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극 '클라운타운' 이용주 연출, 심연주 작곡, 박준석 배우

▲ (왼쪽부터) 박준석 배우, 심연주 작곡, 이용주 연출
[문화가 있는 날·예술이 있는 삶을 빛냅니다…문화뉴스]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희생이 있기에 존재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극은 행복하다"

'클라운타운'은 클라운들이 막연한 동경을 가지고 세상으로 모험을 떠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하지만 새로운 세계를 향한 이들의 여행이 마냥 아름답지만은 않다. 위험을 헤쳐나가기 위해, 원래 있던 곳으로 다시 돌아가기 위해선 누군가의 희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언뜻 행복하지 않게 비치는 결말은 아이러니하게도 관객들에게 행복을 준다. 광대들의 삶은 때때로 비정한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와 똑 닮아있고, 우리를 조용히 위로한다.

지난 13일, 중곡동에 있는 연습실에선 연습이 한창이었다. 그곳에서 하루하루가 에피소드라는 '클라운타운'의 이용주 연출, 심연주 작곡가, 박준석 배우를 만났다.

▲ 음악극 '클라운타운' 연습 장면
음악극 '클라운타운'을 간단히 소개해 달라.
ㄴ 이용주 연출 : 지금 한창 작품에 빠졌을 때라 객관적으로 설명하기 힘들다. (웃음) 작품의 전체적인 형식이 인형극, 가면극 여러 형태가 있지만 '클라운'이 우리 양식이고, 클라우닝, 저글링, 마술 등의 볼거리를 제공한다. 그리고 음악적 요소가 강해서 음악극이라고 붙였다.

기본적으로 클라운 타운은 클라운들이 인간과 악의 기운들에서 벗어나 행복하게 춤추고 노래를 부르며 이상적인 마을이다. 울타리 밖 세상이 궁금한 '미미'는 나가지 말라는 '빠빠'의 말을 듣지 않고 밖으로 나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많은 일을 겪고 돌아오는데, 그 과정에서 클라운들이 한 명씩 낙오된다. 극이 밝게 시작해서 그늘지게 끝난다.

음악극이 뮤지컬과는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음악극만의 특징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ㄴ 심연주 작곡가 : 음악극의 정의가 무엇인지 딱 부러지게 얘기를 하긴 힘들다. 다만 우리 극이 뮤지컬은 아니다. 뮤지컬처럼 노래가 80% 이상을 차지하면서 그 안에서 내용적인 것도 이야기하고 대사도 음악으로 해결하는 게 아니라, 그냥 극이 있고 거기에 아리아들로 이루어진 음악이 있는 것이다. 음악이 주가 돼서 모든 걸 이끌어가는, 드라마를 압도하는 게 아니라 음악들이 극을 더 풍성하게 만들면서 드라마와 음악을 균형 있게 잘 배분해준다. 음악이 적재적소한 타이밍에만 나온다.

ㄴ 이용주 연출 : 음악이 지배적이란 뜻이다. 그리스 시대 아리스토텔레스는 극을 이루는 요소로 플롯, 캐릭터, 화술, 사상, 미술, 마지막으로 음악으로 언급했다. 문학을 제일 우선시하고 음악이 가장 중요하지 않다고 여긴 것이다. 하지만 로마 시대엔 딕션이나 웅변과 같이 엔터테이먼트한 요소들이 중요시되면서 장치들이 화려하고 음악이 이전보다 더 중요하게 여겨진다. 지금 독일 오페라 같은 경우는 무대 미술가들이 오페라를 휘어잡고 있다. 그런 것처럼 음악극은 음악가와 작곡가가 공연을 주도적으로 휘어잡는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가장 애착이 가는 음악이 있는지
ㄴ 심연주 작곡가 : 광대들이 세상 밖으로 나와서 갈 곳을 잃고 다시 클라운 타운으로 돌아갈 때 누군가가 희생되면서 나오는 음악이 있다. 그 음악이 개인적으로 애착이 간다. 그리고 마지막에 불리는 '헬로우 마이 파파'란 노래가 있다. 그 노래를 쓸 때 아버지를 생각했고, 나아가 세상 모든 아버지를 생각했다. 아버지를 넘어선 더 큰 존재에 던지는 노래처럼 곡을 쓰려고 노력했다. 관객분들께 마지막 노래만 뇌리에 박혀도 좋을 것 같다.

왜 하필 광대(클라운)와 달(루나)을 소재로 다뤘는지 궁금하다.
ㄴ 이용주 연출 : 우리나라에서 광대는 신분적으로 천하게 여겼다. 하지만 배우에게 있어 최고의 배우는 광대라고 생각한다. '가장 좋은 사람이 가장 좋은 배우고, 가장 좋은 광대다'라고 생각한다. 궁극적으로 나보다 더 큰 '나'가 클라운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런 클라운의 그늘진 얼굴, 상념이 달이라고 생각한다. 달을 주기로 생명이 탄생하기 때문에 달은 모든 생명의 잉태점이다. 클라운은 그런 생명의 본질인 달에서부터 기어 나올 것 같다. 우리한테 클라운은 순수하고 때 묻지 않은 천진난만함이라고 할 수 있는데, 성인이 되면서 그런 클라운들이 사라진다. 과거의 행복함을 찾기 위해 달의 창문을 열고 어린 시절로 돌아간다는, 은유적이지만 그런 정서가 들어있다.

▲ 음악극 '클라운타운' 연습 장면
광대는 흔히 우스꽝스러운 존재로 묘사된다.
ㄴ 박준석 배우 : 모든 사람이 다 우스꽝스러운 면도 있지만 깊은 슬픔도 가지고 있다. 어떻게 보면 광대는 사람들의 면면을 극대화한 것이다. 사람들이 알기에 광대는 그냥 발랄하고 웃는 모습으로만 알고 있는데 동시에 또 슬픈 부분도 표현할 수 있다. 그래서 광대를 멋있게 표현했을 때 배우라고 하는 것 같다.

처음엔 자기 슬픔을 무대 위에서 보여주고 한없이 기뻐하고, 감정의 고저가 커서 힘들었다. 하지만 결국 광대는 즐거울 땐 훨씬 즐겁고 슬플 땐 훨씬 깊은 슬픔을 느끼는데 그게 배우의 매력인 것 같다. 카타르시스가 있다. 무대에서 깊은 슬픔을 맛보면 실제 삶에서 유연해지기도 하고. 좋은 광대, 더 멋있는 광대가 있으므로 표현하는데 어려움은 늘 있다.

ㄴ 심연주 작곡가 : 광대란 존재에 음과 양 모두 있다. 광대들의 기쁨 까르르하는 그런 웃음, 기쁨이 아니라 우리가 추구하는 담고 싶은 건 훨씬 더 숭고한 기쁨이다. 슬픔도 궁상맞은 슬픔이 아니라 더 깊은 슬픔을 추구한다. 그래서 음악도 그런 감정들이 묻어났으면 하고 바라고 있다.클라운들이 울타리 밖 세상으로 떠났다고 결국엔 다시 돌아온다.

ㄴ 이용주 연출 : 클라운들은 밖으로 나가야만 했고 '빠빠'도 나가지 말라고 억압하지만 언젠간 클라운이 울타리 밖을 나갈 것을 안다. 부모 입장에서 자식이 떠날 것을 알아도 가슴으론 못 놓는다. '빠빠' 입장에서 밖으로 떠났던 광대들이 돌아오는 건 내 세대의 클라운이 아니라 다음 세대의 클라운으로 돌아온 거다. 클라운의 여정은 일종의 성장이다.

관객 입장에선 극이 왜 해피엔딩이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 수도 있다.
ㄴ 박준석 배우 : 그렇게 보일 수도 있지만 우린 '미미'를 보며 해피엔딩이라고 생각한다. 부모가 힘들어도 살아가는 이유는 다음 세대가 더 잘 되는 것을 바라기 때문이고, 그런 그들을 보는 것이 부모에겐 행복이다. 인생이 사라질 때가 있는데 어떻게 보면 자연스러운 거로 생각한다. 우린 자연스러운 모습을 행복하게 바라보는 거다.

요즘 인생이 참 힘들고 행복하지 않으니까 종교나 문학에서 다른 곳에서 행복을 찾고 포장하려고 하는데, 이 정도의 이런 모습도 굉장히 행복한 거로 생각한다. '빠빠'는 한 명의 위대한 클라운이 돌아와 더 큰 클라운 타운을 만들어질 것을 기대하며 사라진다. 자신의 세대가 끝난 것을 의미하지만, 그것만큼 행복하고 명예로운 게 있을까 생각한다.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은 '미미'다. 우리가 존재하고 있는 건 사실은 누군가의 굉장한 희생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걸 잊고 살기 때문에 극을 행복하지 않다고 보는 것 같은데 사실은 굉장히 행복한 것이다.

ㄴ 심연주 작곡가 : 극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이 행복한 해피엔딩은 아니지만, '미미'는 한 줄기의 빛이다. 그 빛이 존재하기 위해 누군가가 희생해야 하지만 그 자체가 숭고하고 해피엔딩인 것이다. 그 과정에서 느껴지는 슬픔은 아무것도 없고 막막한 빛도 없는 캄캄한 슬픔이 아니라 숭고하고 아름다운 슬픔으로 비춰줬으면 좋겠다.

▲ (왼쪽부터) 박준석 배우, 심연주 작곡, 이용주 연출
극 중 인물인 '미미'는 울타리 밖 세상을 '저곳'이라 칭하며 자신에게 '이곳'이 되길 바란다. 본인이 바라는 '저곳'이 있는지.
ㄴ 박준석 배우 : 바라보고 꿈꾸는 '저곳'은 장소가 아니라 상태다. 개인적으로 모든 클라운들이 배부르게 먹는 것을 볼 수 있는 상태가 '저곳'이다. 그곳이 '이곳'이 되어 준다면 좋을 것 같다. (웃음)

공연을 기다리고 있을 관객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ㄴ 박준석 배우 : '클라운타운'을 보시면 참 행복하실 것 같다. 이야기를 따라오다 보면 자기 인생을 훑어보게 되고 무대를 보면서 자기를 생각해 볼 수 있는 그런 극이다. 극이 해피엔딩이 아닌 것처럼 보여도 관객들은 행복해한다.

ㄴ 심연주 작곡가 : '클라운타운'은 관객들에게 드리는 선물 같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더 단단해지고 정교해져야 하는 부분들도 있지만, 배우들이 정말 많은 땀을 흘린다. 그 땀이 관객들에게 티켓 가격 이상을 보여드린다고 생각한다. '미미'가 다른 사람들의 희생으로 한 줄기 빛으로 살아났듯이 배우들을 통해 관객분들이 빛을 발견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누구든지 따뜻한 마음으로 잘 보실 것 같고, 강력한 그 기쁨을 맛보셨으면 좋겠다.

문화뉴스 전주연 기자 jy@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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