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양미르 기자] "'블레이드 러너' 영화를 보여주자는 것이 아니라, 영화에서 도출될 수 있는 감정으로 영감을 얻어 창작하게 됐다."

영국 현대 무용을 대표하는 안무가, 웨인 맥그리거가 12년 만에 최신작 '아토모스(Atomos)'로 내한했다. 25일 오전 서울 강남구에 있는 LG아트센터에서 무용 '아토모스'의 웨인 맥그리거 안무가 내한 기자회견이 열렸다.

웨인 맥그리거는 과학과 테크놀로지를 바탕으로 실험적이고 진보적인 예술세계를 개척해온 안무가로, 1992년 자신의 무용단을 창단한 후 지금까지 30개 이상의 작품을 발표해 왔다. 2006년부터 현재까지 그는 영국 로열 발레단의 상주안무가로 활동해오고 있으며, 파리 오페라 발레, 볼쇼이 발레, 뉴욕 시티 발레, 네델란드 댄스 씨어터 등 세계 정상의 무용단들을 위해 작품을 만들기도 했다.

또한, 영화 '해리 포터와 불의 잔', '레전드 오브 타잔', '신비한 동물사전'의 움직임을 연출하고, 록 밴드 '라디오헤드'와 일렉트로닉 뮤지션 '케미컬 브라더스'의 뮤직 비디오를 안무하는 등 장르를 불문하고 자신만의 혁신적인 창조력을 발휘해오기도 했다. 또한, 웨인 맥그리거는 풍부한 예술적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무용의 외연을 전방위로 확장하고 있다.

그가 설립한 '웨인 맥그리거 스튜디오'는 무용수들뿐 아니라 작가, 과학자, 음악가, 비주얼 아티스트, 소프트웨어 개발자 등 다양한 전문가들이 모여 총체적인 작업을 진행하는 창작의 산실로, 오늘날의 영국 예술계에서 혁신과 융합의 트렌드를 주도하는 중이다. 이런 작업을 펼치고 있는 웨인 맥그리거가 26일과 27일 LG아트센터에서 '아토모스'라는 작품을 들고 왔다. 어떤 작품이며, 그가 추구하는 세계는 무엇인지 들어봤다.

 

인사말과 '아토모스' 작품에 대해 소개해 달라.
ㄴ 랜덤 댄스 컴퍼니와 함께 오게 됐는데, 이 컴퍼니와 함께 한 지 25년이 됐다. 이 작품으로 서울에 와서 반갑고, 2005년에 왔던 기억이 있다. 이 작품은 2013년 런던에서 초연됐고, 전 세계에서 공연 중이다. 이 작품 안에는 '어 윙드 빅토리 포 더 설렌'이라는 '앰비언트 뮤직' 그룹의 음악이 활용된 전자 음악이 많이 들어간다. 이 음악을 듣노라면 다른 세상으로 가는 회상을 주게 된다.

'아토모스' 창작 과정을 이야기하면 설명하기가 쉬울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SF 영화는 리들리 스콧 감독의 '블레이드 러너'(1982년)다. 이 영화를 1,200개가 넘는 작은 요소로 분화시켰고, 각 분할된 요소에서 감정을 끌어올리는 데 중점을 뒀다. 11번째 가상의 무용수가 함께 합류하기도 했다. '블레이드 러너' 영화를 보여주자는 것이 아니라, 영화에서 도출될 수 있는 감정으로 영감을 얻어 창작하게 됐다. 나는 테크놀러지에 관심이 많다. 무대 위에 활용되는 것뿐 아니라 실제 안무 창작과정에서 테크놀러지가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관심이 많다.

영국에 있는 신경과학자와 함께 뇌와 몸 움직임의 관계에 대해 연구를 했다. 움직임 인지가 어떤 영향으로 주고, 일반 몸짓에서 벗어난 몸짓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지에 관해 관심이 있었다. 뇌 속에서는 고정된 사고라고 할 수 있지만, 몸으로 표출될 경우 테크니컬한 신체를 통해 기묘한 느낌의 동작이 나온다고 본다. 전통적 움직임을 전복할 수 있는 새로운 안무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아토모스'의 한 장면 ⓒ Ravi Deepres

'블레이드 러너'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밝혔다. 1982년 만들어진 영화의 시점인 2019년이 2년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AI의 활용은 현재도 논란이 되고 있다. '블레이드 러너'에서 영감을 받고 작품을 만든 이유와 AI 활용 논란에 대한 의견을 말해 달라. 또한, '신비한 동물사전' 등 '해리 포터'의 세계관을 안무로 시각화했다. 당시 이야기를 전해 달라.
ㄴ 현재도 작업하는 작품이 있다. 유전공학, DNA를 바탕으로 해서, 어떻게 공연으로 연결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다. 보시다시피 늘 나의 관심은 테크놀러지에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테크놀러지를 기반으로 몸의 내면을 탐험해가는 것에 관심이 있다. 어떻게 테크놀러지를 통해 운동 감각을 발전시킬 것인가다. 테크놀러지와 댄스는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나에게 늘 관심이 있던 것은 어떻게 춤에 대한 아이디어의 영감을 얻는가다. 굉장히 다양한 스펙트럼을 열어서 영감을 찾고 있다. 인류학, 과학, J. K. 롤링의 글 등을 통해 댄스를 실제 세계와 연결하려고 한다. '신비한 동물사전' 등 내가 한 영화 작업엔 몸에서 나오는 춤이 있는데, 이런 것은 수많은 사람과 교감할 수 있는 방식이다. '신비한 동물사전' 같은 경우 감정들을 지도하는 매핑을 활용해서, 그 영화의 본질적인 것을 무용을 통해 보여주려 했다. 많은 사람과 그렇게 교감을 하려 했다.

그리고 사실 AI라는 것이 논쟁거리가 된다는 점에서, 윤리적 측면으로 말할 수 있다. 예술가는 이러한 책임도 같이 지니고 있다고 본다. 예술가로 활발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그걸 표면화시킨다. 과학이 발전하지만, 우리가 알 수 없는 방식으로 발전하고 진화된다. 예술가로 그런 부분을 쟁점화시키고, 과학과 실생활 사이에 연결할 수 있는 다리 역할이 가능하다고 본다. 테크놀러지가 우리 삶에 어떤 변화를 줄 수 있을지 궁금하다.

 

발레를 테크놀러지에 접목한 이유는 무엇인가?
ㄴ 우선 발레와 테크놀러지에서 몸이 기본적으로 가장 테크놀러지컬하지 않나 싶다. 발레 안에는 암호화된 언어가 들어 있다. 어떻게 해독하는지 보여주는 무용 장르다. 발레 안에 매개체를 담아 내 생각을 확장하려고 했다. 발레가 동시대적인 무용이 될 수 있다고 봤는데, 동시대성을 어떻게 끌어올릴 수 있는지 궁금하다. 발레도 고전 발레만의 영역이 아니라, 피나 바우쉬처럼 현대 무용을 하는 사람이 없다면 살지 못할 것으로 생각한다.

과학이나 테크놀러지 전공자는 아니어도 기호학, 경제학을 공부한 적이 있다. 그리고 나는 집에 컴퓨터가 있는 첫 세대였다. 집에서 컴퓨터 코드 암호를 가지고 놀기도 했다. 컴퓨터 기반으로 정보를 찾을 수 있는 능력 등에 영향을 받았다. 꼭 도서관이 아니어도 인터넷을 활용하면 잠재적으로 더 다가갈 수 있다고 생각하고, 그 생각에 자극을 받아 예술적 영감 얻을 수 있다고 본다. 과학, 테크놀러지 분야가 흐려져 있는 상황이라 생각한다. 질문을 나 다운 방식으로 편안하게 구현하는지가 더 중요하다.

영국 교육체계에서 어떤 전공을 우위를 두기도 하는데, 예술은 부차적인 분야로 인식한 것 같다. 과학이라는 것 역시 어떤 질문으로 시작하고, 질문을 통해 사고를 확장하는 방법이 있다. 기본적으로 무용도 같다고 본다. 육체의 사고를 기반으로 해서 질문하는 점이 유사하다고 본다. 그래서 수학, 과학만큼이나 예술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무용이 인지과학에 더 밀접하다고 본다. 무용수는 발에 대한 감각이 뛰어난데, 그것을 과학적으로 결합할 수 있다. 예술이 과학, 수학과 함께 동등하게 취급받아야 한다고 본다.

[문화 生] '아토모스' 웨인 맥그리거 "비평가의 말, 무조건 믿지 마라" ② 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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