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랑] ‘사랑스러운’ 글린다 열 명의 엘피 안 부럽다!

[문화뉴스=아띠에터 칼럼그룹] 작년 겨울 영화관을 휩쓸었던 겨울왕국의 주인공은 누구일까. 

겨울왕국을 보는 내내 필자는 물론 아마도 대다수의 관객이 엘사의 매력에 빠졌을 것이다. 영화를 보고 난 뒤에도 엘사만 생각이 나고, 엘사의 Let it go는 작년 겨울 최고의 히트곡이었으며, 이 노래 한 곡에 겨울왕국의 모든 구성이 녹아있다. 겨울왕국은 ‘엘사를 위한, 엘사에 의한, 엘사의 겨울왕국’이었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보자. 대부분의 영화의 결말은 주인공이 모든 것을 다 얻는다. 특히 그것이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만든 애니메이션일 경우 '이렇게 저렇게 해서 행복하게 살았대~~~'를 이야기하기 위해서 주인공에게 모든 행복의 요소를 집중시킨다. 이런 생각에 이르러서야 난 깨달았다. 주인공이 엘사가 아니라 안나였음을….. 겨울왕국을 한 줄로 요약해보면 언니를 사랑하는 용기 있는 동생 안나의 성장기이다. 진정한 사랑을 깨닫고 얻는 것까지도 안나에게 집중된다.

 

 
   
 
 
 

이 사실을 깨달은 필자는 매우 큰 충격에 빠졌다. 하지만 더 허탈해야 할 사람은 안나일지도 모른다. '내가 주인공인데 모두 언니인 엘사에게만 관심을 가지다니……' 엘사는 캐릭터 하나만으로 모든 것에서 안나를 압도했다. 겨울 왕국 그 어느 대목에서도 엘사를 이길만한 캐릭터는 없었다. 있었다면 울라프 정도일 것이다. 한마디로 엘사의 캐릭터는 아주 매력적이었다. 조연이 주연의 조명을 다 뺏어온 것이니 배우로 치면 정말 큰일을 해낸 것이다.

   
 

그런데 최근 뮤지컬 무대에서 엘사 같은 아주 매력적인 서브주연을 만났다. 바로 위키드의 글린다이다. 글린다는 허영심이 가득한 소녀이다. 그리고 결말만 살펴보면 글린다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성취한 속물 근성이 가득한 캐릭터이다. 그런데 위키드의 주인공 엘파바와 비교해보면 글린다의 성취는 조금 슬프고, 그녀의 속물근성을 무조건 부정적으로 평가할 수는 없다. 글린다의 성취는 그녀의 갈등의 산물이었고, 그녀의 속물근성 뒤에는 그녀의 순수한 우정과 사랑이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엘사가 'Let it go'로 그녀의 캐릭터를 완벽하게 설명하듯이 글린다는 'popular'를 통해 글린다를 완벽하게 설명한다. 글린다는 세상의 모든 유명인들, 정치가들, 인기인들은 자신들의 겉모습과 인기관리의 결과로 사랑 받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이를 굳게 믿고 있다. 즉, 글린다는 사람의 내면보다 겉모습이 더 중요하다고 믿고, 결말에서도 그 신념에 의해서 행동한다. 물론 그녀는 자신의 인기를 통해 얻은 권력으로 악의 세력을 처벌하는 용기도 보여준다. 실제로 그녀는 그녀의 성취 뒤에 숨겨져 있는 그녀의 우정에 대한 사실과 자신의 마음을 대중들에게 철저하게 숨긴다. 그렇다면 그녀의 이러한 모습은 악역의 모습일까? 비판 받아야 할까? 주연인 엘파바가 올바른 신념과 사랑을 위해 거침없이 전진한다면 서브주연인 글린다는 상황에 따라 갈등하고, 유연하게 대처해가며 자신이 원하는 것들을 얻는다. 글린다는 상황에 따라 속물근성, 여린 성격, 사랑 받고 주목 받고 싶은 마음, 친구를 향한 절대적인 우정, 결단력 등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그리고 이러한 모든 것을 숨김없이 보여줄 수 있는 것은 그녀가 자신의 감정에 매우 솔직하며, 현실적으로는 매우 속물 같은 모습이지만 적어도 그녀의 가치의 저변에는 순수함이 남아있다는 증거이다. 이러한 면에서 글린다의 캐릭터는 훨씬 더 인간적이고 현실적이며, 우리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비현실적으로 정의롭고 거침없는 주연보다 현실적으로 갈등하고 행동하는 글린다에게 더 끌렸을지 모른다.

글린다는 자신이 제일 가지고 싶었던 사랑하는 이의 마음을 얻지 못했다. 하지만 글린다는 관객의 마음을 모조리 사로잡는다.

개인적으로 글린다는 서브주연이지만 주연을 뛰어넘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겨울왕국을 보고 나왔을 때 안나보다는 엘사가 더 기억에 남는 것처럼 위키드를 보고 나온 관객들은 아마도 엘파바보다는 인간적인 고뇌를 생각 없는 소녀처럼 표현해내는 글린다에게 더 많은 매력을 느끼지 않았을까? 관객들의 기억 속에는 주연인 엘파바보다도 매력적인 글린다가 더 깊이 박혔을 것이다. 그래서 감히 말한다. 잘 만들어진, 그리고 잘 표현된 서브 주연 글린다!! 열명의 엘파바 안 부럽다!

 

[글] 아띠에떠 해랑 artietor@mhns.co.kr

팝 칼럼 팀블로그 [제로]의 필자. 서울대에서 소비자정보유통을 연구하고 현재 '운동을 좋아하는 연기자 지망생의 여의도 입성기'를 새로이 쓰고 있다. 언제 또 다른 종목으로 여의도에 입성하게 될는지. 여전히 나의 미래가 궁금한 인간. 나는 '꿈을 현실로 만드는 여자, 말 하는 대로 이루어지는 여자'.
* 아띠에터는 문화뉴스 칼럼니스트 그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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