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이상한 나라의 ‘혼자 멀쩡한’ 엘파바

[문화뉴스=아띠에터 칼럼그룹] 누군가에게 이상형을 물어볼 때 제일 많이 듣는 말은 바로 '평범한 사람'이다. 하지만 그 말을 접해본 우리는 그러한 사람을 만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알고 있다. ‘평범’은 무난할 것 같지만, 올바른 기준을 지켜가는 사람을 표현하는 수식어로 생각처럼 쉽지 않다. 특히나 이상한 나라 속에서 혼자 평범하다면, 그 평범한 사람은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이상하게' 보일 수 있다. 바로 뮤지컬 <위키드>의 주인공 엘파바다.

   
 

뮤지컬 <위키드>는 배경설정은 어린 아이들의 동화지만, 그 실상을 살펴보면 어른들의 속물적인 세계를 그대로 담고 있다. 그래서인지 초록빛 얼굴을 가진 엘파바는 겉으로만 다정하고 화려한 세계에서 배척당한다. 아픈 동생을 보살피기 위해 함께 학교에 입학하는 착한 언니이지만 이 이상한 세계의 사람들은 엘파바를 자신들의 관점에서 ‘이상하게’ 바라본다. 그들은 엘파바의 진심을 알아주지 않고 그녀의 초록빛 얼굴만으로 그녀를 평가하고 자신과 다르다고 판단한다.

그래서인지 <위키드> 안에서 엘파바는 제일 무뚝뚝하고 무언가 건조해 보이는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특히 화려하고 밝은 글린다에 비해서 엘파바는 너무나 어둡고 우울해 보이기까지 한다. 하지만 글린다가 점점 더 화려해지고 더 밝아질수록 더 빛나는건 <위키드>의 주인공인 엘파바다. 혼자 어두워 보일 수밖에 없는 엘파바의 캐릭터를 살리기 위해 <위키드>가 선택한 방법은 엘파바를 제외한 모든 인물들에게 극단적인 화려함과 밝음을 주는 것이었다. 글린다가 ‘popular'라는 곡을 통해 자신의 화려함을 우리에게 과시하며 매력을 뽐낸다면, 엘파바는 ’defying gravity'를 통해 자신의 신념을 들려준다. 글린다는 엘파바를 구하기 위해 다시 마법사에게 돌아가자고 엘파바를 설득하지만, 엘파바는 그 이상한 세상에 물들지 않고 자신이 지켜온 기준을 지켜나가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엘파바는 마법사를 만나는 것이 인생에서 가장 큰 소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실체를 알아버리곤 그를 떠나 마법사의 실체를 알리고, 가장 약자인 동물들을 구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녀는 이상한 세계가 정해놓은 중력에 저항하며 자신이 꿈꿔오던 세상을 만들기 위해 애쓴다. 그녀는 겉모습이 아닌 진심을 통해 사랑을 얻었고, 우정을 지켰다.

누구나 자신이 평범한 사람이 아닌, 특별한 사람이 되고 싶어한다. 하지만, 그 특별하다는 기준이 꼭 남들과 달라야 하고, 남들보다 튀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자신의 자리를 지키면서 신념을 가지고 꾸준히 애쓰고 있다면 분명 그 사람은 특별하고 소중하다. 특히 자신의 자리에서 해야 할 어떠한 의무도 하지 않고 도망치기에 바빴던 무책임한 어른들이 만들어낸 잔인한 4월을 경험한 지금, 이상한 세상의 중력에 저항하여 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던 엘파바가 그립고 보고 싶다.

[글] 아띠에떠 원 artietor@mhns.co.kr

 

팝 칼럼 팀블로그 [제로]의 필자. 을지로 Oneway 티켓으로 인해 조금은 어렵고 즐거운 서울살이 경험 중. 일코 해제 후 실천하는 청춘이 되려고 노력 중인 24시간이 모자라는 여자.
* 아띠에터는 문화뉴스 칼럼니스트 그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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