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의와 놀이 KOTTI 극단 집현의 김태수 작 이상희 연출의 미스터 옹을 찾아라!

[글] 문화뉴스 박정기 (한국희곡창작워크숍 대표)pjg5134@mhns.co.kr
한국을 대표하는 관록의 공연평론가이자 극작가·연출가.

[문화뉴스 MHN 박정기] 김태수는 대전출생으로 동국대학교 연극영화학과, 중앙대학교 신문방송학 대학원 PR광고학과 출신의 극작가로 한국희곡작가협회 이사장을 역임하고 현재 서울예술실용전문학교 교강사이다. 대전일보 신춘문예에서 희곡 '파멸'이 당선되면서 극작가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대표작으로는 <베아트리체는 순수의 시대로 떠났다> <옥수동에 서면 압구정동이 보인다.> <땅 끝에 서면 바다가 보인다.> <칼맨> <홍어> 그 외의 다수 작품을 발표 공연했다. 최근 공연된 작품으로는 2012 연극 <인물실록 봉달수>, 뮤지컬 <울지마 톤즈> 2013 연극 <미스터 옹을 찾아라>, <바리야 청산 가자>,<일지춘심을 두견이 알>, <트라우마 in 인조>, <나의 숲은 푸르렀다> 2013-14 뮤지컬 <호두까기 인형> 등 다수다.

연출을 한 이상희는 KOTTI대표 겸 연출가이자 배우로 중요무형문화재 제90호 황해도평산소놀음굿 전수교육조교다. 전통과 현대의 만남, 전통예술의 현대적수용을 목표로 공연예술 창작. 한국 문화의 정체성과 독창성을 뿌리로 창작극의 개발. 해외연극의 한국적수용 작품 제작. 넌 버벌 퍼포먼스 제작. 글로벌 문화콘텐츠로 육성하여 국제교류활동을 하고 있다

주요 연출작으로는 연극 <운현궁에 노을지다> <날짜변경선> <트라우마 IN 인조> <바리 세상 밖으로> <미스터 옹을 찾아라> <리어왕> <맥베스> <햄릿 코리아> <메데아> <왕에게> <한여름 밤의 꿈> <골생원> <햄릿> <애랑야곡> <황진이 신곡> <산시> <광대 이야기> <북치고 장고치고> <무하유지향-호질> <배비장전> <낙상매> <엄마의 하늘> <장릉의 지문>, 전통연희공 연출로는 <리츄얼 굿 퍼포먼스 'Korean Shamanist Prayer for Wish-Fulfillment'> <전통타악 퍼포먼스-아라리 아라리요> <창작탈놀이-강 건너 언덕 저편에> <풍요와 다산의 기원-평산소놀이> <황해도 굿-하직 굿> <타악퍼포먼스-소원성취 발원이요> 등이 있고, 무용연출은 < 쉿, 탈들이 온다> <정조의 트라우마 장용영, 춤의 칼> 등이 있다.

해외 공연 활동으로는 미국, 체코, 이탈리아, 스페인, 몽골, 태국, 중국, 멕시코, 프랑스, 영국, 터키, 헝가리, 세르비아, 포루투칼, 카자흐스탄 등에서 세계민속축제 공식초청공연을 했다.

수상경력은 이탈리아 시실리 아그리젠토 제51회 CIOFF 세계민속축전 20개국경연 1위, 이탈리아 고리지아 제37회 CIOFF 세계민속축전 전통악기상, 제4회 고마나루전국향토연극제 대상, 제3회 대한민국전통연희축제 예술감독상, 제28회 인천항구연극제 최우수작품상, 연출상, 제8회 고마나루전국향토연극제 대상, 연출상, 제24회 거창국제연극제 단체상 거창 연극상, 인천광역시장상 무형문화재공로상을 수상했다.

<미스터 옹을 찾아라!>는 <옹고집전>을 변형시킨 연극이다. <옹고집전(壅固執傳)>은 조선 시대에 쓰여진 작자 미상의 소설로 1권 1책으로 구성되어 있다.

판소리 열두 마당 가운데 하나인 <옹고집타령>은 이 소설을 판소리로 제작한 것이지만 현재는 전하지 않는다. 목판본이나 활자본은 전하지 않으며 1950년 김삼불(金三不)이 국문(한국어) 필사본을 책으로 간행한 국제문화관본(國際文化館本)이 전한다. 그 외에 최래옥본(崔來沃本), 강전섭본(姜鈿燮本), 김동욱본(金東旭本) 등의 필사본이 전한다.

줄거리를 요약하면, 옛날 옹정, 옹연(雍井, 雍淵)에 위치한 마을인 옹진(雍眞)골 옹당촌(雍堂村)에 옹고집이라는 남자가 살고 있었다. 옹고집은 인색한 성격과 고약한 성격을 갖고 있었으며 고집이 세고 심술이 사나운 사람이었다. 이 때문에 옹고집은 자신의 노모(老母), 머슴, 일꾼을 박대하는 경우가 많았다.

어느 날 월출봉 비치암에 사는 도사가 학 대사(鶴大師)라는 승려에게 옹고집을 질책하라는 명령을 내리고 학 대사를 옹고집이 사는 집으로 보낸다. 그렇지만 학 대사는 옹고집의 하인한테 매만 맞고 사찰로 돌아오게 된다. 이에 분노한 도사는 짚을 이용해서 허수아비를 만들었고 허수아비에 부적을 붙였더니 허수아비가 가짜 옹고집으로 변하게 된다.

가짜 옹고집은 진짜 옹고집이 살던 집에 들어간 뒤부터 자신이 진짜 옹고집이라고 주장했다. 옹고집의 아내와 자식 또한 누가 진짜 옹고집인지 알지 못했다. 진짜 옹고집과 가짜 옹고집은 자신이 진짜 옹고집이라면서 관가에 송사를 제기했다. 송사에서 패배한 진짜 옹고집은 관가에서 곤장을 맞으면서 마을 밖으로 쫓겨났고 며칠 동안 걸식을 하게 된다.

진짜 옹고집은 자신의 삶을 비관하여 자살을 시도했지만 월출봉 비치암에 사는 도사에 의해 구출되었다. 도사로부터 부적을 받은 진짜 옹고집은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서 부적을 던졌고 가짜 옹고집은 다시 허수아비로 변하게 된다. 진짜 옹고집은 자신의 삶을 참회한 뒤부터 독실한 불교 신자로 살게 된다.

<미스터 옹을 찾아라!>는 우리의 고전 옹고집전을 원전으로 한 작품이나 대략의 줄거리만을 차용했을 뿐 그 안에 현대적인 감각과 첨예한 논쟁거리를 퓨전으로 가미하여 수백 년의 시공간을 하나로 아우르고 더불어 유쾌하면서도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담아 원래의 고전이 표현하고자 했던 개념을 현재의 관점으로 바꾼 연극이다.

즉 욕심 많은 옹고집을 혼내주기 위해 승려가 도술을 부려 똑같은 옹고집을 만들어 투입한다는 원전의 권선징악적인 설정을 배제하고, 대신 조선시대 바이오 계의 천재박사 황 보를 등장시켜 생명공학 적 결정체인 인간복제에 성공하게 함으로서 똑같은 유전형질을 가진 두 사람의 근원적인 갈등을 통해 생명복제의 문제를 정면으로 대립시킨 것으로 고전의 향기에 현대의 메시지를 적극 부여한다. 그러면서 당연히 맞닥뜨리게 되는 생명에 대한 존재론적 대립과 갈등, 가치, 인간경시 외에도 자연스럽게 유발되는 웃음과 연민 등 새롭고 흥미로운 작품으로 재탄생시킨다.

생명공학을 연구하는 새 생명연구센터의 황보 박사는 배아줄기세포의 연구비 후원을 부탁하기 위해 욕심 많고 돈 많은 옹고집의 집에 제자 우륵을 보낸다. 그렇지만 옹고집은 어처구니없는 요설로 돈을 뺏으러 왔다는 억측을 써서 우륵의 뼈가 부러지도록 흠씬 두들겨 패고 만다. 이에 격분한 황보 박사는 옹고집을 응징하기 위해 혈액을 채취해 DNA를 뽑아내고는 은밀히 줄기세포를 통해 똑같은 복제 옹고집을 만들어내는데...

한 집에서 맞닥뜨린 두 옹고집. 혼란은 불을 보듯 뻔하다. 그러면서 진짜 옹고집을 찾는 일대 소동이 벌어진다. 하지만 복제된 옹고집이 진짜라는 판결을 받고 본래의 옹고집은 집에서 쫓겨난다. 그러자 진짜 옹고집은 밤마다 울며 몰래 자기 집 주변을 엿보는데 자기와 똑같이 행동하는 복제 옹고집의 행태가 가관이고 흉포하여 스스로를 반성하게 된다.

결국 재판과정을 통해 자기가 진짜임을 증명한 옹고집은 복제 옹고집을 용서하고 황보 박사 역시 자기의 탐욕이 또 하나의 괴물을 만들었음을 고백하며 용서와 상생을 통해 새로운 삶을 제시하게 된다.

무대는 기다란 식탁형태의 조형물 세 개를 배경 가까이 배치하고, 그 앞에 무대 좌우에 글자로 보이는 문양이 들어간 가리개 놓았다. 중앙에는 낮은 의자도 놓여있다. 무대 상수와 하수에는 로봇형태의 조형물이 서있고, 천정에는 거대한 나비형태의 조형물을 매달아 놓았다. 식탁형태의 조형물과 가리개와 의자는 장면변화에 따라 이동 배치된다. 정면과 벽좌우에는 아름다운 문양이 수를 놓은 것처럼 들어간 천을 늘어뜨리고, 무대 하수 쪽에 연주석이 있어 꽹과리 장구 북 같은 타악기를 연주하도록 했고, 출연자들이 꽹과리나 소북을 두드리며 동 선에 따라 움직이며 연주하기도 한다. 장면은 미스터 옹의 저택, 법정, 황 보 박사의 연구실, 노숙을 하는 자리로 설정이 되고 조명의 변화로도 장면변화에 대처한다. 한복위주의 의상과 누더기 한복, 그리고 법복과 모자를 착용한 출연자들의 의상이 극에 썩 어울린다.

류재필이 옹고집, 문영동이 복제 옹고집, 이민재가 박 씨와 사또, 김용선이 옹고집의 노모, 이상희가 황 보 박사, 최경희가 광대, 석호진이 옹고집의 처, 김현숙이 행랑어멈, 최태익이 강쇠, 황윤희가 채련, 신동환이 우륵으로 출연해, 출연자 전원의 호연과 열연, 그리고 성격설정은 극과 어우러져 관객을 폭소로 이끌어 가고 갈채를 받는다.

예술감독 양미경, 제작 의상 무대 최경희, 무대 파브르 윤, 사진 최종규, 작곡 황종하, 조명 이승호, 무대감독 이재영, 분장 최지원, 조명 음향오퍼 박재우, 조연출 김송이, 진행 유선자, 소품 최다연, 기획 홍보 KOTTI 여우별컴퍼니 등 스텝진의 열정과 기량이 조화를 이루어, 제의와 놀이 KOTTI, 극단 집현의 김태수 작, 이상희 연출의 <미스터 옹을 찾아라!>를 연극성과 대중성을 갖춘 남녀노소 누구나 관람할만한 건강한 희극으로 탄생시켰다.

※ 본 칼럼은 아띠에터의 기고로 이뤄져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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