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뮤지컬 '복순이 할배'의 출연 배우들과 창작진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문화뉴스 MHN 양미르 기자] "'만석'과 '복순 할아버지'가 성격이나 성질이 아무래도 내가 썼다 보니 부산 냄새가 난다."

산전수전 다겪은 '복순 할배'가 사랑에 대해서만은 답답하기만 한 '태수'에게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전해 준다는 내용을 담은 뮤지컬 '복순이 할배'가 부산에서 서울로 올라왔다. '복순이 할배'는 괴짜 독거노인 '복순 할아버지' 집에 복지학과 실습생인 '태수'가 봉사활동을 가는 내용으로 출발한다. '태수'는 친구처럼 지내는 옛사랑 '지혜'의 마음을 돌리려 애쓰지만, '지혜'에게 사랑을 모른다는 이유로 거절당하고, '복순이 할아버지'에게 사랑의 의미에 대해 배우게 된다는 내용이다.

지난 5일부터 12월 31일까지 대학로 두레홀 4관에서 열리는 공연의 프레스콜이 11일 오후 열렸다. 프레스콜엔 손남목 프로듀서를 비롯해 박정우 작·연출, '복순 할아버지' 역의 김시권, 정평, '심지혜'·'강복순' 역의 안상은, 허은미, 김연준, '정만석'·'조태수' 역의 김이삭, 이태오 등 배우들이 참석했다. 프레스콜 이후 질의응답에 나온 이야기들을 살펴본다.

▲ 김연준(왼쪽), 정평(오른쪽)이 작품의 한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작품을 올리게 된 소감을 들려 달라.
ㄴ 박정우 : 지난해 대학로에서 3주 공연을 할 때, 부산에 있는 아트레볼루션 배우들로 구성해서 올라와 공연했다. 이 공연은 2012년에 제작되어 부산에서만 5년 정도 했고, 초청을 해주셔서 지난해에 대학로에 올라온 것이다. 올해는 대학로 출신 스타 배우들로 꾸며보자는 제의가 이어서, 연출하러 올라왔다. 아트레볼루션 멤버들은 몸집이 커져서 이제 부산에서 극단 체제로 가고 있다. 얼마 전까지 대학로에 올라와 무대, 조명 설치를 다하고 부산으로 내려갔다. 연출로 마무리를 다하고 있다.

아이돌 그룹 투아이즈 출신으로 이번 공연에 합류했다. 첫 뮤지컬 소감은?
ㄴ 김연준 : 작품 출연의 좋은 기회를 얻어서, 좋은 분들과 함께하고 있다. 연습과정에서 나이가 아무래도 제일 어리다 보니, 어려운 점이 매우 많았다. 연출님께서 우선 나이가 어리니, 어떤 것을 보완하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선배님들께서도 같이 연기적 안무가 방송과는 다르니 이것저것 도움을 많이 주셨다. 잘 흡수할 수 있었고, 학교에서만 뮤지컬을 배우다가 무대에서 해보니 달랐다. 좋은 작품을 좋은 무대와 함께해서 기분이 좋다.

▲ 김연준 배우가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김연준의 오디션 경쟁률은 어떻게 됐고, 캐스팅은 어떻게 됐는가?
ㄴ 손남목 : 본인은 모를 건데, 오디션 경쟁률은 40:1 정도 된다. 서류탈락이 200명 정도였다. 앙상블을 뽑는 대형 뮤지컬이 아니어서, 여자 배우 단 한 명만 무대에 서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다 보니 가창력, 이미지 등 어느 정도 까다로운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 검증이 되지 않았다면 모실 수 없었다. 오디션에서 힘겹게 살아남은 케이스다. 

부산에서 서울로 올라오면서 내용이 바뀌었나?
ㄴ 박정우 : 내용상에서 크게 보완된 부분은 없다. 유수의 작품이 초연 때 굉장히 재밌게 올려졌는데, 재연이나 삼연때 욕심을 내서 재각색하다 훼손된 부분이 많았다. 부산에서 많이 사랑해주신 상태 그대로 보여주고, 시대에 맞게 재치 있는 멘트만 넣었다. 부산에서 극단을 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대학로에서 활동을 왕성히 하는 경력 많은 배우와 함께하니 작업이 훨씬 수월했다. 원하던 것보다 양질의 작품이 연습과정에서 나와서 고무적이고 기분이 좋다.

'복순 할아버지' 배역 맡으신 배우분들이 사투리를 많이 어려워하신다. '복순이 할배'의 괴팍하고 불같은 성격, 괴짜다운 면은 '경상도 할배'의 정서를 잘 이해하고 있어야 나온다. '할배 배역'에게 꾸역꾸역 요구들만 낸 것이 아닌가 싶어서 배우들에게 죄송한데, 어찌 됐던 훌륭히 소화하고 있어서 괜찮아지고 있고, 나아질 것으로 생각한다.

▲ 안상은(왼쪽), 이태오(오른쪽)가 작품의 한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사투리 연기에 부담감이 없었는가?
ㄴ 이태오 : '만석' 역할의 사투리 때문에, 사실 정말 많은 부담을 가졌다. 사투리를 완벽하게 해내고 싶었는데, 그래서 도움을 받는 방법이 있다. 배우가 어떤 캐릭터를 맡으면, 누군가를 모티브로 삼아서 잡는다거나, 주변에 사투리를 잘 쓰는 사람한테 요청하는 경우가 있다. 다행히 연출님이 직접 사투리 쓰시고, 부산분이어서 도움을 받으면서 했다. 정작 연습한 건 한 달이 안 되는데, 짧은 시간에 공연할 수 있게끔 잡아주신 연출님이 계셔서 가능한 것으로 생각한다.

김이삭 : 부산 사투리는 써본 적이 한 번도 없어서 망설였다. 서울말만 써서 이걸 해낼 수 있을지 걱정을 많이 했는데, 태오 형 말한 대로 연출님 덕에 부산말을 많이 배웠다. 완벽하다고 말은 못 하겠다. 관객이 보시기에 "사투리 왜 저래"라는 반응을 듣는 것은 아니지 않나 싶어서 좀 더 나아지려 한다.

안상은 : 나는 세 가지 인물로 작품에 등장한다. 연출님과 연습하고 준비하면서 염두에 둔 것으로, 처음 장면에 나오는 동사무소 여직원, '심지혜', '강복순' 모두 차별화해서 보여주고 싶었다. 옷을 계속 갈아입지만, 같은 사람이 나와도 관객이 차이를 느낄 수 있게 캐릭터 성격을 연습하는 동안 강하게 집어넣었다. '조태수' 연기한 분들이랑 비슷한 것이 있다면, 허은미 배우가 부산 출신이다. 그래서 직접 들으면서 연습할 수 있게 됐다. 다들 자신감 있게 사투리를 연습한 것이 인상 깊다.

허은미 : 부산 작품이라 거칠지만 순박한 면도 있다. 단순하지만, 순수한 캐릭터가 많다. 이 작품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네이티브 분들이 있어서 많은 공부가 됐던 것 같다. "사투리가 어떻다"라기보단 작품의 목표를 관객이 보시기 때문에 잘 노력하겠다.

▲ 박정우 작·연출이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부산의 특색이 어느 정도 그려졌는지 궁금하다.
ㄴ 박정우 : 이 작품에서 부산이 직접 표현되진 않는다. 지자체에서 어떤 의뢰를 받아서 공연을 올린 적이 있는데, 가장 많이 부닥친 부분이 해운대가 나오면 해운대 시장, 온천 등 명소를 넣으라고 한다. 그러면 영화를 찍으라고 말한 적도 있다. 여기에서 올려도 전국에서 공감대가 될만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해서 올렸다.

다만,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은 부산 냄새가 난다. '만석'과 '복순 할아버지'가 성격이나 성질이 아무래도 내가 썼다 보니 부산 냄새가 난다. 지역색을 띄우기 위해서 스며든 것은 아니다. 혹시 보러오신다면 경상도, 부산 할배 같다고 느낄 수 있다.

작품의 의미를 설명하자면?
ㄴ 박정우 : 어려운 내용이 아니다. 사랑의 의미를 담으려 했다. 그래서 '경상도 할배'를 잡았다. 많은 경상도 출신 아버지나 남자의 특색인 것 같다. 마음에 있는 이야기를 잘 표현하지 못한다. 마음속에 수많은 질문이 있을 텐데, 나 또한 마찬가지다. 나도 애정의 말 한마디도 잘 못 한다. 서울 남배우 분들이 여배우한테 "아팠어, 괜찮았어"라고 자연스럽게 말하는데, 그 한마디를 왜 못하고 경상도에서 살까 하는 생각에 표현에 대해 인색한 삶을 돌아본다. 그러면서 사랑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게 이 공연의 핵심이다.

지금 내가 느끼고 가지고 있는 감정이 말로 전달되지 않으면 그건 그냥 내 마음에서 사라진다. 평생 가슴의 상처로 상대방에게 남겨질 것 같다. 그래서 표현하는 사랑을 보여주려 했다. (본인은 달라졌는가?) 나는 달라지지 않았다. (웃음) 아버지도 공연을 재밌게 봤지만, 달라지진 않았다. 변명인데 시즌1부터 시즌4까지 직접 '복순이 할배' 역할을 했다. 역할을 하다 보니 그 표현을 못 했다. (웃음)

▲ 손남목 프로듀서가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ㄴ 손남목 : 공연계 전체 분위기가 그다지 좋지 않다. 5월 9일, 대선 기점으로 공연을 볼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형성하는데 촉매제가 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그동안 탄핵 분위기에 사회적으로 어수선하고, 공연 쪽 관심도도 뒤처져있는 감이 없지 않아 있었다. 대학로 전반적으로 침체된 분위기가 있었다. 대선도 끝났고, '복순이 할배'는 초반 관객이 심하게 몰려들 거라고 기대를 하지 않았었다.

작품의 제목에서 주는 지명도가 다른 라이센스 공연에 비해 낮은 게 현실이고, 그걸 인정하고 있다. 소극장 공연이다 보니 입소문을 통해, 이 작품이 좋든 아니든 대본의 힘을 믿고 있고, 박정우 작가의 연출도 굳게 믿고 있다. 똘똘 뭉쳐서 소극장 뮤지컬에서 공감대를 주는 힘을 믿고, 언젠가는 관객이 와줄 거라 생각하고 있다. 현재 유명 뮤지컬에 비해 현격히 관객이 적은 것이 온 것이 사실이다. 배우들이 열심히 똘똘 뭉쳐서 하고 있다.

창작 뮤지컬이 힘드니까 "많이 도와주십시오"라고 말은 못 하겠다. 공연이 좋지 않다면 빨리 문을 닫을 것이고, 관객이 공감하고, 손뼉 치고, 구전되면 이 공연은 2018년, 2019년까지 계속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차기 공연을 열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대학로에 이런 공연이 많지 않았다. '빨래' 공연이 오랜 기간 사랑받고, 지금도 잘 되어 있는 것으로 안다. 저희가 이제 시작하는 신생아 뮤지컬이지만, 성공한 창작 뮤지컬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관심 계속 가져주시면 무럭무럭 커나가겠다.

mir@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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