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옥자' 기자회견

[문화뉴스 MHN 석재현 기자] [문화 生] '옥자' 봉준호 "'옥자' 제작 전권 받았다. 스필버그·스콜세지와 동급"…②에서 이어집니다.

봉준호 감독은 그동안 필름제작 영화를 강조하다가 디지털로 바꿨는데, 이 차이는 어떻게 보는지?
└ 봉준호 : 처음에 35mm 필름으로 찍고 싶었으나, 국내 필름 현상소가 모두 문을 닫았다. 국내에서 2시간 30분으로 작업할 구 있는 상황이 아니었고, 전 세계에서도 LA에 하나 남아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어떻게 할 것인가 고민하다가 디지털로 하되, 필름 같은 카메라를 사용했다. '옥자'에서 ALEXA 65라는 디지털 버전의 70mm 카메라를 도입했는데, 이 카메라가 '레버넌트'의 일부 촬영 때에도 쓰였다. '옥자'가 이 카메라로 찍는 3, 4번째일 것이다. 디지털인데도 디지털을 뛰어넘어 필름과 맞먹는 새로운 카메라이기에 이를 돌파구로 삼았다. 국내에서 더이상 필름현상 할 수 없게 된 게 아쉽다.

'옥자'가 '스미스 워싱턴에 가다'와 비슷하다고 꼽은 적이 있는데, 그 이유는?
└ 봉준호 : '미자'와 그녀의 소울메이트 '옥자'의 이야기가 강원도 산골에서 시작해 뉴욕 맨허튼에서 끝난다. 가난한 산 속의 시골아이가 자본주의 심장인 뉴욕 맨허튼의 월가까지 가는 과정인데, 우리끼리는 '스미스 워싱턴에 가다', 혹은 '반지의 제왕' 같다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여정을 다루는 건 사실이고, 무대가 많이 다르기에 한‧미 수많은 프로듀서들이 합쳤던 이유였다.

▲ ⓒ 사진제공 넷플릭스

'옥자'에 출연한 틸다 스윈튼과 제이크 질렌할을 어떻게 섭외했는지?
└ 봉준호 : 틸다 스윈튼은 '설국열차' 때부터 친해졌다. '설국열차' 국내 개봉 시사 프로모션으로 그녀가 한국에 왔을 때, 차기작을 자연스럽게 이야기하던 와중 내가 그린 '옥자' 그림을 보여주며 이런 영화를 한다고 알려줬더니 틸다가 큰 관심을 보였다. 틸다는 집에 개 5마리, 닭 10마리를 키울 정도로 동물을 사랑하고, 그래서 '옥자'에 관심을 가졌던 것 같다.

한마디 덧붙이면, 틸다 스윈튼은 이번에 나와 같이 준비해왔다. 그래서 그의 이름이 주연배우 이외에도 공동 제작자에도 올라가있다. 여러 면에서 깊게 참여했고, 아이디어를 함께 나눴다. 창작의 동반자 같은 존재였다.

제이크 질렌할은 2007년에 처음 만나 오고가며 종종 대화를 나누며 친하게 지냈다. 그에게도 '옥자'의 컨셉 아트를 보여주었다. 틸다에게 보여준 것과 달리 전문가의 손을 거친 그림을 보여주었는데, 거기서 제이크가 크게 관심을 보여 순조롭게 캐스팅 할 수 있었다.

▲ ⓒ 사진제공 넷플릭스

내일 칸으로 출발한다는데, 처음 경쟁부분 제출했을 때 소감은?
└ 봉준호 : 선정되니까 흥분되는데, 왠지 경쟁해야할 것 같은 부담도 있다. 사실 영화만으로 어떻게 경쟁을 하겠나. (웃음) 저마다 아름다움이 있고, 심사위원들은 좀 더 아름다움을 축복해주고 싶은 영화에 자신의 표를 던질 것이다. (웃음) '옥자'가 경마장을 질주하는 말처럼 경쟁의 레이스를 펼치기 보단, 많은 사람들에게 뜨거운 관심을 받아, 뜨거운 순간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

현재 칸에는 홍상수 감독의 신작 '클레어의 카메라'도 초청되어 경쟁하게 되었는데 소감은?
└ 봉준호 : 개인적으로 홍 감독님 오랜 팬이고, 그 분의 작품을 다 수집해왔다. 최근에 작품을 만드는 데 엄청난 속도를 내고 계셔 따라잡기 힘들다. 그 분의 창작 에너지가 부럽고, 그 분의 신작을 보고 싶다.

이번 칸 국제영화제에 봉준호 감독과 친한 박찬욱 감독이 심사위원이 선정되었는데, '옥자'에 대해 특별히 남긴 말이 있는지?
└ 봉준호 : 흔히 '팔이 안으로 굽는다' 이런 표현을 많이 하는데, 사실 그 분은 워낙 공명정대하고, 자신의 취향이 워낙 섬세하고 확고하시기에 본인 소신대로 심사하실 것이다. (웃음)

영화제 심사과정을 나도 심사위원을 해봤기에 잘 아는데, 전 세계에서 가장 섬세하고 예민하다고 소문난 사람들이 보기 때문에 누가 선동하더라도 어느 쪽에 쏠리지 않을 것이다. 여의도 국회 같은 곳이 아니다. (웃음)

섬세하고 예민하며 순진무구한 사람들이 영화 보고 밤새 토론한다. 박 감독님도 심사위원으로서 재밌게 즐기셨으면 좋다. '옥자'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관객들에게 즐겁게 볼 수 있는 2시간이 될 것이다.

넷플릭스에 올라온 작품들 중에 재밌게 본 것은?
└ 봉준호 : TV시리즈를 볼 시간이 없어 주로 영화 위주로 보는데, 최근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영화가 다 올라와있어 집에서 시청했다. 그리고 아끼는 후배 중 한 명인 박정범 감독의 '산다'를 봤다. 개봉시기를 놓쳐 극장에서 못봐서 아쉬웠는데, 넷플릭스를 통해 봤다. 넷플릭스의 또다른 장점은 인디나 다큐영화를 볼 수 있다. 그리고 '테라'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한 편 봤다.

▲ ⓒ 사진제공 넷플릭스

플랜B의 제작자로도 알려져 있는 브래드 피트 또한 '옥자'를 보았는지?

└ 제레미 클라이너 : 브래드 또한 몇 주 전에 '옥자'를 봤고, 굉장히 좋아했다. 그는 대본도 읽어보았고, 촬영현장에도 방문했다. 봉준호 감독을 굉장히 좋아한다. 브래드는 봉 감독의 이전 작인 '설국열차'를 본 적도 있다.

우리는 흔히 '유니콘'이라고 표현하는데, '유니콘'은 '독창적이고 오리지널하다'는 말을 의미한다. 또한, 한 아티스트의 목소리를 그대로 반영하려고 하며, 브래드 또한 추구하는 바가 같다. '옥자'도 '유니콘' 같다고 할 수있다.

봉준호 : 뉴욕에서 촬영할 때, 브래드 피트가 한 번 촬영장에 찾아온 적이 있었다. 실제로 본 건 처음이었는데, 자상하고, 쉰을 넘은 나이임에도 여전히 날카로운 턱선을 가지고 있었다. (웃음)

관객들이 '옥자'를 어떻게 봐주었으면 하는가?
└ 봉준호 : 이 영화를 보면 즐길 수 있는 방법이 다양하다. 칸에서는 '옥자'를 이걸 정치적인 요소가 반영되었다고 평가했는데, 그렇게 볼 수도 있다. 정치적 풍자도 있고, 세상 이야기도 있다. 하지만 나에게 '옥자'란 최초의 사랑이야기인데 소녀와 동물의 사랑이야기다. 한국에 반려동물 키우시는 분들이 천 만 명 넘는 걸로 아는데, 그분들이 모두 보셨으면 좋겠다. (웃음)

사람마다 동물을 보는 관점이 있다. 어떤 이는 붙잡고 이야기하는 친구로, 혹자는 식사로 소고기나 돼지고기 먹듯이 먹을 것으로 여길 것이다. 이게 우리의 일상인데 '옥자'는 우리가 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테드 사란도스 : 애완동물들도 넷플릭스를 통해 '옥자'를 볼 수 있다. (웃음)

▲ '옥자' 봉준호 감독과 테드 사란도스 넷플릭스 콘텐츠 최고 책임자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1시간 넘는 질의응답이 끝나면서 봉준호 감독과 테드 사란도스 콘텐츠 최고 책임자, 제레미 클라이너 프로듀서가 마지막 한마디를 남기기도 했다.

봉준호 감독은 "아직 영화 공개를 앞둔 시점이다 보니 영화 배급방식이나 영화제 관한 이슈들만 많이 이야기하고 있다"며, "빨리 영화가 공개되어 영화 내용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싶다. 폭발적인 반응이 나올 것 같다"며 관객들과의 소통을 기대하고 있다.

테드 사란도스는 "넷플릭스 사상 처음으로 경쟁부분에 올랐고, 봉준호 감독과 함께 해서 영광이다"고 말했다. 이어 "6주 후에 전 세계에 개봉되는데, 영화 배급하는 방식에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어떤 방식으로도 볼 수 있기에 잘 감상해주었으면 좋겠다"며 덧붙였다.

제레미 클라이너는 "먼저 봉 감독을 비롯해 모든 제작 파트너에게 감사하다"고 감사함을 다시 한 번 전했다. 이어 "'옥자' 때문에 거의 한국에 살다시피 지내면서 여러 지역을 다녔다"고 한국에 대해 인상적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한 제레미는 "'옥자'는 정말 독창적인 영화여서, 특정한 카테고리로 분류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것이 이 영화가 가지는 강점이다"고 어필했다.

▲ 서우식·김태완·최두호 프로듀서, 봉준호 감독, 테드 사란도스 넷플릭스 콘텐츠 최고 책임자, 제레미 클라이너 플랜B 프로듀서, 그리고 김우택 NEW 대표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왼쪽부터).

한편, 옥자는 강원도 산골소녀 '미자(안서현)'이 자신의 친구이자 가족인 '옥자'가 글로벌 기업 '미란도'에게 끌려가 무작정 구하러가는 위험천만한 여정을 그린 영화로, 오는 6월 29일에 극장과 넷플릭스에서 동시 개봉할 예정이다.

syrano@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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