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리 로러 役 이주순, 앙상블 참여 데뷔작으로 금의환향
"실감 안 나...책임감 더 생겼죠"
"뻔뻔함 부족...나만의 빌리 만드는 것 같아 재밌어요"
'브로드웨이 42번가', 2023년 1월 15일까지 예술의전당 CJ 토월극장

사진=뮤지컬배우 이주순 / 문화뉴스DB
사진=뮤지컬배우 이주순 / 문화뉴스DB

[문화뉴스 장민수 기자] 뮤지컬배우 이주순이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이하 '42번가')로 돌아왔다. 극 중 페기 소여가 그랬듯, 앙상블로서 바라보며 동경하던 역할을 마침내 손에 거머쥐게 됐다.

"2017년에 '42번가' 앙상블로 처음 무대에 섰을 때가 생생히 기억나요. 근데 지금은 빌리 로러로 무대에 서고 있다는 게 실감이 안 나요. 그냥 연습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한편으론 편안히 즐기고 있는 것 같기도 해요. 물론 제가 해내야 할 몫이 생기다 보니 책임감은 더 생겼지만요."

이주순은 '42번가' 앙상블로 참여할 당시 무대 위 페기 소여에 한껏 매료됐다고 한다. 뮤지컬배우로서 공감할 지점들이 많았기 때문. 하지만 여성 캐릭터를 연기할 수는 없었고, 결국 큰 동전 위에서 반짝거리며 춤을 추는 빌리 로러를 마음에 품게 됐다. 

사진=뮤지컬배우 이주순 / 문화뉴스DB
사진=뮤지컬배우 이주순 / 문화뉴스DB

하지만 막상 빌리가 돼보니 쉽지 않았다. 빌리는 극 중 최고의 남자 스타다. 페기에게 반해 적극적으로 들이대기도 한다. 능글맞고 허세 넘치는 인물인데, 이를 표현하기엔 이주순의 성격 자체가 너무나 달랐다. 이에 그는 기존 빌리를 따라가려 애쓰기보다는 자신만의 빌리를 만들고자 했다. 핵심은 '순수함'이었다.

"뻔뻔한 자신감 같은, 빌리로서 가져야 할 기본 성향이 제게 부족해요. 그래서 아쉽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저만의 빌리를 만드는 것 같아 재밌기도 해요. 연출님도 빌리의 내면에는 순수한 소년 같은 마음이 내재해있다고 하시더라고요. 빌리의 순수한 모습들을 좀 살려보려고 노력했죠."

"빌리는 왜 페기에게 끌렸을까 생각을 해봤어요. 빌리가 표면적인 것만 많이 묘사되지, 어떻게 살아왔는지는 그냥 생각하기 나름인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전 빌리도 어디 시골 마을에서 올라왔다고 생각했죠. 마찬가지로 시골에서 올라온 페기의 순수한 모습을 보고 동질감을 느꼈을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빌리가 순수하게 표현되기도 하고요."

사진=뮤지컬배우 이주순 / 문화뉴스DB
사진=뮤지컬배우 이주순 / 문화뉴스DB

앙상블로 데뷔한 작품에 돌아와 역할을 부여받았지만 갑작스러운 일은 아니었다. '42번가' 이후 '젊음의 행진' '전설의 리틀 농구단' '오이디푸스' '6시 퇴근' '펀홈' '쓰릴 미' '스프링 어웨이크닝' '스핏 파이어 그릴' '빨래'까지. 여러 작품에서 크고 작은 역할을 소화하며 실력을 쌓았다. '준비된 자가 기회를 얻는다.' 이주순이 '42번가'에서 가장 공감하는 지점이었다.

"2막에서 페기가 '할게요!'라고 하는 장면이 있어요. 그게 정말 공감돼요.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거든요. 고등학교 때 연극 오디션을 떨어졌는데, 공연 날 원래 하기로 한 사람이 못 나오게 됐고, 대사를 다 외우고 있던 제가 하게 됐죠. 그때도 많이 느꼈어요. 원하는 게 있다면 기회를 잡을 수 있게 준비해야겠다고. 페기가 외칠 때 왠지 짜릿해요."

사진=뮤지컬배우 이주순 / 문화뉴스DB
사진=뮤지컬배우 이주순 / 문화뉴스DB

'42번가'는 배우들의 화려한 탭댄스 군무가 매력적인 작품이다. 이주순 역시 앙상블로서, 빌리로서 몸이 부서져라 탭댄스 연습에 매진했다. 다행히도 대학 시절 탭댄스 수업을 재밌게 배웠던 게 많은 도움이 됐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힘들지 않은 건 아니었다.

"연습 시작부터 공연 오르기 직전까지 대부분의 시간을 탭댄스 장면을 연습하는데 보낸 것 같아요. 아무래도 몸이 힘들긴 하더라고요. 또 페기를 들어야 하는 리프트가 정말 힘들어요. 바닥도 미끄러운데 탭슈즈까지 신고 있고. 한창 춤을 추다가 지친 상태에서 들어야 하는데 안전하게 내려줘야 하잖아요. 그게 부담돼요. 내가 잘못하면 상대가 문제가 생기니까."

사진=뮤지컬배우 이주순 / 문화뉴스DB
사진=뮤지컬배우 이주순 / 문화뉴스DB

이주순은 중학교 시절 우연히 방학 숙제로 뮤지컬을 관람한 후, 배우를 꿈꾸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후 고등학교 시절 뮤지컬 학원을 다니면서 본격적으로 뮤지컬배우의 길을 걷기 시작했고, 춤과 노래, 연기 모두를 할 수 있는 종합예술이라는 점에서 뮤지컬에 매료됐다. 

하지만 여러모로 힘든 직업이란 걸 느끼고 있기에 다음 생애는 하고 싶지 않다고 한다. 물론 응원해주는 팬들이 있고,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기에 선택에 후회는 없었다. 다시 찾은 '42번가'를 기점으로 더 멀리 나아가겠다는 그의 앞날을 기대해본다.

"지금 데뷔 6년 차인데 하고 싶은 작품, 하고 싶은 역할로 돌아왔잖아요. 그래서인지 새로 시작하는 느낌이 들어요. 내가 가는 방향에 대해 다시 마음을 다잡게 됐죠. 앞으로의 5년의 출발점인 것 같아요."

주요기사
인터뷰 최신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