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불행하게 오래오래 살아요."

 

[문화뉴스 MHN 이민혜 기자]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 남녀배우상 수상, 제42회 서울독립영화제 관객상을 수상하는 등 영화제와 평단이 먼저 인정한 신예 조현훈 감독의 데뷔작 '꿈의 제인'이 31일 개봉한다.

혼자 남겨지는 것이 두려운 '소현'은 어딘가에 받아들여지기 원하고 누군가 옆에 있어 주기를 원하는, 그저 미움받지 않으려 노력하는 맞춤형 인간이다. 그런 소현을 받아준 '정호'를 찾아간 어느 날, 꿈결처럼 미스터리한 여인 '제인'을 만나게 된다. 제인은 이태원 클럽 '뉴월드'에서 외로운 이를 위해 노래하는 트렌스젠더이다. 사회의 편견과 주위의 차가운 시선으로 버림받는 것에 익숙하고 고독하게 살아왔을 법한 인물이지만, 사회적으로 약하고 기댈 곳 없는 아이들을 따뜻하게 보듬어주고 돌봐주면서 자신만의 확고한 신념과 태도로 그들이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용기를 불어 넣어준다. 그날 이후 소현은 조심씩 '제인'과의 행복을 꿈꾸기 시작한다.

 

영화 '꿈의 제인'은 '소현'을 중심으로 제인의 집에서 '제인'과 함께 할 때, '제인'이 없을 때 병욱팸에서, 그리고 뉴월드에서 '제인'과의 첫 만남으로 그려진다. 한 사람과의 만남과 그 사람의 존재가 어떻게 삶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 어떤 힘을 불어 넣어줄 수 있는지에 대해 크게 느낄 수 있다. 영화 속 트랜스젠더 바 '뉴월드'에는 입장할 때 손목에 'UNHAPPY'라는 도장을 받고 들어간다. 하지만 그 안에서 사람들은 제인의 노래와 제인의 말을 듣고 희망을 얻는다.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남녀배우상을 수상한 배우 이민지와 구교환의 연기력은 단연 돋보인다.

화제의 드라마였던 '응답하라 1988'을 통해 이름을 알린 배우 이민지는 이미 한국 독립 영화계에서는 화려한 이력을 지닌 만큼 연기 내공을 확실하게 보여준다. 그녀는 영화 속에서 현실과 환상을 오가는 '소현'으로 "안녕하세요, 잘 지내고 계시나요? 누군가가 그랬어요. 저는 영원히 사랑받지 못할 거래요" 라는 편지글을 읽으며 시작한다. 말수가 적은 소현의 시원하게 표현하지 못하고 머뭇거리며 상황과 주변 눈치만 보고, 그러다 배신을 당하기도 하고, 그리워도 하면서 사는 모습을 완벽하게 그린다.

 
따돌림을 당하는 아이, 괴한, 일베 청년 등 역할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도전을 지속하는 배우 구교환은 이번에 미스터리하면서도 따뜻한 마음을 가진 트랜스젠더 '제인'역으로 변신했다. 실제로 이 캐릭터를 위해 몸무게를 10kg나 감량하고 여장 및 하이힐을 신고 걷는 연습을 하는 등 물리적, 외모적으로 신경 쓴 것이 눈에 띈다. 하지만 '제인'의 매력은 트렌스젠더라는 캐릭터는 사회에서 소외받은 존재의 겉모습 뿐이 아닌 영화가 전달하고 싶어 하는 메시지 자체를 마음 깊이 전해준다는 것이다. 제인만이 가지는 밝은 미소 속에도 보이는 씁쓸함과 슬픔이 묻어나는 인상 속에서 사람들에게 불행 속 희망의 메시지를 툭 던진다.

 

영화 '꿈의 제인'은 트렌스젠더, 가출팸(가출 청소년들이 모여 사는 곳) 등 사회에서 소외당한 약자들의 고통과 삶을 그린 것 같지만, 사실은 우리가 모두 공감하고 받고 싶은 위로를 전해준다. 몽환적인 빛 속에 남아있는 영화의 잔상은 길을 잃은 것 같을 때 현실에서 꼭 만나고 싶은 구원자 '제인' 그 자체이다. 31일 개봉. 러닝타임 104분. 청소년 관람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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