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서정준 기자] [문화 人] 나윤선 인터뷰 ① "재즈는 소통"에서 이어집니다.

이제 앨범 이야기를 좀 해보자. '재즈'에 대해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인식과 달리 다양한 장르의 느낌이 담겨있다. 이번 앨범의 주제가 뭘지, 어떻게 작업했는지 듣고 싶다.

ㄴ 제가 재즈에 관한 어떤 지식도 없이 미국도 아닌 프랑스에 유학을 갔다. 다들 의아했지만, 제가 샹송도 좋아하고 프랑스 파리에 유럽 최초의 재즈 학교가 있다고 들어서 두 가지를 모두 배울 수 있겠다 싶었다.

처음부터 재즈를 하려던 건 아니었다. 음악하는 친구에게 물어봤더니 재즈를 배우라더라. 모든 대중 음악의 원조니까 그걸 배우면 다른 것도 다 할 수 있다고 해서 그런 게 있구나 하고 프랑스로 떠났다.

우리가 수업 때 듣는 건 엘라 피츠제럴드, 빌리 할러데이다. 그런데 제 목소리는 그들 같지 않았다. 스윙 감각도 없었고. 그래서 처음엔 그들 흉내를 내야겠다고 생각했다. 제가 미국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발음 하나, 리듬 하나, 어디서 끊고 어디서 이어 부르는지 흉내를 내보려고 했다. 정말 악보에 숨 쉬는 것 하나까지 적으면서 공부했는데 노래 부르면 안 똑 같은 거다(웃음).

그래서 이건 제 정서가 아니구나 싶었다. 제가 어렸을 때 부모님 덕분에 클래식, 뮤지컬 노래도 많이 들었지만, 제 정서는 한국 정서다 싶었다. 어릴 적에 좋아하던 음악은 김현식, 해바라기, 시인과 촌장, 유재하, 김민기 이런 분들이었다. 그 정서를 가지고 스윙 감각을 가진다는 게 어려웠다.

그래서 제가 1년만에 학교를 그만두고 들어오려고 했는데 선생님이 유럽 재즈 싱어들의 음반을 들려주며 이들도 이렇게 다른 목소리를 가지고 있는데 자기의 재즈를 하고 있다. 그러니 너도 할 수 있다고 하셨다. 그래서 제가 들어보니까 재즈가 아닌 거다(웃음). 그런데 물어보면 재즈 맞다고 하더라. 나중에 보니까 다 재즈였다. 참 넓은 음악이란 생각이 들었다.

만일 정통 미국 재즈 뮤지션들이 보면 유러피안 싱어나 저는 재즈 같이 들리지 않을 수도 있지만, 또 미국 재즈 뮤지션과 유럽 재즈 뮤지션이 같이 작업한 음반을 들어 보면 미국 재즈가 아니다. 원래 이렇게 할 수 있다는 걸 깨달으면서 저도 제 재즈를 하게 됐고 그게 유럽에서 관심을 받게 된 것 같다.

제가 'Same Girl'이란 음반은 프랑스나 독일 재즈 차트에서 오랫동안 1위를 했었다. 제가 미국의 유명한 정통 재즈 싱어도 아닌데 어째서일까 했는데 나중에 들려준 이야기가 제 음악을 다르다. 새롭다고 하더라. 그래서 재즈는 늘 새로운 것에 관심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 나윤선의 'Same Girl' 앨범에 수록된 'My Favorite Things', 'Uncertain weather' 등을 불렀던 네이버 음악감상회 '당신이 몰랐던 진짜 한류, 나윤선' 영상

지금까진 제가 계속 유럽 뮤지션들과 작업을 했는데 미국 뮤지션과 작업을 하고 싶더라. 그래서 뉴욕을 가서 제이미 사프트란 프로듀서 겸 건반하는 친구를 만났다. 만난 과정도 처음엔 같이 작업하자고 이메일을 보냈다. 그랬는데 그 친구도 절 모르니까 영상을 찾아봤는지 보컬 레인지가 엄청나다며 한번 해보자고 이야기가 됐다.

그래서 비행기 표를 사서 그 친구네 집으로 갔는데 완전히 시골이더라. 밤이면 곰 나오고 그런 시골(웃음). 거기서 아이 셋과 아내와 함께 사는 친구였다. 거기서 3주 정도 이야기만 하다가 녹음을 해볼까 해서 곡을 정한 뒤 뉴욕에 있는 스튜디오를 잡았다. 녹음하는 날 다른 뮤지션들을 처음 만나서 2일 동안 녹음하고 끝냈다. 특별한 것은 아니고 재즈는 보통 한번에 녹음한다.

그동안 유럽에서 많이 있었지만, 미국 진출은 아니다. 재즈는 국경이 없으니까. 이전에도 뉴욕 공연도 해왔었고 제가 아이돌처럼 지금 미국 진출할 상황은 아니다.

그냥 새로운 뮤지션과 작업하고 싶었고 그게 어쩌다 보니 미국 뮤지션이 된 거다. 또 새로운 음악적인 시도를 했다. 그렇다고 완전히 새롭고 그런 건 아니다. 그런 새로움은 음악계에 거의 없다. 여러 가지 해보는 중의 한 가지라고 봐주시면 좋겠다.

4년만에 앨범이 나와서 오래 준비했다고들 생각하시는데 그런 건 아니고 그동안 음악도 많이 듣고 뉴욕 가서 3개월 정도 아무 일도 안하고 공연만 보러 다니고 그러기도 했다. 스팅, 피터 가브리엘, 건즈앤로지스, 드레이크도 보러 가고 재즈 클럽도 다니고. 남들은 음악을 어떻게 하나 보면서 많은 공부도 됐다.

미국 뮤지션들과 작업해보니까 그들은 재즈가 자기 음악이니까 늘 준비돼있고 뭔가 쉽게 한다. 워낙 열심히 해왔던 분들이니 어떤 순간에서도 가능하더라. 처음 만났는데도 사인 하나 없이 해도 아무 문제 없고. 그게 재즈라는 음악이기에 가능한 것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일정한 코드만 있으면 그 안에서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는 음악.

▲ ⓒSeung Yull Nah

요즘 예술인들의 생계 문제가 큰 이슈다. 예술을 노동으로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가 아직도 팽배하다. 마침 프랑스에서는 예술가를 위한 실업 급여 시스템이 있다던데 그런 유럽의 시스템을 보면 부러울 수도 있겠다.

ㄴ 프랑스도 그 시스템이 참 재밌는 게 어떻게 적용되는 거냐면 뮤지션이 직업이 아니다. 그래서 나라에서 보험 처리 같은 걸 해주는 거다. 뮤지션은 직업이 아닌데 뭘 먹고 살겠니. 이런 느낌이다.

'앵테르미탕'이라고 하는데 1년에 몇 번 이상 공연으로 돈도 벌고 세금도 내면서 예술 관련 분야에 종사한다는 게 인정되면 공연을 한 날 외의 나머지에 대한 실업 급여를 주는 개념이다. 한 가정에 예술가가 셋이 있으면 셋 다 받기도 하고, 공연을 많이 할수록 더 받기도 해서 일이 없는 사람을 더 도와줘야 한다는 식의 이야기도 있고, 이것도 빈익빈 부익부라서 프랑스 내에서도 말이 많다. 모든 시스템에는 장단점이 있다.

하지만 적어도 그 사람들을 국가가 책임진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는 건 굉장하다고 생각한다. 북유럽의 경우에는 나라가 돈이 많지 않나. 그래서 직접 예술가에게 돈을 주진 않지만, 해외에 나가서 공연한다면 비행기 티켓부터 각종 경비를 서포트해준다. 그래서 그들은 공연할 기회가 더 많다.

반면 미국처럼 우리나라와 똑같은 나라도 있다. 단순히 어느 쪽이 더 좋다고 명확히 하긴 어려운 것 같다. 어디까지 예술일까. 일을 하나도 안 하면서 작가나 예술가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누가 판단할 수 있을지 그런 문제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모델로 삼아야 할 게 무엇일지 참 복잡하다. 프랑스에선 덕분에 데모가 참 많다(웃음).

그래도 모든 인간이 만족하는 제도는 없지만, 우리나라도 새 정부가 출범했으니까 긍정적인 변화를 바라는 건 있다. 꼭 예술가를 책임져야 한다는 건 아니다. 우리도 각자 최선을 다하는 가운데 나라에서도 문화예술인들 역시 똑같은 국민의 한 사람임을 인지하고 어느 정도 생각해주셨으면 좋겠다.

문화예술은 먹는 것만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돈 보다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한다. 해외에선 그게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끊임없이 가르치고 강조한다. 우리는 아직 그에 부족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 거라고 믿는다.

▲ ⓒSeung Yull Nah

다음은 가벼운 주제로 넘어가보겠다. 세계적인 재즈 보컬리스트라는 수식어에 가려져 인간적인 면모가 알려지지 않은 것 같다. 좋아하는 음식, 취미가 뭔지. 궁금하다.

ㄴ 저는 김치에 미쳐 있다(웃음). 밥도 없이 먹을 수 있다. 물만큼 좋아한다. 그렇다고 음식을 가려먹는 건 아니기에 외국에서도 힘들진 않다. 그래도 가장 좋아하는 건 김치와 순대다.

취미는 청소다. 정리하는 걸 좋아한다. 전 가방 하나가 제 인생이다. 1년 열두 달을 매일 돌아다니니까 짐 풀고 할 새 없이 가방 하나만 딱 들고 다닌다. 그래서 전 뭔가 짐이 없다. 가방 하나로도 몇 년을 살 수 있다는 걸 알기 때문에 많은 걸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저 가끔씩 집에 오면 가진 걸 꺼내서 청소하고 정리하고, 설거지하고 그런 게 취미다. 어디 호텔방이나 분장실을 써도 다 청소를 하고 나온다. 처음에는 한국인으로서 나쁜 소리를 듣기 싫어서 그랬다. 한국인이 처음 가는 극장인데 더럽게 하고 나오면 안될 것 같아서 같이 연주하는 뮤지션들 방까지 치워주고 그랬다.

나중엔 다들 절 도와서 같이 치우고 나오곤 했다. 청소하는 사람 따로 어지르는 사람 따로 있는 것보다는 서로 좋지 않나. 물론 저도 평소엔 엄청 어지르는 편이지만, 한 번에 정리하고 그런 걸 좋아한다(웃음).

▲ ⓒSeung Yull Nah

마지막으로 이 인터뷰를 보는 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ㄴ 세계의 여러 뮤지션을 만나면서 가장 많이 배우는 건 긍정의 힘이다. 굉장히 긍정적이고 오늘을 열심히 살고, 내일이 더 나아질 거란 것을 늘 염두에 두고 있다면 안 좋아질 일이 없을 것 같다. 전 세계를 돌아다녀 보면 지금 모두 살기 힘들어한다. 아무리 잘 사는 나라의 사람이어도 그렇다. 다 잘될 거란 것을 믿으시면 좋겠다. 그렇게 믿는 힘이 얼마나 긍정적인 일을 만들고 이뤄내는지, 저도 제 주변 사람들도 20년 동안 봐왔다. 이번에도 우리나라 국민들이 잘될 거라고 믿었기에 이런 결과가 나온 거라고 생각한다. 다 잘 될 거다.

사진 제공 = ⓒSeung Yull Na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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