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환학생으로서 얻을 수 있는 장점 중 하나는 이야기다.

다른 세계와 만난다는 것은 즐겁기도, 슬프기도 한 일이었다.

독일에는 카드 결제가 안되는 곳이 아직 많이 남아있다.
독일에는 카드 결제가 안되는 곳이 아직 많이 남아있다.

교환학생으로서 얻을 수 있는 장점 중 하나는 이야기다. 뉴스에 나오는 정돈된 이야기 말고, 현지에 사는 친구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나도 마찬가지로 지극히 주관적인 이야기를 여러 나라에서 온 친구들과 공유할 수 있다. 갑작스럽게 결정해 일요일에 기차를 타고 떠났다. 뉘른베르크는 나에게 꽤 흥미로운 기억을 남겼다. 그 장소가 완벽해서는 아니었다.

그 기억은 기차에서 생겼다. 각자의 나라에 관해 이야기하게 됐다. 한국에 관해서 얘기했다. 나의 군 복무 이야기를 흥미롭게 듣던 친구들은 질문했다. “군대를 몇 년 동안 가야 하는 거야?” “전쟁 날까 봐 무섭지 않았어?” “남수단은 위험하지 않았어?” 자칫 잘못하면 꼰대 소리를 듣기 쉬운 이야기지만 이들과 대화에서는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는 것이었다.

신기하게 생각했다. 적은 급여를 받으며 군 복무를 해야 한다는 것과 폭력이 묵인된다는 것. 이 이야기를 들을 때 친구들의 표정은 북한의 이야기를 들을 때와 같았다. 그런 순간에 알게 된다. 이들에게는 크게 다름없을 것이다. 멀리 있는 분단국가. 아직 전쟁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곳. 나는 우리가 많은 문제들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평화가 필요하다며.

독일 여행을 하다보면 도시들의 차이점과 공통점을 생각하게 된다.
독일 여행을 하다보면 도시들의 차이점과 공통점을 생각하게 된다.

사려 깊은 친구들이었다. 인종차별로 느껴질 수 있는 말을 조심하는 것 같았다. 존중해줬고, 생각한 뒤에 말했다. 그렇다고 궁금해하는 것을 멈추지는 않았다. 나는 나의 나라, 나의 문화에 대해 계속 얘기했다. 그것은 기차 안에서도, 기차에서 내린 뒤에도 계속됐다. 나는 뉘른베르크에 있었지만, 이탈리아, 프랑스, 스위스를 만났다. 그들은 한국을 만났을 것이다.

기차에서 왁자지껄 떠들기도 하고, 눈을 감고 잠이 들기도 했다. “Japan” 화장실을 가려던 나에게 승객 한 분이 한 말이었다. 그 뒤에 듣게 된 독일어는 무슨 말인지 몰랐다. 나에게 일본 사람이라고 하는 것은 알 수 있었다. 나는 그곳의 이방인으로서, 그냥 그렇게 못 들은 척할 수밖에 없었다. 다른 세계와 만난다는 것은 즐겁기도, 슬프기도 한 일이었다.

대표적인 공통점은 종교와 관련된 이야기가 담긴 건축물이다.
대표적인 공통점은 종교와 관련된 이야기가 담긴 건축물이다.

뉘른베르크는 아름다웠다. 기억에 남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다른 세계와 여행을 떠났다. 언어를 통해서 서로를 알아갔다. 나의 문화에 대한 낯선 시선을 느꼈다. 나의 문화에 소속된 상태에서 바라보는 것과는 다른 경험이었다. 바깥에서 나를 바라보는 경험. 외국인 학생들과의 첫 여행에서 가장 가치있게 느껴졌던 것이었다. 이건 한국에 돌아가서도 남아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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