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희 정승 같은 한 자아를 지켜본 후의 단상

[문화가 있는 날·예술이 있는 삶을 빛냅니다…문화뉴스]

▶ (수퍼 에고) - 에고 - 이드의 관계

이 작품에서 지속적으로 드러나는 것, 그리고 가장 재미있는 것은 이드적인 본능과 그것을 억누르려는 수퍼 에고, 그리고 그 가운데에서 고민하는 에고의 모습이다. 예컨대 작가지망생 귀신 - 대학생 귀신 간의 흥신소 이름 정하기는 가장 흥미로운 장면 중 하나다. 흥신소를 차릴지 여부를 고민하는 주인공을 사이에 두고 대학생 귀신은 남성-명문대-명문학과-깔끔한 외모를 갖추고 비상식적 행동을 제지하는 반면, 작가지망생 귀신은 여성(프로이트적으로 볼 때 결핍된)-성인만화작가 지망생-트레이닝복 차림의 요소를 가진 채 본능적이고 원색적인 이야기를 한다. 표면의 에고로서 주인공은 수퍼 에고(남자 귀신) - 이드(여자 귀신) 사이에서 균형을 잡고 결정을 내려야 함. 그러나 초기의 주인공, 즉 불안정한 에고는 어떠한 행동도 취하지 않고 싸움을 방관하거나 비판 없이 수용할 뿐이며, 때때로 이드에 더 이끌리는 모습을 보인다.

다음에 나타난 영혼들 대부분은 다양한 이드의 모습을 상징한다. 창작욕(랩퍼 귀신) - 색욕(아랍인 귀신) - 권력욕(정치인 귀신) 등은 거의 대개 리비도가 발현되는 대표적인 예시이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복수를 원하던 귀신으로, 해당 귀신은 유아적인 옷차림을 하고 유아기적인(참을 수 없는, 본능적인, 특정 방향으로 발현되지 않고 혼성된) 복수에 대한 욕구를 드러낸다. 과거 놀림을 받은 이유(배변 문제)까지 종합하여 볼 때 이것은 일종의 배변기의 훈련 부족으로, 성장하지 못하고 유아기에 머무는 (굉장히 불안정한) 이드의 형태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주인공이 해당 귀신의 빙의에 실패하는 것은 결국 주인공은 이러한 유아기적 행태를 벗어나 어느 정도는 성장해 있음을 암시하며, 이는 앞으로 다가올 극의 결말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다는 의미이기도 할 것이다.

   
 

이 연극에서 또 주목해야 하는 것은 조명이다. 조명이 종종 붉은색과 푸른색으로 나뉘거나 대립될 때가 있었는데 특히 붉은색은 이드의 측면이라고 보인다. 헌책방 주인에 대한 주인공의 다소 성적인, 상대가 나를 유혹한다고 생각하는 환상이나 조폭 귀신과 다방 레지의 다소 즉흥적인 관계 등이 그것이다. 이에 반해 푸른색은 정상적인 에고를 형성한, 그리고 대개 생존한(따라서 사회생활을 하려면 이드를 조절하고 달래야 하는) 사람의 추억 회상 장면이다. 마지막으로 흰색은 중립적인 색으로 평범한 극의 진행, 현실 세계, 혹은 생존자와 망자가 공유하는 장면이다.

▶ 그리고 에로스와 타나토스에 대해

죽은 자와 산 자의 연관성은 마치 타나토스에 대한 프로이트의 결론을 나타내는 듯하다. 에로스(조악하게 표현하자면 생에 대한 욕구)는 곧 타나토스(죽음에 대한 욕구)와 상반되면서도, 동시에 프로이트의 결론에 따르면 타나토스와 일맥상통하는 에너지가 반대 방향으로 발현되는 것이다. 이 말을 문자 그대로 표현이라도 하듯 작품 전반에 걸쳐 죽음과 삶, 혹은 사랑은 연결된다. 산 자를 잊지 못해 머무는 죽은 자나 죽은 자를 그리워하는 산 자, 그리고 둘이 공동으로 존재하는 무대 위 공간처럼.

타나토스는 물론 복상사처럼 협의의 ‘사랑’ 혹은 ‘성적 욕구’에 직접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페르세포네 우화에서 그녀가 지옥과 지상을 오가는 것이 계절의 순환을 의미하듯 타나토스는 일종의 상징물이다. 타나토스가 (태초의 무의 상태를 만들기 위해) 해체를 향해 작용하는 욕구라면 에로스는 반대로 타나토스로부터 벗어나 결합을 향해 움직이는 욕구이며, 동시에 (역시 조악하게 표현하자면) 타나토스가 저 방향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에로스는 이 방향으로 작동하며 문명을 건설한다. 이 연극에서도 이러한 관계는 죽은 자들이 산 자를 사랑한 끝에 죽음을 받아들이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본 후, 주인공의 자아가 한층 성장하는 데에서 나타난다 할 것이다.

   
 

▶ 한 편의 성장 서사시

결말부에서 주인공은 공시생 생활, 즉 수퍼 에고에 구속되었던 삶을 청산하고 내면의 이드(와 비슷한 작가지망생 이드)와 화해하여 흥신소를 계속하는 모습을 보인다. 헌책방 주인은 결국 옛 연애를 극복하고, 헌책방(과거의 상처) 문을 닫고 여행을 떠난다. 경비는 아내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일상으로 돌아간다. 또한, 이 과정에서 다른 귀신들과 달리 대학생 귀신, 부인 귀신 등은 한을 풀고 성불(?)한다. 이들을 통해 볼 때 몇몇 귀신들이 보여주었던 유아기적 전지전능에 대한 환상을 극복하는 것, 혹은 에고의 진정한 성장은 상처를 받고 나아가 이를 극복하는 데에서 비롯되며, 이드와의 화해를 수반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는 실제 아동이 분리 및 개별화를 통해 청소년 및 성인으로 성장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 종합적인 감상: 무난한 대학로 연극

상당히 흥미롭게 본 연극으로, 대학로 연극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추천할 만하다. 다른 것보다 재밌었다는 말부터 해야 할 것 같음. 상당히 즐겁게 웃으며 즐기고, 적당한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다만, 개인적으로 내용 자체에서 신선함을 느끼기는 힘들었던 것 같기도 하다.

한 가지 불만이었던 점은 주인공이 귀신을 보면서 무엇을 느끼는지가 전혀 강조되지 않다가 후반부에 갑작스럽게 중요한 장면에서 중요한 요소로 등장한다는 점이다. 동시에 이것만으로 혹평을 하기에는 러닝타임 1시간 40분으로 요소 하나하나를 담아내기에는 벅차다는 점도 감안해야 할 것이다.

#문화뉴스 아띠에터 이호양

 

주요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