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하윤, 새[鳥] 여인, 2017, 가상현실 설치 ⓒ 국립현대미술관

[문화뉴스 MHN 김민경 기자] 국립현대미술관(관장 바르토메우 마리)이 10월 9일까지 '불확정성의 원리 The Principle of Uncertainty' 展을 서울관에서 개최한다.

'불확정성의 원리' 전은 하이젠베르크의 양자물리학 이론인 '불확정성원리'에 착안해, '하나를 측정하는 동안 다른 하나가 변화하기 때문에 무엇인가를 정확하게 측정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국립현대미술관 측은 "모든 작품이 현재 진행형"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이번 전시의 특징에 관해 "작품이 완료되었다는 시점이 불확실하다"라고 덧붙였다.

▲ 재커리 폼 왈트, 파노라마와 법인 ⓒ 국립현대미술관

참여 작가들은 역사적 사실과 자신의 기억, 그리고 작품을 만드는 행위에 대해 본질적인 의문을 던지고, 이를 끊임없이 고민하고 분석해가는 과정을 전시에서 보여준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4인의 작가, 왈리드 라드(Walid Raad), 호 추 니엔(Ho Tzu Nyen), 권하윤(Kwon Hayoun), 재커리 폼왈트(Zachary Formwalt)는 현재 세계적으로 가장 급부상하고 있는 현대미술 작가들이다. 이들은 각자의 기억과 재료들을 재가공하면서 작업의 과정에서 거쳐 가는 불확실한 세계의 이면을 드러낸다.

▲ 호 추 니엔, 더 네임리스(The Nameless), 2015, 2채널 영상설치, 컬러, 사운드, 21‘07’‘ ⓒ 국립현대미술관

 '호 추 니엔'은 동남아시아 출신의 대표적인 미디어 작가로서 2011년 베니스 비엔날레 싱가포르관 단독 작가였다. 그는 동남아시아의 식민지 시대, 종교 등의 역사적 혹은 철학적인 주제를 기반으로 그 내면의 모순과 모호함을 탐구하는 영상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신작은 2011년부터 지속해왔던 '동남아시아 비평 사전 (The Critical Dictionary of Southeast Asia)' 시리즈이며 동남아시아는 무언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호 추 니엔 작가는 "계속 업데이트를 해서 매일 다른 작품 구성을 볼 수 있다"라고 자신의 작품에 관해 설명했다.

'왈리드 라드'는 레바논 출신의 미디어 작가로 레바논 내전의 복잡하고 불확실한 역사적 실상을 허구적 서사와 아카이브로 담아내는 진행형 프로젝트로 주목받고 있다. 그는 "아랍권에 미술관을 포함한 많은 건물이 세워지는데, 이것은 레바논, 시리아 등 전쟁이 자주 일어나는 것과 동시에 일어나고 있다"라면서 "아랍의 문화나 예술이 이러한 전쟁으로부터 어떤 영향을 받는지 신기했다"라고 작품의 계기를 밝혔다. 그는 수장고에 남겨졌을 법한 액자의 뒷면을 전시장 벽면에 걸어 놓음으로써 무엇이 예술이 될 수 있는가를 생각해 볼 수 있는 신작을 완성했다.

▲ 왈라드 라드, 아홉 번째 판에 부치는 서문_마르완 카삽-바시(Marwan Kassab-Bachi, 1934-2016), 2017, 혼합재료, 가변설치, 왈리드 라드, 스파이어 제믈러 갤러리 소장 ⓒ 국립현대미술관

'권하윤'은 프랑스와 영국을 오가며 활동 하는 떠오르는 신예이다. 현대미술 잡지 아트리뷰(Art Review)가 2017년 미래에 주목할 만한 작가 12명(『Future Greats』) 중 한 명으로 선정한 작가이다. 그는 개인 또는 집단적 기억의 개념에 의문을 던지며 리얼리티와 픽션 사이의 관계를 탐구하는 가상현실(VR) 설치작품을 선보인다. 또한 가상현실이 현대미술의 예술적 맥락으로 작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미학적 담론을 제기한다.

'재커리 폼왈트'는 미국 출신의 미디어 작가로서 네덜란드를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사진가 에드워드 마이브리지(Eadweard Muybridge)가 남긴 샌프란시스코 풍경사진(파노라마)의 제작시기가 세계 최초의 '법인'이 탄생한 시기와 같음에 주목하고, 이를 분석하여 자본주의 경제 체제가 형성되는 과정의 숨겨진 이야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 권하윤 작가 ⓒ 국립현대미술관

참여 작가들의 신작 외에도 그들의 주요 영상작업들이 전시와 연계하여 오는 7월부터 서울관 MMCA필름앤비디오에서 특별 상영된다. 왈리드 라드의 '우리는 비를 내리게 할 수 있지만 아무도 요구하지 않았다 (We Can Make Rain But No One Came to Ask)'(2006), 호 추 니엔의 칸 영화제 감독주간 선정작 '여기 어딘가에(Here)' (2009), 권하윤의 2017년 MoMA Doc Fortnight 상영작 '489년', 재커리 폼왈트의 '이미지의 자본론 (In Place of Capital)'(2009) 등 총 15편이 관람객을 만난다. 연계 상영과 더불어 작가들이 참여하는 아티스트 토크, 강연 등 공공프로그램들이 전시 동안 계속된다.

▲ 호 추 니엔, 더 네임(The Name), 2015, 7권의 책, 싱글 채널 영상설치, 컬러, 사운드, 15‘51’‘ ⓒ 국립현대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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