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있는 날·예술이 있는 삶을 빛냅니다…문화뉴스] 2015년 국립극단의 주제인 '해방과 구속'을 관통하는 신작이 명동예술극장 무대에 오른다.

독일연극의 부흥을 일으킨 젊은 작가, 니스 몸 스토크만이 한국과의 인연을 맺어온 독일의 중견 연출가 알렉시스 부흐와 손잡고 국립극단을 위한 작품을 준비했다.

전 세계 초연으로 선보일 'THE POWER'는 가장 동시대적인 작품이다. 현대의 인간이 느끼는 소외와 불안의 원인을 현대사회의 가장 강력한 권력인 자본에서 찾아내며, 시종일관 부조리하고 악몽 같은 '카프카'적 이미지로 풀어냈다. 관객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이야기에서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는 브레히트의 소외효과를 느끼며, 객관적으로 공연을 바라보게 된다.

작품은 강한 증오와 경멸, 그리고 유머를 동시에 드러내는 하이네 뮐러의 어법으로 관객모독의 실험을 거듭한다. 'THE POWER'는 브레히트에서 하이네 뮐러로 이어지는 현대 독일연극의 흐름을 모두 담아내 신선함, 그리고 놀라운 충격을 선사할 것이다.

 
'THE POWER'는 철학적이고 권위적인 모든 것에 반기를 드는 작품이다. 광복 70주년을 맞은 한국은 정치적 해방을 이루었으나, 또 다른 힘의 논리에 구속되어 있다. 작품은 인간을 억압하는 힘과 권력이, 자본주의라는 체제 아래서 어떻게 진화하고 발전되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세계 어느 나라보다 속도와 경쟁, 성장의 가치를 중요시하는 한국인들의 자화상이다. 개인은 사회가 기대하는 행동방식대로 살고 있을 뿐, 결국 우리는 타인들로의 억압이 아니라 스스로 자신을 억압하고 있다. 'THE POWER'는 자본주의라는 복잡한 실체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이념이기 때문에, 인간의 자연적 욕구와 의지에 따라 자신을 스스로 해방해야 한다고 말한다.

작품은 자본의 권력에 대한 세 개의 단상으로 이루어져, 현대사회에 만연한 자본의 논리와 그에 억압당하는 인간의 나약함을 적나라하게 파헤친다. 강요받지 않아도 회사를 절대 그만두지 못하는 직장인들, 명분도 없이 서로 총을 겨누는 군인들 등, 우리 모두의 초상이 선정적 언어와 우스꽝스러운 몸짓으로 펼쳐진다. 현대의 자본주의가 대단한 착각에서 비롯되고 또한 유지되고 있다는 불편한 사실은 관객들을 향해 무차별적으로 전해진다. 자본주의에 관한 지극히 철학적이고 인문학적인 사고를 커다란 흐름으로 확장해 작가의 놀라운 상상력으로 경쾌하게 담아낸 'THE POWER'는 어떠한 흐름에도 속하지 않는 전혀 새로운 연극이 될 것이다.

1981년생의 젊은 작가 니스 몸 스토크만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주류와 경향에 대한 패러디며, 서사적이고 내적인 독백을 자유자재로 다룬다는 점에서 대단히 혁신적이다. 이번 연극 또한 지난 10년간 있었던 모든 연극형식, 나아가 현대인의 삶의 바탕에 대한 신랄한 비판이다. 관객들을 향해 직접 쏟아내는 현대 소비주의에 대한 분노 어린 비판은 때로 모욕에 가까운 불편함을 자아낸다. 그러나 재치 넘치는 대사, 심오한 역설을 내포한 유머는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예상을 뒤엎는 신선한 텍스트로 새롭게 탄생시켰다.

작가는 이번 작품을 쓰기 위해 국내에 체류하는 동안 느낀 한국의 특수한 현실과 단상들을 전 세계적 흐름과 시공간의 이동에 대입해 그렸다. 분단과 전쟁이라는 비슷한 아픔을 공유했지만, 완전히 다른 역사와 정서를 가진 독일의 예술가들이 바라본 한국, 그 독특한 시선은 파격과 실험을 넘나들며 한국의 관객들에게 잊지 못할 강렬한 기억을 남길 것이다.

▲ 알렉시스 부흐 연출
배우 출신 연출가 알렉시스 부흐는 살아 움직이는 생동감 넘치는 연극을 지향한다. 한국과의 인연은 이윤택 연출이 2006년 독일에서 공연된 그의 공연 '쥐약과 낡은 레이스'를 보고 공동 작업을 제안해 2007년 '베를린 개똥이'를 함께 선보이면서 시작됐다. 이윤택 연출은 그에 대해 너무 열정적이거나 너무 차가운 경향이 있는 독일연극에서 보기 드물게 조화롭고 균형 있는 연출이라고 평한 바 있다.

이번 작품은 연극의 관습을 깨는 파격적인 내러티브로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언어를 잘 소화해야 하는 배우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알렉시스 부흐 연출은 이번 작품에 참여하는 배우들과 능동적이고 열정적으로 작업하며, 한국 관객들과의 만남을 고대하고 있다. 연출가는 즉각적인 반응을 보여주는 한국 관객들을 위해 유머와 빠른 템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생동감 넘치는 미장센을 구현한다. 무대 위에 펼쳐지는 기상천외한 사건들, 황당하고 정신 나간 행동들, 모든 예측 불가능한 일들을 기대해봐도 좋다.

문화뉴스 전주연 기자 jy@mhns.co.kr

주요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