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 나에게 어떤 존재인지 생각하는 시간. 부재를 통해 가능하다.

다시 공기 속으로 들어가는 체험을 하며 예전으로 돌아갈까. 

아니면 여전히 그 부재는 마음속에 남아 소중함을 간직하게 될까.

괴테대학교 보켄하이머 캠퍼스 앞에는 중고 물품을 판매하는 장소가 있다. 사진과 같은 엘피판을 저렴한 가격에 구할 수 있다.
괴테대학교 보켄하이머 캠퍼스 앞에는 중고 물품을 판매하는 장소가 있다. 사진과 같은 엘피판을 저렴한 가격에 구할 수 있다.

어머니. 가족. 교환학생 글에서 갑자기 이 주제의 글을 쓰는 이유는 단순하다. 타지에서 가족의 의미가 더 크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추석이다. 돈을 보내드렸다. 보낸 액수보다 큰 액수가 돌아올 것을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돈을 보낸다. 내가 가족들과 연결되어있다는 사실을 전하기 위해서다. 그런 방식으로 나는 연결됨을 주장한다. 가족의 반응은 각자 다르다.

엄마는 뉴스에서 한빛부대를 봤다며 연락하셨다. 남수단에 있었을 때를 생각한다. 지금은 독일이다. 2019년의 추석과 2021년의 추석에 나는 타지에 있다. 가족과 떨어진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타지에 있으면 의미를 생각하게 된다. 가족이 나에게 어떤 존재인지 생각하는 시간. 그것은 부재를 통해 가능하다. 그 시간은 가족이 공기처럼 존재할 때는 알 수 없다.

가족에게 감사하다. 나를 사랑하고 존중해주지만 구속하지 않는다. “엄마 놀라지 말고 들으세요. 제가 남수단에 가게 됐어요.” “꼭 갔으면 좋겠다. 다시는 오지 않는 기회다.” “엄마 교환학생으로 독일에 갈 거예요.” “교환학생은 꼭 가야 한다.” 사랑은 구속이 아니라는 걸 가족을 통해 배웠다. 그 형태의 사랑이 있었기에 내가 여기 있을 수 있음을 깨닫는다.

파스타를 가장 자주 요리한 기간이 언제냐고 묻는다면, 나는 독일 교환학생 시절이라고 대답할 것 같다.
파스타를 가장 자주 요리한 기간이 언제냐고 묻는다면, 나는 독일 교환학생 시절이라고 대답할 것 같다.

독일에 온 뒤 깨달은 것이 있다. 이곳의 시간은 한국보다 빠르게 흘러간다는 것. 그것은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해결되었던 것들을 내가 직접 해내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빨래하고, 설거지하며, 직접 음식 재료들을 사와 요리한다. 재료 이름을 몰라 독일어 사전을 찾아 직원에게 묻는다. 예산을 짠다. 나의 삶을 온전히 내가 관리한다. 시간이 부족할 수밖에.

가족. 나는 울타리를 벗어났다. 혼자서 해낸다는 것이 우울한 일도 아니다. 재밌다. 나의 삶을 0에서부터 하나씩 쌓아간다는 것이 흥미롭다. 나의 공간 안에서 내가 원하는 대로 물건을 배치할 수 있다. 무엇을 절제하고 어떤 것에 소비해야 할 것인지 내가 결정한다. 그만큼 이곳에서 절실히 깨닫게 되는 것이다. 내가 얼마나 크나큰 혜택을 받으며 살고 있었는지를.

어머니. 당신을 생각한다. 독일에서 만나는 어머니란 물리적으로 같은 공간에 있는 분이 아니었다. 갑자기 공기가 사라져버리는 듯한 경험을 하는 지금은, 가족과 어머니의 부재를 알게 되는 순간이다. 한국에 돌아가면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다시 공기 속으로 들어가는 체험을 하며 예전으로 돌아갈까. 아니면 여전히 그 부재는 마음속에 남아 소중함을 간직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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