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진일보의 김경익 작 연출의 바보햄릿

[글] 문화뉴스 박정기 (한국희곡창작워크숍 대표)pjg5134@mhns.co.kr
한국을 대표하는 관록의 공연평론가이자 극작가·연출가.

[문화뉴스 MHN 박정기] 극단 진일보의 대표 김경익(1968~)은 대한민국의 배우이자 연출가이다. 홍익대학교 독어독문학 학사 <6.29가 보낸, 예고부고장> <미국 아버지> <뿌리 깊은 나무> <작은 새> <갈매기> <인 허 플레이스> <관계> <마이 라띠마> <사물의 비밀> <블라인드> <꽃님이> <돌이킬 수 없는> <평행 이론>(2010년) <딱정벌레> (2<장례식의 멤버> <이상한 나라의 바툼바> <헨젤과 그레텔> <이브의 유혹> 그 외의 다수 작품에 출연했다.

연출작으로는 <타오르는 어둠 속에서> <아리랑 랩소디> <바보 햄릿> <봄날은 간다.> <나무 물고기> 외의 다수 작품을 연출하고. <봄날은 간다.>로 2001년 동아연극상 3개 부문(작품상, 미술상, 남자연기상)을 수상하고, <바보 햄릿>으로 2014 대한민국 셰익스피어어워즈 각색상과 <맥베스 놀이>로 2013 마이크로 셰익스피어 페스티벌 우수상을 수상했다.

 

연극 <바보햄릿>은 최초로 객석이 움직이는 연극을 선보인다. 30명이 같이 앉을 수 있는 객석은 총 4개 구역으로 나누어져 있고, 이 객석이 움직이며 배우들의 무대공간을 만들어 준다. 병원이 되기도 하고 극중극 공간, 종철의 자취방이 되기도 한다. 장면변화에 따라 객석을 이동시키며 공연되는 <바보햄릿>은 관객이 회전목마를 탄 기분으로 관람할 수 있도록 연출된다. 긴 탁자를 일으켜 세우거나 눕혀 그 앞에 입체로 된 사각의 조형물을 배치해 왕좌, 왕비 거실로 설정되고, 식탁은 기자의 침상으로 사용된다.

기자와 햄릿 역을 하는 출연자는 정장과 잠옷을 입고 등장하고, 원장 겸 킹 클로디어스 역의 출연자는 긴 흑색의상, 간호사와 왕비 거투르드 그리고 오필리아 역을 하는 여성출연자는 1인 3역의 백색 투피스, 사무장과 호레이쇼, 폴로니우스, 그리고 무덤지기와 포틴브라스 역 등을 하는 1인 다역의 남성출연자는 안경을 쓰고 벗고 하며 변화를 꾀한다. 거기에 16인의 남녀 출연자가 객석을 이동시키며 코러스 역을 해낸다.

<바보햄릿>은 부왕 햄릿을 노무현 전 대통령으로 설정을 하고. 선왕 노무현의 죽음에 대한 복수보다는 메시지 전달이 주요내용이다. 당연히 현재 정치상황과 비교되지만 좌우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도록 연출된다. 과거 노무현이 탄핵당한 이유는 다른 대통령보다 일을 잘못해서 혹은 뭔가 잘못해서가 아니다.

나보다 못난 놈이 대통령이라서. 고졸출신에, 대학도 않나온 변호사출신에, 뒤 봐 줄 사람도 없는 주제에 언론에 쓴 소리하고, 정치권에 올바른 소리만 골라하더니 대통령까지 하니까, 꼴 보기 싫다. 라는 당시 기득권자들의 의식이 은연 중 전달된 듯싶다.

그런 노무현이 퇴임 후 다른 대통령들은 아무도 안 가는 고향까지 가서 환경운동하고, 국민들 만나 사진 찍고, 다큐멘터리 찍어가고, 봉하 마을 방문객은 더 늘어가니, 기존의 권력자나 기득권자들의 눈에는 완전한 눈엣가시다.

우리나라 정치권에 있는 인사들 대부분이 명문고, 명문대 출신들이다. 국회의원 300명중에 200명이상 아니 그 이상이 동기, 동문으로 국회에 함께 서식하는데, 출신이 다른 인물 하나가 대통령까지 했으니 오죽했을까? 아무리 고등학교가 평준화되고 대학 서열이 사라진다지만 1%의 그들은 여전히 그들만의 리그가 있다는 평상인들의 안목이다.

게다가 작은 꼬투리 하나를 물고 늘어지는 습성은 방송이나 신문 등의 언론기관이나 정치공격에서 상습화 된 것이기에, 집중공격을 당한 노무현이 그 죄를 인정하듯 홀로 암벽에서 떨어져 목숨을 단절한 행동이 정당하지 않고 바보 같다는 주장이다. 결국 선왕 노무현의 죽음의 원인을 밝히려는 햄릿의 외로운 싸움이 이 연극에서 펼쳐지고, 선왕이 죽음이 자살인지 타살인지를 규명하기 위해, 광인행세를 하는가 하면, 진정으로 사랑하던 여인까지 냉대해 미치도록 만들어 죽음으로 향하도록 한다. 게다가 오필리어의 아버지인 폴로니우스까지 숙부인 킹 클로디어스로 착각해 살해하는 커다란 실수를 저지른다. 후에 사랑하는 여인 오필리어의 무덤가에서 흘리는 바보햄릿의 후회의 눈물은 연극의 백미(白眉)라 하겠다. 복수를 마무리하는 대단원에 이르기까지 관객은 극 전개에 따라 요동치는 마음이 좌석의 대이동으로 해서 더욱 상승하는 느낌이 드는 총체적 동 선 활용으로 연출된다.

 

원종철이 바보햄릿 역을 하는 기자, 정성호가 병원장과 킹 클로디어스, 김동현이 사무장과 호레이쇼 무덤지기 폴로니어스 포틴브라스, 서지유가 간호사, 오필리어, 거투르드로 출한다. 4인의 성격설정과 호연과 열연은 물론 모습에서까지 배역과 어우러져 관객을 극의 도입부터 감상의 세계로 이끌어 가고, 새로운 형식의 연극창출의 선도자가 된다. 코러스로 출연한 김상훈, 김예림, 김우래, 김유리, 박용환, 배은규, 이동훈, 이솔우, 이하늘, 정유호, 정정인, 정태윤, 정현호, 조현호, 한경애, 한정현 등 출연자 전원은 극의 주춧돌 역할을 하고 객석이동의 원동력이 된다.

기획 박정실(극단 진일보), 영상 조명 신재희, 안무 오재익, 무대제작 김한솔, 영상 음향설치 자문 알파사운드 김성민, 미술감독 의상 김수연, 작곡 강중환, 무대자문 김경수, 사진촬영 박종명(쉬묘 스튜디오), 홍보 마케팅 노주현(창 크리에이티브), 컨셉 촬영 분장디자인 임영희(희 메이크업), 인쇄디자인 박정민, 조연출 김우래 박용환 이솔우 등 스텝 전원의 열정과 노력 그리고 기량이 조화를 이루어, 극단 진일보의 김경익 작 연출의 <바보햄릿>을 셰익스피어의 본고장에서 공연을 해도 좋을 새로운 형태의 <햄릿>으로 창출시켰다.

※ 본 칼럼은 아띠에터의 기고로 이뤄져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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