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사다리움직임연구소의 프란츠 카프카 작 공동창작 임도완 이수연 연출의 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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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츠 카프카(Franz Kafka,1883~1924)는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유대계 소설가이다. 현재 체코의 수도인 프라하에서 유대인 부모의 장남으로 태어나 독일어를 쓰는 프라하 유대인 사회 속에서 성장했다. 1906년 법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 1907년 프라하의 보험회사에 취업했다. 그러나 그의 일생의 유일한 의미와 목표는 문학창작에 있었다. 1917년 결핵 진단을 받고 1922년 보험회사에서 퇴직, 1924년 오스트리아 빈 근교의 결핵요양소 키얼링에서 사망하였다.

장편으로는 아메리카 (Amerika) 혹은 실종자 (Der Verschollene), 심판 (Der Prozess), 성 (Das Schloß) 단편은 판결 (Das Urteil), 지방에서의 결혼예식 (Hochzeitvorbereitungen auf dem Lande), 관찰 (Betrachtung), 변신 (Die Verwandlung), 유형지에서 (In der Strafkolonie), 단식 예술가 (Der Hungerkünstler), 시골 의사 (Ein Landarzt), 학술원에 보내는 보고서(Ein Bericht fur eine Akademie) 등이 있고, 학술원에 보내는 보고서는 <빨간 피터의 고백>이라는 연극으로 제작되어 공연되었다.

소설 <소송(Der Prozess) 같은 이름 "심판">의 주인공 요제프 카는 서른 번째 생일날 아침에 아무런 예고도 없이 제소를 당한 것을 알게 되고, 놀란 요제프는 자신의 무죄를 증명하기 위하여 여러 사람을 만나 도움을 청하게 된다. 직장 동료나, 친척, 이웃의 여인들, 그리고 변호사에게 도움을 청한다. 사랑하는 여인에게도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며 도움을 청한다. 그런데 그들 모두가 요제프의 죄를 당연시하는 태도를 보이고, 호의를 나타내면서도 결정적인 도움이 되지는 못한다. 심지어는 뇌물을 사용하라고 권하기까지 한다. 게다가 요제프가 평소 다니던 회사나, 하던 일을 계속하도록 방치한다. 그러나 요제프는 자신의 죄를 결코 인정할 수 없기에 끝까지 버티다가, 결국 법의 심판대로 사형을 당하고 만다.

백 년 전 이야기지만, 작가는 인간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법정 속 같은 삶을 산다고 소설에 표현한다. 당연한 이야기다. 사람은 태어나면, 출생신고를 하게 되고, 죽으면 사망신고를 한다. 취학연령이 되면 학교에를 가야하고, 운전을 하드라도 교통법규를 지켜야 한다. 아파트 관리비, 임대료, 각종 세금을 내야하고, 지키지 않을 시에는 당연히 제제를 받는다. 어찌 그런 것뿐이겠는가?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법정 속에서 산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를 않는다. 죄를 범하고 구속이 된 후에야 재판에 따라 유무죄가 가려지거나, 구속이 아니 되더라도 벌금을 물고 난 후에야 비로소 법의 존재를 의식하게 되지만, 법치국가에서 살고 있다는 것까지는 의식하지 못 한다. 그런데 영미에서 공부한 사람들과는 달리, 대륙에서 외국어를 전공한 사람들은 소설 "심판(소송)"을 무슨 부조리니 어쩌니 하고 어렵게 해석하려 든다. 사무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에서도 "고도"가 나치 휘하의 프랑스의 해방을 의미하는데도, 역사적 사실은 고려하지 않고, 부조리니, 어쩌니 하며 어렵게 풀이를 하는 것은 앞으로는 지양되어야 할 과제가 아닐까?

무대는 천정에 16개의 직선 갓이 달린 형광등을 일정한 간격으로 배열하고,

바닥에는 철제로 보이는 탁자와 의자 조형물을 배치하고, 출연자들이 그 조형물을 이동시켜 동선활용에 사용한다. 무대 하수 쪽 객석 가까이에 탁자와 의자를 배치하고, 남녀 주인공이 카프카의 소설을 낭독하는 방식으로 연극을 이끌어 간다. 주인공 요제프가 상수 쪽으로 이동하면 조명으로 이동선이 나타나고, 무대 외곽으로 사각의 선이 펼쳐진다. 긴 탁자를 세우거나 쓰러뜨리고 그 아래에 등장인물이 들어 눕기도 하고, 탁자나 의자형태의 조형물을 중앙에 집결시키고 출연자들이 모여들기도 한다. 화려한 잠옷이나 하체를 드러낸 실내복차림으로 등장을 하는가 하면, 팬터마임을 하듯, 율동을 펴듯, 출연자들이 무대를 누비며 보이는 무언극은 명장면으로 기억된다. 특히 음악에서 비장 침울함과 장중함을 동시에 나타낸, 영화 "The elephant man"의 주제곡과 Steve Reich의 "18인 연주자를 위한 음악을 배경음악으로 사용한 것도 극과 조화를 이룬 설정이다.

이호철, 김미령, 이은주, 노은정, 장성원, 구본혁, 김창석, 박재성, 김다혜, 정희등 출연자 전원의 팬터마임과 율동을 겸한 호연, 그리고 열연은 극단 사다리움직임연구소의 발전적 장래를 예측하기에 충분하다.

프로듀서 윤진희, 홍보마케팅 바나나문 프로젝트, 협찬 을유문화사, 조연출 임다은, 조명디자인 신호, 음향감독 김요찬, 그래픽·사진 김솔, 조명팀 조문경, 전정호, 백하림, 석보미, 프로그래머 이수연, 사운드 디자인 이수연 등 스텝 진의 열정과 노력이 드러나, 극단 사다리움직임연구소의 프란츠 카프카 (Franz Kafka)원작, 공동창작, 임도완·이수연 연출의 <소송 (Der Prozess)>을 기억에 남을 성공적인 공연으로 만들어 냈다.

[글] 문화뉴스 공연칼럼니스트 박정기(朴精機) artietor@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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