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서울연극제 공식참가작 극단 76의 배봉기 작 김국희 연출의 물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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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아트센터 아트홀 맥에서 극단 76의 배봉기 작, 김국희 연출의 <물의 노래>를 관람했다.

배봉기(1956~)는 전북대학교 국문학과와 연세대학교대학원 국문학과 졸업하고, 1981년 소년중앙 문학상과 1985년 계몽문학상에 동화, 국립극장 장막 공모에 희곡, 스포츠서울·영화진흥공사 공모에 시나리오, <문학사상> 신인상에 장편소설로 등단하여 동화, 동극, 희곡, 소설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 활동을 꾸준히 해 오고 있다. 그동안 펴낸 희곡집으로 <잔인한 계절>, <우리 시대의 사랑>이 있고, 동극집으로 <말대꾸하면 안 돼요>가 있으며, 청소년 소설로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사라지지 않는 노래><철조망과 농구공 >이 있다.

대산재단과 문예진흥원 창작 기금을 받았으며, 대한민국문학상 신인상을 수상했다. 거창국제연극제 장막 공모에서 우수상을 받았고, 한국연극 100주년 기념 장막 공모에 당선했다. 13ㆍ14회 서울연극제와 문화예술위원회 창작 지원 공연, 한국연극 100주년 기념 공연 등 다수의 희곡 작품을 무대에 올렸다. 현재 광주대학교 문예창작과 교수로서 아동문학과 희곡을 가르치고 있다.

김국희는 숙명여대 산업공예학과와 동국대 대학원 연극학과 출신의 연출가로 <이런 노래> <엄마가 절대 하지 말랬어> <상대방의 자리> <적빈> <파리떼> <흐르지 않는 시간> <고도를 기다리며> 등을 연출한 미모의 연출가다.

이 연극은 1923년 일본 관동대지진 당시 재일거류 조선인을 살상한 사건을 다루고 있다.

1923년 9월 10일자 매일신보. 신문에는 '관동대지진 당시 조선인들이 폭동을 조장하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글로 전면을 다루고 있다. 1923년 도쿄 일원의 간토 지방은 지진으로 인하여 궤멸적인 피해를 입었고, 흉흉해진 민심 덕분에 일반인들 사이에 서로를 믿지 못하는 불신이 싹트는 가운데, 내무성은 계엄령을 선포하였고, 각 지역의 경찰서에 지역의 치안유지에 최선을 다할 것을 지시하였다.

그런데, 이때 내무성이 각 경찰서에 하달한 내용 중에 "재난을 틈타 이득을 취하려는 무리들이 있다. 조선인들이 방화와 폭탄에 의한 테러, 강도 등을 획책하고 있으니 주의하라"라는 내용이 있었다. 이 내용은 일부 신문에 보도되었고 보도내용에 의해 더욱더 내용이 과격해진 유언비어들이 신문에 다시 실림으로서 "조선인들이 폭도로 돌변해 우물에 독을 풀고 방화약탈을 하며 일본인들을 습격하고 있다"라는 헛소문이 각지에 나돌기 시작했다.

당시에는 지진으로 인하여 물 공급이 끊긴 상태였고, 목조 건물이 대부분인 일본의 특징 때문에 일본인들은 화재를 굉장히 두려워하였으므로, 이러한 소문은 진위여부를 떠나 일본 민간인들에게 조선인에 대한 강렬한 적개심을 유발하였다. 이에 곳곳에서 민간인들이 자경단을 조직해 불시검문을 하면서 조선인으로 확인되면 가차 없이 살해하는 범죄를 저지르기 시작하였다. 이들은 죽창이나 몽둥이, 일본도 등으로 무장하였고, 일부는 총|총기로 무장하기도 하였다.

우선 조선식 복장을 한 이는 바로 살해당하였으며, 학살 사실을 알고 신분을 숨기기 위해 일본식 복장을 한 조선인들을 식별해 내기 위해서 조선인에게 어려운 일본어 발음 한국어에 없는 어두유성음 및 종종 정확하게 발음되지 않는 장음 발음(撥音)등으로 이루어진) 「十五円五十銭」(じゅうごえんごじっせん)을 시켜보아 발음이 이상하면 바로 살해하였다. 이 때, 조선인뿐만 아니라, 중국인, 류큐 민족|류큐인, 외자 성을 강제당해 조선인으로 오인받은 [아마미 제도 출신, 지방에서 도쿄로 와 살고 있었던 지방의 일본인(특히 도호쿠 지방|도호쿠 출신)들도 발음상의 차이로 조선인으로 오인 받고 살해당하는 등, 자경단의 광기는 상상을 초월할 만큼 잔악했다.

1923년 간토 대지진의 조선인 학살일부 조선인들은 학살을 피해 경찰서 유치장으로까지 피신하였으나, 일부 지역에서는 경찰서 안까지 쳐들어와 끄집어내어 학살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경찰은 학살사실을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거나, 소극적으로 대응하였으며, 오히려 조선인을 조직원으로 받아들이고 있던 야쿠자 등 비공권력 범죄 집단의 일부가 조선인을 숨겨주는 일이 있었다. 조선인 학살과 더불어 사회주의자, 아나키스트, 인권운동가, 반정부 행위자 등으로 경찰에 요주인물로 등록되어 있던, 주로 좌파 계열의 운동가에 대한 학살 사건도 동시에 진행되었다.

치안 당국은 "조선인들이 폭동을 저지르려고 한다"는 소문이 헛소문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지만, 혼란 수습과 질서 회복의 명분하에 자경단의 난행을 수수방관하였고, 일부는 가담, 조장하기까지 하였다. 그러나, 점차 자경단의 만행이 도를 넘어서 공권력을 위협할 정도가 되어, 그제서야 개입하였으나, 이미 수많은 조선인들이 학살당한 후였다. 자경단의 살상 대상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았으며, 상당수는 암매장되었다. 학살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에는 도쿄에 흐르는 스미다 강과 아라카와 강은 시체의 피로 인해 핏빛으로 물들었다고 한다. 일본 정부는 최종적으로 유언비어를 공식확인하였으나, 피해자의 수를 축소 발표하고, 자경단 일부를 연행, 조사하였으나, 형식상의 조치에 불과하였으며, 기소된 사람들도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무죄 방면되었다. 학살 사건으로 인한 사법적 책임 또는 도의적 책임을 진 사람이나 기구는 전혀 없었다.

일본인 요시노 사쿠조는 그의 저서 <압박과 학살>에서 2534명으로, 김승학은 <한국독립운동사>에 피해자가 6066명이라고 적었지만, 그에 비해 당시 일본정부의 추산은 233명뿐이었다.

무대는 당시 조선인을 끝까지 보호해준 와타나베의 우동전문점이다. 정면에 일본가옥 겸 와타나베의 우동집이 있다. 오른편이 주방, 왼쪽이 마루 겸 안채로 들어가는 통로, 그리고 배경에 영상을 투사해 시대적 역사적 상황을 자막으로 소개하고, 눈이 내리는 모습 등의 일기변화를 나타낸다. 가옥 앞에 평상이 자리를 잡고, 무대 왼쪽에 뚜껑이 덥힌 커다란 우물이 있고, 두레박과 바가지가 올려놓은 게 보인다. 오른쪽에는 광이 있어, 광에 조선인들을 숨긴다.

연극이 시작되면 와타나베는 자신의 가게에서 밀가루 반죽을 하고 있다. 그는 선대로부터 6대째 우동 집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평소 우동을 사 먹으러 오는 사람이면 일본인이건 조선인이건 똑 같은 손님으로 대접한다. 일본으로 가족을 이끌고 현해탄을 건너와 노동을 하는 조선 사람들에게도 늘 친절하게 음식을 제공한다. 1923년 9월 초, 지진이 일어나고, 조선인을 집단 살상하는 일이 일어나자, 와타나베는 자신의 곡간에 어린아이까지 있는 조선인을 숨겨준다. 조선인 색출임무를 맡은 자경대원인 와타나베의 아들이 광에서 어린아이 울음소리가 나는 것을 듣고, 아버지에게 묻는다. 와타나베는 하는 수 없이 사실대로 이야기한다. 아들은 놀라며 조선인 가족을 내 쫓으려 하지만, 아버지는 단호한 어조로 아들을 설득한다. 그리고 누구에게도 이 사실을 알리지 말고, 자경대원 노릇이나 잘 하라고 밖으로 내보낸다. 그러나 아들은 아버지의 절친한 친구이자 경찰관인 이와사키에게 이 사실을 알린다. 이와사키가 급히 와타나베를 찾아와 조선인을 당장 내보내라며, 조선인이 지진을 틈타 방화와 약탈은 물론 강도질과 강간을 한다고 일러준다. 와타나베는 4년 전에 기미독립만세를 부르던 조선인이 무저항 비폭력 시위를 펼치던 일을 상기시키며, 타향 땅에서 고생고생하며 일하는 조선인이 과연 그런 방화와 약탈을 하고 우물에 독극물을 풀었겠느냐며, 만약 일본인이 조선 땅에 지진이 났다면, 조선에서 일본인이 그런 짓을 하겠느냐며, 천재지변으로 일어난 관동지방의 재난인데, 그 피해를 조선인에게 돌려 살상하는 행동을 자신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조선인을 집밖으로 내보내지 않겠다는 자신의 의지가 확고부동함을 밝힌다. 이화사키는 와타나베의 말에 절대 공감을 하고 두 사람은 함께 노래까지 부른 후 헤어진다.

자경대원들이 한밤에 들어 닥치기 직전 이와사키와 와타나베의 아들이 이 사실을 알린다. 와타나베는 조선인 가족과 광에서 태어난 갓난아이를 우물 속으로 피신시킨다. 사실 우동음식점에서는 우물 아끼기를 신주단지 모시듯 하고, 티끌 하나라도 우물 속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뚜껑까지 해 덮었기에, 여인 모습의 우물의 영령이 위패를 들고 우물과 우동 점 주위를 배회하며 이 집터를 보호하기에, 와타나베 자신으로서도 차마 행할 수 없는 노릇이었지만, 조선인 가족을 구하기 위해서는 부득이하게 내린 결단이라, 조선인 가족이 우물 속으로 숨는 모습을 이와사키 경찰관과 와타나베의 아들은 그저 놀라움으로 지켜볼 뿐이다.

와타나베는 대문에 아기가 태어났을 때 내거는 금줄을 매단다. 드디어 자경대원들이 횃불, 촛불을 켜들고 물밀듯 떼 지어 몰려와 금줄을 떼어 팽개치고, 와타나베의 집을 구석구석 뒤지기 시작한다. 조선인 가족을 찾지 못하자 자경단장이 우물 안을 들여다보라고 한다. 자경대원이 우물 뚜껑을 열어보려고 하자 와타나베의 부인이 나서서 신령한 우물에 촛농 한 방울이라도 떨어뜨려서는 아니 된다며, 며느리가 아기를 출산해, 대문에 쳐놓은 금줄을 제치고 들어온 것만으로도 용서할 수 없는데, 우리가 신성하게 모시는 우물을 건드리는 행위는 더 이상 용서가 안 된다며 고성을 지르며 실신하는 모습을 보이니, 자경단장은 하는 수 없이 철수를 명한다.

대단원에서 와타나베는 우물 속 조선인 가족을 건져낸다. 그리고 갓난아기를 높이 들어 안는다. 조선인 가장은 자신과 가족은 히로시마로 일자리를 구하러 가겠노라며, 와타나베에게 감사를 표한다.

잠시 후 친구인 이와사키 경찰관이 급히 나타나, 당국에서 조선인의 대한 학살금지조처가 내려졌음을 알린다. 와타나베의 모처럼 환한 얼굴이 태양처럼 밝아 보인다. 우물의 주위와 집 주위를 여느 때처럼 위패를 든 여인의 영령들이 촛불을 켜들고 거니는 모습에서 연극은 우레와 같은 갈채와 함께 끝이 난다.

기주봉이 와타나베로 출연해 일생일대의 명연으로 무대를 꽉 채운다. 정재진이 이와사키로 출연해 오타나베와 대비되는 성격창출과 호연으로 저력을 과시한다. 정아미가 와타나베의 부인으로 출연해 호연과 열연으로 기량을 발휘한다. 박상협이 와타나베의 아들 히데오로, 김현지가 며느리 미나코로 출연해 호연을 보여 관객의 갈채를 받는다. 현대철이 조선인 가장, 김지혜가 아내, 서청란이 누이동생, 박지민과 음서영이 아역으로 출연해 역시 호연으로 갈채를 받는다. 김태훈이 자경단 단장으로 호연을 보이고, 송태명, 백효성, 최진호, 김정현, 송은석, 이소금, 전민영, 정해동 등 자경대원들의 역할도 호연으로 갈채를 받는다. 김희경, 구재숙, 이지연, 노현주가 소복을 입은 여인 망령으로 출연해 깊은 인상을 남긴다.

무대미술 이경표, 조명 류백희, 음악 김동욱, 의상 김정향, 분장 최선, 사진 이지락, 조명오퍼 김대현, 음향오퍼 김경미, 조연출 김가희, 기획 이지현 조선진, 디자인 문소은 등 스텝의 열정과 노력이 드러나, 극단 76의 배봉기 작, 김국희 연출의 <물의 노래>를 서울연극제에 걸맞은 고수준, 고품격의 걸작 시대극으로 창출시켰다.

#문화뉴스 공연칼럼니스트 박정기(朴精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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