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들이 포토 타임때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대종, 정욱진, 아이비, 김승대, 최정원, 성기윤
[문화가 있는 날·예술이 있는 삶을 빛냅니다…문화뉴스] "종합선물세트 같은 작품이다"

뮤지컬 '유린타운'은 물 부족에 시달리는 가상의 마을에서 '유료 화장실 사용권'을 둘러싸고 이익을 취하려는 독점적 기업과 가난한 군중들이 대립하면서 급기야 군중들로부터 민중봉기가 일어나 대혼란에 빠지게 된다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오줌 마을'을 뜻하는 '유린타운'은 참신한 소재와 금기시되는 제목을 사용해 그 시작부터 우여곡절을 겪었다. 수많은 극장에 거절당한 끝에 겨우 공연을 올린 '유린타운'은 국내엔 2002년 초연됐다. 파격적인 소재지만 인간이라면 당연히 누릴 수 있는 권리가 박탈당하면서 그를 둘러싼 문제들이 여러 현실과 맞물리며 많은 관객에게 호평을 받았다.

지난 19일 오후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에서 뮤지컬 '유린타운' 프레스 리허설이 열렸다. 프레스 리허설은 'It's a privilege to pee'와 'Follow your heart' 등 하이라이트 장면 시연으로 그 시작을 알렸다. 시연 후 김승대, 정욱진, 아이비, 최정원, 성기윤, 김대종이 참석한 질의 응답 시간이 이어졌다.

▲ (왼쪽부터) 성기윤, 김대종, 정욱진
초연부터 참여했던 배우로서 작품의 소개해달란 질문에 성기윤은 "우리는 모두 다 살아가는 방식이 옳다는 것을 확인받고 싶어한다"는 대사를 먼저 꼽았다. "무언가를 선택하는 순간 포기해야 하는 것이 늘 존재한다. 선택의 기준은 다르겠지만 모두 그 선택이 옳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모습들을 물을 통해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다"고 말했다. 또, "뮤지컬 '유린타운'은 풍부하게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있고, 탄탄한 이야기가 있으며 그 이야기들이 충분히 웃음으로 전달될 수 있도록 희화화됐다"라며 "종합선물세트 같은 작품이다"라고 작품의 매력을 설명했다.

'유린타운'은 관객들의 극 몰입도를 일부러 방해하게끔 중간중간 극의 상황을 설명하는 브레히트 서사극 방식으로 전개된다. 국내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연출로, 극 중 해설자인 '록스타 순경' 역을 맡은 김대종은 "배우로서 온전히 몰입할 수 있는 극은 아니지만 그래서 오히려 나와 관객들에게 장면을 흐름에 따라 보는 게 아니라 생각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이다"고 역을 소개했고 "자칫 어려워 보일 수 있지만, 접근이 쉽도록 만들었다. 이런 극이 자주 올라올 수 있는 것은 아니라 많이 보셨으면 좋겠다"며 작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다만, "연출님이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현세대를 반영해 우리도 모르게 힘이 약한 쪽으로 치우친 게 아닌가 하는 오해를 하실 수 있기 때문이다"며, "각자 자신이 사는 방식이 옳다고 확인받고 싶어 하는 과정, 그 결과를 보는 사람들, 이런 메시지들이 배우들한테도 화두를 던질 수 있다는 게 작품의 가장 큰 특징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 (왼쪽부터) 정욱진, 아이비, 김승대
극을 이끌어가는 주인공 '바비 스트롱' 역을 맡은 두 배우에겐 주인공을 맡은 소감을 들었다. 김승대는 "제 색깔을 정확하게 구분하고 싶지 않아서 다양한 캐릭터에 도전해보는데 바비는 다른 역할보다 특별한 도전이었다"고 입을 뗐다. "작품의 특성이나 컨셉이 특이해서 많은 분이 공감해주실 수 있을까, 이런 형식의 작품을 한국 관객들이 더 많이 접하고 편하게 볼 수 있도록 만들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많았다"며 어려움을 털어놓기도 한 그는 "여전히 고민 중이지만 노력하고 있다"고 격려를 부탁했다.

특히 대극장 공연의 첫 주연을 맡은 정욱진은 "누구에게나 처음이란 게 있다"며 "지금까지 맡아온 역할이 보통 여리거나 순수한 역할이었는데 이번 작품에선 마을 사람들을 선동하고, 집단의 리더가 돼서 사람들과 극을 이끄는 역할을 맡았다. 이런 작품, 역할은 처음이라 첫 공연을 하고 무대 위에서 관객분들을 만나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며 설렘과 걱정을 동시에 드러냈다. 그러면서 "이런 역할이 처음이라 연습 때 많이 느렸다. 그때 연출님, 음악 감독님, 배우 선배님들 모두 재촉하지 않고 기다려주셨다. 절 믿어주시고 조언해주셔서 별 실수 없이 첫 공연을 마친 것 같다. 앞으로 발전하는 모습 보여드리겠다"며 남은 공연을 소중히 하겠다고 덧붙였다.

▲ (왼쪽부터) 아이비, 김승대, 최정원
한편 자신이 출연한 작품에서 항상 함께 한 최정원에 관해 묻는 질문에 아이비는 "뮤지컬 계의 여신인 최정원 선배님과 매 작품 함께 하는 것만으로도 많이 공부가 된다"며 "옆에서 많이 도와주시고 이끌어주셔서 지금까지 뮤지컬을 할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앞으로도 콤비로 많이 엮어서 캐스팅해주셨으면 한다"고 웃었다.

이에 최정원은 "저와 아이비 씨를 콤비로 소개한 기사를 보고 남경주 배우가 전화했다. '아무리 그래도 콤비는 남경주-최정원이지'라고 질투하더라"고 말해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또, "아이비 씨가 많은 대중분에게 가수로 알려지긴 했지만, 무대에서 발휘할 수 있는 많은 재능을 가진 소중한 후배다. 될 수 있으면 음반, 방송 활동 못 하게 하고 함께 무대에 오래 서고 싶다"고 화답했다. "특히 이번 작품은 제가 아이비 씨를 바라보는 관점이 많이 달라졌을 정도로 아이비 씨의 멋진 면모가 돋보인다"고 덧붙였다.

약 3개월가량 원 캐스트로 공연하는데 힘들지 않으냐는 질문엔 "뮤지컬을 시작한 지 27년 됐는데 초반엔 배우들이 모두 원캐스트로 공연했다. 배우 입장에선 상대와 나 모두가 원 캐스트일때 훨씬 시너지가 있었던 것 같다"며 원 캐스트를 선호했다. "체력도 원 캐스트일 때 더 건강해진다. 맛있는 것 많이 먹고 다치지 않기 위해 노력하다 보니 자기 관리도 저절로 된다. 특히 하면 할수록 상대 배우와 호흡이 맞으면서 공연의 퀄리티가 좋아지는 걸 느꼈다"고 그 장점을 설명했다.

아이비도 "최정원 선배님과 저 모두 체력이나 다른 이유로 더블 캐스팅을 생각해본 적은 없다"며 "'시카고'를 6개월 동안 원 캐스트로 공연한 이후 왜 원 캐스트로 공연해야 하는지 알게 됐다. 집중력, 자기 관리, 공연의 퀄리티를 생각하면 원 캐스트가 좋은 것 같고 잘한 선택인 것 같다"고 말했다.

▲ 배우들이 포토 타임때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대종, 정욱진, 아이비, 김승대, 최정원, 성기윤
서로의 바비에 대해 말해달라는 질문에 김승대는 "(정)욱진이는 순박하고 성실하다. 꾸준히 하는 엄청난 힘이 있다. 저랑 9살 차이가 나는데 제가 그 나이 땐 이렇게 열심히 하거나 뭔가를 공부하거나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어렸을 때부터 좋은 선배들과 좋은 공연들을 할 수 있다는 게 굉장히 부러웠다"며 "과거를 되돌아보며 내가 많이 게을러졌구나를 반성하게 하는 동생이다"라고 칭찬했다.

정욱진은 "앞서 말씀드린 대로 초반에 연습할 때 느렸다. (김)승대 형은 바로바로 따라가는 걸 보며 세월을 무시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해 주위 선배들을 웃게 하였다. 또, "승대 형은 정말 아낌없이 주는 나무 같다. 조건 없이 친동생처럼 하나부터 열까지 다 가르쳐주시고 아까워하는 거 없이 제 나이 때 고민하던 걸 공감해주셨다. 어렵고 힘들었지만 승대 형과 함께라서 어려움이 반이 됐던 것 같다"라며 엉뚱하지만 속 깊은 답을 했다.

마지막으로 성기윤은 "열심히 준비했고 이제 시작하는 단계인데 많은 분이 보러 와주시면 좋겠다. 그만큼 끝까지 지치지 않고 열심히 할 테니 믿어달라"며 마무리 인사를 했다.

뮤지컬 '유린타운'은 오는 8월 2일까지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한다.

문화뉴스 전주연 기자 jy@mhns.co.kr

주요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