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석재현 기자] 어느덧 5월 한 주 이상을 차지했던 기나긴 황금연휴도 끝났고, 대한민국은 새로운 대통령까지 정해졌다. 정신없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박스오피스 또한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만큼 1위 싸움이 치열했다. 그동안 해외영화의 선전 속에서 맥을 못 추던 국내영화였는데, 이번만큼은 조금 달랐다. 신인 김형주 감독의 첫 작품인 '보안관'이 예상외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 2'와 호각을 다투며 흥행몰이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3일에 개봉한 '보안관'은 과잉 수사로 잘린 후, 고향 기장으로 낙향해 '보안관'을 자처하며 수호하고 있는 '대호(이성민)'는 비치타운 건설을 위해 성공한 사업가 '종진(조진웅)'이 서울에서 내려온 동시에 부산 전역에 마약이 돌기 시작하며, 그를 마약사범으로 의심해 처남 '덕만(김성균)'을 조수 삼아 나홀로 수사를 하는 영화다.

김형주 감독은 2008년 29살이라는 다소 늦은 나이에 '달콤한 거짓말' 연출부 막내로 영화계에 뛰어들었지만, 꾸준히 조연출로 다섯 작품에 참여하는 등 잔뼈가 제법 굵다. 그런 그가 자신의 입봉작으로 '보안관'을 택하며, 감독으로 홀로서기를 시작하려 한다.

감독으로 데뷔한 걸 축하한다. 데뷔한 소감이 어떤가?
└ 아직도 얼떨떨하고, 감격스럽다. 한 작품을 만들어내고 나니, 세상 모든 감독님이 존경스럽고 보통 일이 아니라고 생각이 들었다.

비교적 늦은 나이에 영화계에 뛰어들었다. 영화계에 발을 들여놓은 계기는?
└ 사실 대학교부터 연극영화과 출신이다. 일반적이지 않은 삶을 살아보자는 단순한 생각에서 시작하였고, 연극영화과 수업을 들으면서 감독이 되고 싶다는 막연한 목표가 생겼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졸업 등이 늦어지는 바람에 영화계에도 다소 늦게 뛰어들게 되었다.

 

현장에 뛰어든 후, 제법 많은 경험도 쌓았을 텐데 감독에 대한 본인의 생각과 현실의 차이점이 있었는지?
└ 현재까지 '보안관'을 포함하여 총 여섯 작품을 정도로 참여했다. 조연출로서 활동할 때처럼 촬영현장은 늘 보아온 대로 크게 다른 건 없었다. 다만, 나를 압박하는 스트레스 강도가 상상을 초월했다. 왜냐하면, 조연출 때와 달리 내가 직접 매 순간 작품의 세세한 부분까지 직접 선택하고 결정했던 자리였기에 그 부분에 있어서 매우 힘들었다.

처음 감독으로서 관여하면서 내걸었던 자기만의 철학은?
└ 작품 내적으로는 두 가지를 내걸었다. 하나는 '쿨하게 즐길 수 있는 영화를 만들자'였고, 다른 하나는 비록 인물 및 지역이 한정되어있지만, 고향의 포근함이나 정겨운 느낌 등의 보편적인 정서를 아우를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했다.

작품 외적으론 임하는 태도에 있어 솔직해지자고 다짐했다. 내가 잘 모르면 모르겠다고 답하고, 혼자서 판단할 수 없는 건 다른 이들과 이야기하면서 같이 고민하는 방향으로 말이다. '보안관'에 참여하는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제법 경력 있는 분들이었으니까 말이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 든든했고 '보안관'을 만드는 데 많은 보탬이 됐다.

영화 '보안관'을 촬영하게 된 계기를 알려달라.
└ '차별화된 수사극을 하고 싶다'는 맥락에서 접근했다. 그동안 선보였던 국내 수사물의 공통점은 대부분 형사나 경찰, 검찰 등 주로 공권력 가진 사람들이 정의를 구현하는 이야기였다. 그래서 이 틀에서 탈피해 어딘가 하나씩 비어 보이는 소시민이자 중년 남성들을 가지고 와서 이들이 마을을 지켜낸다는 설정이라는 차별성을 두고 시작했다.

 

'보안관'의 주연배우인 이성민의 말에 따르면, 부산에서 촬영차 내려갔다가 '보안관'을 만들기로 결정하게 되었다던데?
└ 순서가 약간 바뀌었다. '보안관' 콘셉트가 먼저 정해졌다. 그 후 영화 제작에 참여하신 윤종빈 감독님이 부산으로 내려갔다가 송정해수욕장을 지나던 와중 영화 속에서 등장하는 '반바지에 금목걸이 차시고 수건을 두르시는 분들'을 목격하셨다. 그분들의 패션에 영감 받아 등장인물들 콘셉트로 차용했다. 나도 고향이 부산인데, 그런 분들을 어렸을 때부터 종종 목격했다. 이 '아재' 느낌이 나는 분들이 있었기에 오늘날 '보안관'이 탄생할 수 있었다.

▲ 영화 '보안관' 스틸컷

'보안관'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의상을 보면 하나같이 범상치 않다. 실제 기장 사람들이 그렇게 하고 다니지 않을텐데?
└ 기장 사람들의 옷차림은 절대 그렇지 않다. 어느 지역을 방문하든, 나름 그 동네에서 멋쟁이라고 불리는 일부 사람들이 카라 깃을 빳빳하게 세우고, 액세서리를 다 착용한다. '보안관'에서는 마을 사람들이 함께 거사를 치를 때, 포인트를 주기 위해 일종의 작업복 형태로 가져갔다.

'보안관'에 출연한 배우들을 자세히 살펴보니 대부분 고향이 경상도였다. 과거 몇몇 영화에서 사투리 문제를 지적받은 적이 있었는데, 이를 의식하고 특별히 염두하고 캐스팅한 것인지?
└ 다른 영화를 보다 보면 일반 사람들이 들어도 크게 안 거슬리는 사투리일지라도, 특정 지역 사람들이 들었을 때 "어, 저건 아닌데" 했던 부분들을 종종 발견할 수 있다. 그래서 캐스팅할 때 '실제 해당 지역 사투리를 쓰는 사람들이 보아도 위화감이 없어야 한다'는 원칙을 세우게 되었다. 사투리를 정확하게 구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구사하는 사투리 속에 억양이나 정서들이 담겨있기에 자연스럽게 하자는 취지가 더 강했다. 이를 같이 공유하고 만들어갈 수 있는 배우들을 캐스팅하는 데 주력했다.

하지만 배우 임현성은 유일하게 서울 출신이었는데 이는 감독의 원칙과 조금 다르지 않은가?
└ 유일하게 내가 내걸었던 원칙에서 벗어났다. (웃음) 우선 '강곤'의 외형적인 생김새가 중요했다. 우락부락하게 생겼으면서 한편으로는 순박한 성격을 지닌 배우가 필요했고, 실제 임현성의 성향이 일치했다. 그리고 그가 이전에 출연했던 '사랑'이라는 작품을 우연히 접했는데, 그 작품에서도 사투리 구사를 상당히 잘했기에 '보안관'에 어울리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언어 등의 문제는 내가 부산 출신이니까 약간의 지도만 해주면 괜찮을 것으로 생각하고 그를 캐스팅했다. 첫 대본리딩 할 때가 아직도 기억에 남는데,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이상으로 부산사투리를 잘해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다. 그때 임현성에게 서울 강남 출신이 맞냐고 되묻기도 했다.

▲ 영화 '보안관' 스틸컷

그리고 '보안관' 내에서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배우가 바로 배정남인데, 그를 어떻게 캐스팅하게 되었는가? 알려달라.
└ 배정남이 맡은 '춘모'라는 인물이 최초 대본 쓸 때부터 허우대는 멀쩡하지만, 입만 열면 모든 게 깨는 설정이었다. 촬영에 들어가기 전부터, '춘모' 역에 어울리는 사람을 정하기 위해 숱한 오디션과 캐스팅을 오랫동안 진행했지만, 적합한 사람이 없어 고민이었다.

그러던 와중, 우연히 아는 사람을 통해 배정남을 만나게 되었다. 그 당시에 그의 이름과 모델 출신이라는 점만 알고 있었고, 만나기 전까지 내가 생각했던 것과 다른 것 같아 다소 의구심 들었다. 하지만 막상 만나보니 생각이 바뀌었다. 얼마 전 '라디오 스타'에서 출연 당시 보여줬던 그의 모습이 실제 그의 평소 모습이다. 이 모습을 카메라에서 그대로 담았으면 좋겠다고 판단했다.

배정남은 대본연습도 많이 했는데, 막상 촬영에 들어가면 카메라 앞에서 긴장해서 바짝 얼어버리곤 했다. 그래서 최대한 그를 편안하게 해주기 위해 다른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노력했다. 결과적으로는 좋았다. 우스갯소리로 조진웅을 비롯하여 배우들과 스탭들이 "몇 개월간 고생해서 우리가 배정남 하나 만들었다"고 말하기도 한다. (웃음)

그런 배정남을 중심으로 출연했던 배우들(김성균, 김혜은, 조우진)이 '라디오스타'에 출연한 뒤로, 생각보다 '보안관'이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지게 되었는데?
└ 기뻤고, 배우들에게 감사했다.

'보안관' 김형주 감독 "'영웅본색', 그리고 '롯데 자이언츠'" ② 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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