볶아 천연 방부제인 겨잣가루를 섞어 저장해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는'증보산림경제'의 "개말가법"도 있다.

조선 시대에는 보라색 가지 외에 붉은 가지와 흰 가지도 있었다고 전해 오는데. 종류만큼이나 조리법도 다양하다. '시의전서'속, 가지에 칼집을 내 살짝 쪄낸 후, 소고기와 황·백지단을 올리면 임금님 수라상에도 올랐던 "가지선". 최초의 한글 조리서인 '음식디미방'속 가지를 밀가루에 묻혀 구운 다음 밀가루를 쑤어 간장과 쪽파를 더한 즙으로 마무리해 목넘김이 부드러워 어르신들이 드시기 좋았다는 "가지 누르미". 손이 많이 가는 만큼 정성과 고운 마음이 깃들어 음식 맛도 훨씬 아름답다는 이숙 씨. 정성 담긴 손끝에서 차려진 귀한 밥상을 만나본다.

저마다의 색깔이 조화를 이뤄야 아름답다 - 영월 토마토 농부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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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는 17세기 무렵 고추와 비슷한 시기에 들어왔지만, 감자나 고구마처럼 구황식물로서의 기능이 없다보니 식재료로 활용되지 못하고 관상용으로 재배되거나 과일처럼 먹기 일쑤였지만, 미국 타임지가 꼽은 10대 슈퍼푸드이자 붉은색을 내는 성분 리코펜이 강력한 항산화 작용을 하는 등 토마토의 이로움과 활용법이 널리 알려지고 있다.

강원도 영월. 30년 넘게 유기농법을 고수하며 땅이 건강해야 맛있는 토마토를 키울 수 있다는 30년 차 농부 원건희 씨와 아버지의 뒤를 이어 농부의 길을 선택한 원승현 씨. 8년 전, 브랜드 디자이너였던 아들은 아버지가 지켜온 땅 위에 새롭게 디자인 해보겠다며 고향으로 돌아왔다. 토마토만큼 다양한 색과 향을 지닌 작물도 드물다며 직접 씨앗을 받아 키우는 순종 (에어룸) 토마토를 재배하고 있는데. 모양이나 색이 우리가 흔히 보던 토마토와는 조금 다르다.

토마토를 과일처럼 먹기보다 약간의 재료와 조리법을 더하면 맛과 향이 풍부해진다는 승현 씨. 토마토 위에 올리브유와 소금, 후추, 치즈를 곁들인 토마토샐러드는 한식과도 잘 어울려 즐겨 먹고는 한다는데. 토마토의 장점인 감칠맛을 살릴 '프리타타'는 채소를 볶아 달걀을 풀고 그 위에 토마토와 치즈를 올리면 부드러운 식감과 감칠맛이 한층 살아난다고. 설탕에 재운 토마토가 최고인줄 알던 승현 씨와 아내 지민 씨는 냉토마토국수를 선보이겠단다. 스페인식 토마토 냉수프 '가스파초' 조리법을 이용해 국수를 말아 먹는 요리인데 만들기도 쉽고 여름철 더위 날리는데 이만한 것이 없다고. 덜 익은 토마토는 간장물에 절여 장아찌로 담그면 아삭하면서 깔끔한 맛에 토마토 음식이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도 즐길 수 있는 토마토장아찌. 태양 아래 익어가는 토마토처럼 초보 농부였던 승현 씨의 꿈과 열정도 익어간다.

한편 '한국인의 밥상'은 KBS에서 매주 목요일 저녁 7시 40분에 방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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